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때문에 실패하나
◆ 무조건 명문대 고집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 위치한 A대 경제학과에 입학한 박찬석(가명)씨. 그와 부모는 미 명문대 경제학과에 가면 모든 게 잘 풀릴 줄 알았다. 현실은 그의 기대와는 달랐다. 적성도 맞지 않을뿐더러 강의 수준이 높아 따라잡기가 어려웠다.
박씨는 "고교시절 한국에서는 경제에 대한 실질적인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하지만, 외국 친구들은 다양한 수업 프로그램으로 인해 방대한 양의 경제학에 대한 기초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고 했다. 경제학과 수업은 늘 버겁고 힘에 부쳤다.
학창시절 전교 1등을 놓친 적 없는 그였기에 남보다 뒤처진다는 사실에 좌절감도 맛봤다.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번져 한국으로 돌아왔고 지금은 자신의 꿈인 영화연출을 위해 편입을 준비하고 있다.
◆ 토론문화 부적응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 위치한 B대 사회학과에 입학한 김주한(가명)씨는 수업시간에 점점 위축되는 자신을 발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배운 영어로는 강의 내용을 100%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읽고 토론하는 수업이 있었는데 교수님이 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러더라고요. '아니, 그건 45페이지에서 저자가 한 말이잖아. 네 생각을 말해 보라고.' 영어를 알아듣기도, 토론하기도 쉽지 않은데 사고를 묻는 질문이 많아 늘 당황스러웠죠."
김씨는 대학은 고차원적 학문, 전문적 기술을 익히는 곳이기 때문에 회화 수준의 영어로는 적응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김씨는 "영어실력, 문화에 대한 이해, 포괄적 사고방식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성적으로 입한한다 해도 핑크빛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 전공 관련 정보 부족
미국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C대 의과에 입학한 강영원(가명)씨. 어린 시절부터 미 명문대 출신 의사의 꿈이 확고했던 강씨였기에 그녀가 학업을 중단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부모는 물론, 주변인들도 적잖이 놀랐다. 강씨는 국내 외고 국제반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고 C대에도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했다. 영어도 기초가 탄탄해 수업을 듣는 데 무리가 없었고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았다. 그러나 강씨가 한국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의사생활을 한국에서 할 예정이었거든요. 미국에서 받은 학위로는 한국에서 병·의원을 개업할 수 없어요."
강씨는 1년 만에 학업을 접고 국내대학 의과에 편입했다.
- ▲ 일러스트=양인성 기자 in77@chosun.com
성공적으로 적응하려면
◆영어 실력·독립심 갖춰야
국내 명문대 입학을 넘어서 아이비리그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의 수가 날로 늘고 있다. 미 국토안전부의 유학생 및 교환학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09년 현재 한국인 유학생은 약 11만 명으로 4년 연속 출신 국가별 유학생 수 1위를 차지했다.
재미교포인 사무엘 김(한국명 김승기)박사는 컬럼비아 사범대 논문 '한인 명문대생 연구'를 통해 하버드와 예일, 코넬 등 14개 명문대에 입학한 한인학생 1400명을 분석했다. 김 박사는 "한인학생 중 56%인 784명만 졸업을 하고 나머지는 그만둬 중퇴율이 44%에 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학생의 실패요인으로 준비부족과 실질적인 영어실력, 전공과 대학 선택 실패를 꼽았다. 첫 번째 요소인 준비부족은 유학에 대한 실질적인 준비인 독립심 부족을 말한다. 늘 부모가 그림자처럼 챙겨주던 습관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대학의 시스템과 부딪치며 부적응을 낳은 것이다. 두 번째 영어실력은 시험 준비용 영어가 아닌 대학 수업을 듣고 이해하고 토론하는 수준의 고차원적 실력을 뜻한다. 하지만, 성적위주의 영어교육은 대학 강의를 온전히 이해하는 데 큰 벽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사례에서 봤듯 전공과 대학에 대한 잘못된 정보 때문에 시간과 돈을 낭비하는 경우다. 이런 경우, 학생은 정체성의 혼란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겪게 돼 반드시 학교와 전공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정보 확인이 절실하다.
부천대 유아교육과 전성수('복수당하는 부모 존경받는 부모' 저자)교수는 "마마보이, 티처보이(학원이나 과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학생)의 실력은 대학입학까지만 유효하다. 미 명문대 중도포기는 이제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문제"라고 경고했다.
부모에 의해 수동적으로 공부한 학생들은 스스로 하는 공부를 강조하는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힘을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은 거의 대부분 모든 수업을 토론과 대안 제시, 그룹 프로젝트로 진행한다. 현실에서 가능한 교육을 적용해 보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한 학생들은 수업을 따라가기 어렵다. 전 교수는 "부모에 의해 떠밀려 공부한 학생은 내적 동기가 약하기 때문에 공부할 의미를 찾지 못한다. 늘 누군가가 떠먹여주던 교육에서 갑자기 자기주도학습을 하라며 자유를 주면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겉돌다가 떠밀려 나오게 되는 것"이라고 실패원인을 분석했다.
◆적극적 학교활동으로 문화·언어 문제점 해결해야
성공하는 미 명문대 재학 조건은 무엇일까? 입학시에도 중요하지만 특별활동과 봉사활동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활동들을 통해 독립심, 협동심, 토론 능력 등이 길러지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특별활동이나 봉사활동을 요구하는 이유는 이런 활동들을 통해 학교 공부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고 삶에 대한 크고 작은 도전과 동기부여로 학교생활을 더 열심히 하게 하려는데 있다. 외국학생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활동이 아니었기 때문에 대학 입학 후에도 꾸준히 지속해 더 다양한 사회적 지식과 인맥을 구축하게 된다. 입학 후, 수업내용도 중요하지만 학교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한국학생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친구·문화·언어에 대한 모든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김 박사는 "요즘은 미국내 경기도 좋지 않아 명문대를 졸업한 미국 학생들도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 유학생들도 요즘같이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성공적으로 졸업과 취업을 하려면 입학시부터 반드시 교내외 인턴십 등을 통한 실질적인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