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현지시간) 450년의 역사를 지닌 제네바대학교 바스티용 캠퍼스 108호 강의실에서는 금발머리에 푸른 눈을 한 41명의 수강생들이 강사인 김승미(26.여)씨의 지도로 기역, 니은, 디귿...한글 자모를 따라읽는 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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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9년 종교개혁가 칼뱅이 설립한 유서깊은 제네바대학교에서 한국어 강좌가 처음 시작된 것이다.
스위스에서는 지난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취리히대학에 한국어 강좌가 있었지만, 수강생이 줄고 재정 지원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폐강됐다.
30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요즘 한국에 대한 스위스인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제네바대학교는 피에르 수이리 교수(일어일문학)와 니콜라스 주페레이 교수(중어중문학)의 주도로 지난 2007년부터 한국 역사에 관한 강좌를 개설한 데 이어 올해 한국어 강좌를 열었다.
강사를 맡은 김승미씨는 스위스에서 태어난 교민 2세로 이 대학 학부와 대학원에서 일어일문학과 중어중문학, 아시아학 등을 전공했고, 작년에는 7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며 연세대에서 한국어 강사 자격 과정을 마쳤다.
학교측은 20명 안팎의 학생들이 수강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2배가 넘는 47명이 신청했다. 첫날 강의에는 41명이 출석해 원래 예정돼있던 110호 강의실이 비좁아 108호로 장소를 옮겨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네바대학교에 개설된 한국어강좌는 일단 한 학기만 진행되며, 내년에 지속될지는 불확실한 운명이다.
당초 두 교수는 스위스 국립 과학재단에 장학금 등 재정지원을 요청했지만 승인이 지연되자 일단 제네바대학 인도주의교수단의 지원으로 임시 강의를 시작했다.
주페레이 교수는 연합뉴스 특파원과 만나 “많은 학생들이 한국어 강좌를 접할 수 있게 돼 매우 행복하다”며 “이는 유럽인들 사이에서 한국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증거이자, 한국이 정치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한다”며 영구적인 재정지원 방안이 마련돼 한국어 강좌가 발전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한국어를 포함해 5개 국어를 구사하는 김승미씨는 “스위스의 대표적인 국제도시인 제네바에서 한국어 강의를 처음 맡게 됐다는 것이 가슴 벅차고 많이 떨린다”며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더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제네바=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