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사설] 토론과 표결, 승복의 美 정치가 부럽다(서울신문)

鶴山 徐 仁 2009. 12. 27. 17:20

[사설] 토론과 표결, 승복의 美 정치가 부럽다

미국의 건강보험 개혁이 100년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단계로 들어섰다. 미 상원이 그제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표결 끝에 찬성 60표, 반대 39표로 통과시킨 것이다. 미 건보개혁은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이 시도한 뒤로 역대 대통령들이 번번이 실패했을 정도로 사회 구성원들의 이해와 갈등이 첨예했던 사안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아예 미국 사회를 둘로 쪼개 놓다시피 했다. 오바마 대통령조차도 정치적 명운을 걸어야 했던 사안이다.

내용과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건보개혁안이 미 상원을 통과하는 모습을 보면서 준예산 편성 초읽기에 몰린 우리 국회의 초라한 몰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히 전쟁을 방불케 하는 논란 속에서도 미 상·하 양원은 단 하나의 폭력도, 단 하나의 점거도, 단 하나의 날치기도 없이 건보개혁안을 처리했다.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지난 1년간 여당인 민주당과 야당인 공화당이 펼쳐온 격렬한 논전 역시 그 어떤 폭력이나 반칙, 불법으로 더럽혀지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2000쪽이 넘는 개혁안을 소리내어 읽기도 했고,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이면서도 건보개혁에 반대하는 벤 넬슨을 당 지도부와 백악관 참모들은 13시간 동안 설득하기도 했다. 지난달 7일 개혁안이 하원을 통과할 때는 20시간 넘는 토론이 펼쳐졌다. 끝까지 절충하려 했고,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자 그들은 표결했고, 결과에 승복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국회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이다. 1년 전 해머가 동원된 폭력 국회도 모자라 야당의원들의 예결위 점거농성이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올해를 불과 엿새 남겨 놓았건만 새해 예산안 심의를 위한 계수조정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반론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되 합의가 안 되면 표결처리하는 원칙과 제도를 새롭게 다져야 한다. 그러나 그보다 더 급한 것은 여야의 개안(開眼)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국민의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2009-12-26  2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