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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이 시험을 과거에 한번도 치러본 적이 없다는 데 있었다. 출제기관 입장에서는 전문적인 출제인력이 확보돼 있지 않아 난감했고, 수험생 입장에서는 어떤 문제가 출제될지 막연해서 수험준비에 혼선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도 줄여보자는 의미에서 시험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지난 1월에 법학적성시험 예비시험을 실시하여 출제의 범위, 방법, 대략적인 난이도 등을 시범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지난 24일의 본시험도 예비시험의 출제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예비시험보다 문제가 더 평이했다는 반응들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법학적성시험은 독해력을 보는 ‘언어이해’, 논리력과 분석력을 보는 ‘추리논증’, 사고력과 표현력을 주로 보는 ‘논술’의 세 영역으로 구성된다.
우선 지난 24일의 본시험은 ‘언어이해’나 ‘논술’에 비해 ‘추리논증’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지적이 많다. 출제지문의 경우도 모든 학문분야에서 골고루 출제한다는 기존 방침과는 달리 법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의 지문이 상대적으로 많았고, 자연과학 지문의 경우 전문성도 높아 학부전공이 자연계열인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사이에서 형평성의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특히 ‘추리논증’이 수험생들에게 어렵게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는 ‘시간부족’에 있다고 필자는 믿는다. 어렵게 꼬아놓은 추리논증 문제 40문항을 120분 안에 풀라는 것 자체가 무리한 면이 없지 않다.
따라서 다음부터는 ‘추리논증’과 다른 영역간의 전체적인 난이도 조정이나 지문 내용에 좀더 신경을 쓰고,‘추리논증’의 시험시간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법학적성시험 문제가 수험생이 로스쿨 교육을 위한 기본적 자질을 가지고 있는가를 정확히 평가하는 문제가 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문항에 대해 연구하고 다듬어가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출제기관에서 로스쿨 성적과 법학적성시험 성적의 상관관계를 로스쿨 졸업생의 성적 통계를 통해 면밀히 분석하고 그 상관성을 높이는 문항을 출제하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하는 미국의 예가 좋은 참고모델이 될 수 있다.
다양한 학부전공의 배경을 가진 학생들에게 ‘법률가처럼 사고하는 방식’을 가르쳐서 이들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해 창의적이고 전문적인 법률서비스를 경쟁적으로 제공토록 함으로써,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염가로’ 제공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로스쿨제도 도입의 원래 취지였다. 이 본 취지를 잃지 않는 로스쿨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최우선적 목표로 하여, 법학계·법실무계·정부가 모두 지혜를 모으고 힘을 보태야 할 시점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