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가 위기를 私益에 惡用하는 것만큼 악질적인 행위는 없다. 그리고 말을 어렵게, 공허하게 하지 말라. 정확하고, 쉽고, 구체적인 한국어를 사용하라!
조선일보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대통령 직계 主流 의원들이 2일 李明博 대통령을 향해 "작금의 민심 이반은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와 함께 6.15 반역선언 지지자인 원희룡이 이끄는 한나라당 쇄신위원회도 이날 "組閣 수준의 국민통합형 내각 개편과 정부 변화에 상응하는 청와대 개편이 필요하다"며 청와대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원희룡 위원장은 "4·29 재·보선 참패 등 일련의 사태에 黨 지도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지도부가 응답을 하지 않을 경우 쇄신위 활동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고 한다. 쇄신특위와는 별도로 黨의 主流 소속 의원들인, 임해규·차명진(이상 재선), 권택기·김용태·정태근·조문환(이상 초선) 등 초·재선 의원 6명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黨員과 국민은 독주와 방관을 넘어 탕평과 통합을 원하고 있다"며 "한나라당과 李明博 정부는 출범 당시의 시대정신을 되새기고 국민의 뜻을 받들어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정두언 의원은 기자회견문에 서명은 했지만 회견장에는 불참했다.
이들은 "작금의 민심 이반은 단지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슬픔과 분노가 전부가 아니다"며 "국민은 힘들고 어려운데 한나라당과 정부 그리고 대통령은 지금도 나를 따르라고만 외친다. 바로 그 독선과 오만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하였다.
이들의 이야기는 朝鮮朝의 상소문에서 많이 보아온 대로 워낙 원론적이라 정확히 무엇을 어떻게 해달라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대통령의 독선과 오만이란 말은 도덕론적 비판이지 정책, 노선, 이념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이날 문제를 제기한 국회의원들의 知的 수준을 잘 보여준다.
李明博씨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고, 한나라당을 과반수 정당으로 만들어준 보수층이 지금 품고 있는 불만과 불안을 조금도 대변하지 못한 문제의식이다. 보수층이 李明博 정부와 여당에 대하여 갖는 불만과 불안을 반영한 요구사항은 이런 것들이다.
1. 제발 법대로 하여 폭력시위, 선동방송, 반역활동을 저지하고 선량한 국민들이 안심하고 生業에 종사할 수 있도록 해달라. 老人들이 극렬 노무현 지지자들에게 大路上에서 린치를 당하여도, 대통령이 영결식장에서 봉변을 당하여도 속수무책인 정부를 믿고 어떻게 살아가나?
2. 核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통하여 한국을 군사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북한정권에 단호하게 대처하라. 특히 매일 수백 명의 한국인들을 개성공단으로 들여보내 잠재적 인질로 만들고 있는 정부가 불안하여 못 살겠다.
3. 人事를 公明正大하게 하라. 애국심도 없는 TK 인사들을 重用하지 말고 박근혜 세력을 포용하라. 보수분열의 1차적 책임자는 李明博 세력이다. 보수분열 구도가 고착되면 2012년엔 좌익이 재집권할 것이다.
4. 李明博 대통령은 자유민주 이념을 분명히 하라. 김일성 추종자 황석영을 頂上회담에 데리고 다니고, 국가반역자 윤이상의 이름을 딴 국제음악당 공사에 1400억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식의 이념적 배신행위를 하지 말라.
5. 대한민국을 현대건설 회장처럼 운영하지 말라. 국가의 권위와 법의 원칙을 솔선하여 무너뜨리는 게 실용이라면 그 실용은 便法의 다른 말이다. 편법이란 法을 자신에게 편리한대로 이용하는 것을 뜻한다.
6. 自淨하라. 깨끗한 만큼만 용감해질 수 있다.
7. 前職 대통령의 되풀이되는 불행이 보여주듯이 대통령중심제는 한계에 부닥쳤다. 내각제 改憲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권력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를 시작하고, 부패를 끼고 가는 한국식 정치문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조치를 취하라.
위의 7개항은 적어도 국민 60% 이상의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쇄신파, 주류파 의원들이 내어놓은 代案이란 것은 뜬 구름 잡는 격이고 인기영합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한국 역사의 치명적 결함은 실패에서 배우지 못하고 그 실패를 되풀이한다는 점이다. 한나라당이 위기의 본질을 주류파나 쇄신파식으로 잘못 진단한다면 실패는 되풀이 될 것이다. 말장난으로 위기를 탈출할 순 없다. 현실을 직시하여야 한다. 선동방송과 그런 방송에 넘어가는 수준 낮은 여론에 겁을 먹지 말고 침묵하는 다수의 건전한 여론을 알아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위 공직자가 위기를 私益에 惡用하는 것만큼 악질적인 행위는 없다. 그리고 말을 어렵게, 공허하게 하지 말라. 정확하고, 쉽고, 구체적인 한국어를 사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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