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동서남북] 한국의 좌파, 스페인의 좌파

鶴山 徐 仁 2008. 4. 16. 14:42

유연함과 개방성 차이가 유권자 지지 여부 갈라

 강 경 희 · 파리 특파원

 

'4·9 총선'을 치르기 딱 한 달 전, 스페인은 '3·9 총선'을 치렀다. 스페인 총선을 취재 갔을 때 30년 넘게 스페인에 살고 있는 교민이 "여러 면에서 한국과 참 비슷하다"고 한 얘기가 귓전을 맴돌아 더욱 관심이 갔다.

인구 4500만 명에, 고도 성장으로 단숨에 세계 10위권에 진입한 스페인은 정치적 역정에서도 그 어떤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20세기 초 좌우가 극심하게 대립하며 내전을 겪었다. 30년 넘게 프랑코 독재를 경험했다. 전 세계에 '독재자'로 각인된 프랑코에 대해 스페인 내에서는 아직 향수를 느끼는 우파 계층도 상당하다. 인권과 정치적 자유가 극도로 억압당했다는 부정적 기억도 있지만, 1960년대에 '스페인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 발전으로 근대화 기반을 다진 긍정적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정치 민주화의 역사도 30년에 불과하다. 1975년 프랑코가 사망하고 1977년에 41년 만의 총선을 치러 민주화를 이뤘다.

그런데 최근 양상은 많이 다르다. 좌파 정부 10년을 경험한 한국의 유권자들은 진저리를 내며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급격히 '우향우'했다.

반면 스페인은 1980년대부터 좌우파가 안정적으로 정권을 교체하는 정치 문화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스페인 정치 사상 처음으로 1982년 좌파 정부가 출범해 14년간 집권했고, 그 후 우파 정부 8년을 거쳐 다시 좌파 정부 연임을 맞고 있다. 지난 2004년 집권한 호세 루이 로드리게스 자파테로(Zapatero) 총리가 '3·9총선'에서 승리해 지난 12일 '자파테로 2기'를 열었다.

이렇듯 짧은 정치 민주화의 경험에도 스페인에서 좌파가 안착(安着)한 이유는 엉터리 이념에만 매달리지 않고 유연하고 온건한 실용주의를 채택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뒤처진 나라 스페인을, 오늘의 선진국으로 이끈 것은 1986년 EU(유럽연합) 가입이 전환점이 됐다. "적극적인 개방만이 살 길"이라며 좌파 정부 시절에 이룬 일이었다. 당시 스페인 좌파 정부는 선거 공약에서 '나토 탈퇴'를 내세웠지만 친(親) 서방정책이 국익에 도움된다고 판단되자 집권 후 '나토 잔류'로 방향을 틀었다.

자파테로 좌파 정부도 마찬가지다. 지난 4년간 자파테로 총리는 경제 성장으로 늘어난 나라 살림을 성장의 그늘에 놓인 국민들한테 적극 나눠주는 분배 정책에 힘을 쏟았다. 집값 급등으로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됐지만, 사회에 막 발을 디딘 많은 젊은이들 앞에는 저임금 계약직의 불안한 일자리를 전전하며 평생 내 집 한 칸 마련하기도 힘든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소외 계층을 위해 저렴한 공공 임대 주택을 대폭 늘리고, 대학생에 대한 지원, 아이 키우기도 버거운 젊은 층에 대한 육아비 지원 등을 강화했다.

비슷한 시기를 보냈던 노무현 정부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강남과 비강남'으로 나라를 쪼개놓고 가진 자를 혼내주는 '립 서비스'에만 그쳤다. 한국 경제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경고에 대해서는 "잘 굴러가는데 무슨 소리냐"고 화를 내며 귀 기울이지 않았다.

그 바람에 많은 유권자 계층이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대거 등을 돌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번 한국의 총선 결과를 놓고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는 "보수 세력이 여러 갈래로 분산돼 총선을 치렀는데도, 혼란에 빠진 좌파 진영은 이런 분열 상황에서 이득을 얻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만약 한국의 좌파가 스페인 좌파의 지혜를 빌렸더라면…. 한국의 정치 지형도, 정치 문화도 크게 달라지면서 진일보했을 것이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4/13/20080413008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