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안톤 슈낙
가을 날 정원의 한 모퉁이에서
발견된 작은새의 죽음위에
초가을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일 때,
대체로 가을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가을비가 쓸쓸히 내리는데
사랑하는 사람의 소식도 없이
거의 한 주일이나 혼자 외로히 있게 될 때,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 그 고궁의
벽에서는 흙덩이가 떨어지고,
창문의 삭은 나무틀 위에는
"아이쎄여, 내 너를 사랑하노라..."하는
거의 알아보기 어려운 글귀가 씌어져 있음을 볼 때,
숱한 세월이 흐른후에
문득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편지에는 "내 사랑하는 아들아, 네 소행들로 인해,
나는 얼마나 많은 밤을 잠못 이루며 지새웠는지 모른다..."
대체 나의 소행이란 무엇이었던가.
하나의 稚氣어린 장난, 아니면 거짓말,
아니면 연애 사건이었을까.
옛 친구를 만났을 때,
학창 시절의 친구 집을 방문 했을 때,
그것도 이제는 그가 존경받을 만한 고관 대작.
혹은 부유한 기업주의 몸이 되어,
몽롱하고 우울한 언어를 조종하는 한낱 시인밖에
되지 못한 나를 보고 손을 내밀기는 하되,
나에 대해 알아보려 하지 않는 태도를 취할 때,
자스민의 향기. 이 향기는 나에게 창 앞에 한 그루
노목이 서 있던 나의 고향 집을 생각하게 한다.
달리는 기차 또한 우리를 슬프게 한다.
어스름 황혼이 밤으로 접어드는데
유령의 무리처럼 요란스럽게 지나가는
불밝힌 차창에 웃음 띤 사람들의 모습이 보일 때,
저녁놀이 기울어 가는데,
듣는 사람도 별로 없는 학교 운동장에서
대의원에 출마한 기름진 얼굴의 남자가 연설을 할 때,
대체로 우리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오랜동안 사랑하는 이의 편지도 오지 않고
낡아빠진 헌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그때 우리는 불현듯 일말의 애수를 느낀다.
어린시절 살던 조그만 마을을 다시 찾았을 때,
그 곳에는 이미 아무도 알아보는 이 없고,
어린시절 뛰놀던 놀이터에는
거만한 붉은 벽돌의 건물들이 들어서 있는데다
내가 살던 집에서는 낯선이의 얼굴이 내다보고,
왕자처럼 경이롭던 아카시아 숲도
이미 베어 없어지고 말았을 때,
이 모든 것은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한다.
하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어찌 이것뿐이랴.
출세한 남편의 차에 앉아 있는 늙은 귀부인의
좁은 어깨를 볼 때도 우리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오뉴월의 장의 행렬. 둔하게 들려오는 종소리.
낙엽지는 가을날, 흐느끼는듯한 비오롱의 슬픈 곡조가
공원에서 은은하게 들려올 때,
날아가는 한 마리의 해오라기.
추수가 끝난 후의 텅빈 밭과 밭.
가을 밭에 흩어져 있는 비둘기의 깃털들.
지붕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
만월의 밤. 개짓는 소리. 무성한 나뭇가지 위로
내려 앉은 하얀 눈송이....이 모든 것 또한
우리들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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