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황위병’ 앞에 고개 숙인 정권

鶴山 徐 仁 2009. 6. 7. 16:17

윤창중(문화일보 논설위원)
2009년 06월05일  
'유리턱·겁쟁이·면피 정권'이 어떻게 민심을 감동시켜 국민을 결집한다는 말인가?
  

  황위병(黃衛兵)이 벌인 ‘거리의 환각파티’보다 더 견딜 수 없었던 건 대통령 이명박의 비겁함! 비겁하다. ‘노무현 자살’ 뉴스가 TV에 뜨는 순간 순간들. 국민이 숨죽이며 목마르게 기다렸던 건 정부의 반응이었다. 도대체 대통령 이명박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 최고 통치권자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는 여론의 대세를 가른다. 대통령은 TV화면에 용수철처럼 튀어나와 당당히, 당당히 자신의 입장을 밝혀야 하는 것. 그게 비상상황에서 대통령이 취해야 할 기본이다. 그런데? 대통령 이명박은 대변인의 입을 통해 “애도한다”는 한마디를 던지고 전투경찰대가 빙빙 둘러싼 구중궁궐 청와대 속으로 깊숙이 숨어버렸다. 왜, 당당하게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수사였다. 애도한다”고 말하지 못했는가? 대통령이 청와대 안에서 침묵모드로 들어가는 순간, 저 벌떼같은 황위병들은 대통령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단초를 발견한다.

  방송들은 폭탄 세례를 퍼붓고. 이명박 정권이 방송을 장악하고 있다고 어거지를 부렸던 방송들은 이때다 싶어 정권과 정국을 다시 장악. 탄핵사태와 촛불시위보다 더 감정에 불을 지르면서. 이명박 정권이 노무현을 죽였다. 움직일 수 없는 정설이 되고, 노무현 반대세력은 노무현을 부엉이 바위에서 뛰어내리게 만든 역사의 죄인이 돼갔다. 역사의 죄인이. 기표소에 들어가 이명박 후보를 톡톡 소리나게 찍었던 지지층들은 황위병 광기를 또 눈 뜨고 지켜봐야 하는 것보다,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비겁함에 더 큰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꼈다. 왜 찍었나? 한방 얻어맞으면 바닥에 쭉 너부러져 일어날 줄 모르는 ‘유리턱 정권’. 그러다가 슬금슬금 도망가는 ‘겁쟁이 정권’, 우물쭈물 넘어가는 ‘면피 정권’이 어떻게 민심을 감동시켜, 국민을 결집한다는 말인가?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도는 수직하강. 대통령을 찍었던 지지세력은 울분의 나날 속에서 지지를 철회하고, 사분오열돼가고 있다. 이젠 이명박 정권을 위해 싸울 힘도, 의욕도 사라지고 있다. 이게 2009년 6월 이명박 정권과 보수·우파세력의 현주소. 지켜줄 세력이 없다. 남은 건 전투경찰뿐, 고립무원! 전투경찰에 정권의 명줄을 맡기고 있다. 검찰총장은 사표 내던지고. 이런 무책임한 정권이 장면 정권이었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민장도 별 불상사 없이 잘 치렀잖아? 그렇게 넘어가는 거지 뭘? 정말 왜들 정신 못차리고 그러는가?

  대통령 이명박은 민심수습을 위한 당·정·청 인적쇄신 요구가 들불처럼 번져가고 있는데도 “국면전환용 인사는 3김시대의 유산”이란다. 어이구! 국면전환을 해도 정권이 유지될까말까 하는 이명박 정권 최악의 위중한 상황인데도. 대통령은 눈과 귀를 닫고 있다. 대통령이 민심을 모르는 구조적인 원인이 뭘까? 대통령 본인이 무슨 일이든 모르는 게 없는 똑똑함을 자부하는데다가, 여기에 정면돌파도 하지 않고 우유부단하고, 매사 계산에 밝은 대통령 특유의 캐릭터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이를 청와대 참모들이 악용해 대통령의 비위에 맞는 보고만을 올리며 대통령을 기망(欺罔)하는 세력이 대통령과 통하는 문고리를 잡고 있다. 대통령은 자신이 참모들에 의해 속임을 당하지 않고 있다고 자신하고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게 바로 똑똑함의 오류다. 청와대, 행정부, 한나라당에 이르기까지 범여권 전체의 실세 자리들을 손안에서 조물락조물락 할 수 있는, 만만한 인사들로 꽉꽉 채운 게 대통령이 민심 불감증에 걸릴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다. 기회주의자, 처세주의자, 영혼도 능력도 없는 출세주의자들의 집합소. 김대중·노무현 정권에서도 승승장구하다가 줄을 바꿔탄, 몸을 던져 싸워 본 일이 없는 겁쟁이 웰빙족들로 가득 채워져 있기 때문에 싸울 생각도 않고 도주할 수밖에.

  정말 답답하다. 이들 ‘기망 세력’을 쳐내고 보수·우파정권을 이끌 수 있는 영혼·능력·소신·추진력을 갖춘 정면돌파형 정권으로 일신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일대 결단의 인사쇄신을 하지 않고 또 넘어간다면? 6월이 끝날 때쯤이면 대한민국은 황위병 세상으로 뒤집어질 것. 황위병 세상이!


[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