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gust 의 軍史世界
전략폭격기의 진정한 아버지 [ 下 ]
짧았던 전성기
1944년 3월부터 일본군이 항복할 때까지 B-29 는 수백 회에 걸쳐 일본 본토를 맹폭격하여 66개 주요 도시를 말 그대로 초토화시킴으로써 일본의 전쟁 수행의지를 꺾는 일등공신이 되었습니다. 유럽전선의 B-17 과 달리 호위기의 엄호도 없이 고고도로 일본본토 구석구석을 마음대로 날아다니며 폭격을 해대었지만 일본은 B-29 를 잡을 수가 없었습니다.
폭탄의 비, 과연 다른 말이 필요 할 까요 ?
대공포가 도달하지도 못할 고고도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느긋하게 폭탄을 퍼부어대는 B-29 편대를 일본은 그냥 뻔히 쳐다보아야만 했습니다. 일본의 전투기들이 B-29 의 작전상공까지 올라가지 못하여 요격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단지 투하한 폭탄이 빗나가거나 불발탄이 되기를 바라는 방법 외에는 일본이 대처할 수단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관련글 참조 )
[ B-29를 요격하는 것은 상대가 실수를 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였습니다 ]
그런데 미국의 무지막지한 폭격에도 불구하고 전 국민을 옥쇄 시켜서라도 필사의 항전을 하려는 일본 수뇌부의 비상식적인 행동이 계속되자 미국은 결정타를 날리게 되었는데 바로 핵폭탄이었습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B-29 가 투하한 핵폭탄으로 일본은 반항을 멈추고 전쟁이 끝나게 되었는데 이것은 한편으로 장거리 핵 투발용 전략폭격기의 등장을 의미하는 군사전략상 사변이기도 하였습니다.
[ 핵폭탄은 전략폭격의 방법론을 바꿔버렸습니다 ]
한편, 공동의 적을 상대로 함께 전쟁을 벌이고는 있었으나 차후 미국과 적대관계에 설 것으로 예상되던 소련은 B-29 의 능력을 너무나 탐낸 나머지 전쟁 종반기인 1944년 초 미국에게 정식으로 대여를 요청하였습니다. 하지만 소련이 장차 친구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똑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던 미국은 일언지하에 제의를 거절하였을 만큼 B-29 는 미국만이 가진 필살기였습니다.
[ B-29 는 미국만이 운용하는 필살의 무기였고 계속하여 그러고 싶었습니다 ]
그러던 중 1944년 말 일본 공격에 나선 3대의 B-29 가 문제가 생겨 소련 연해주에 불시착하는 일이 벌어졌는데 한마디로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사건이었습니다. 소련은 이 기체들을 반환하지 않고 철저히 분석하여 B-29 를 모방한 Tu-4 폭격기를 제작하여 1947년 3월에 첫 비행을 실시하였고 이후 이를 발판으로 기술을 발전시켜서 대형 장거리 전략폭격기인 Tu-95 Bear 를 제식화하여 현재도 운용 중에 있습니다.
[ B-29 의 불법 라이선스 판이라 할 수 있는 Tu-4 ( 上 ) 현재도 러시아의 주요 전략폭격기로 활동 중인 Tu-95 ]
이것은 핵폭탄을 장거리 운반하여 투하 할 수 있는 능력을 소련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습니다. 전후 핵폭탄을 개발해낸 소련이 B-29 와 맞먹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를 가짐으로써 역사상 최대의 전쟁을 끝내자마자 인류는 핵폭탄과 냉전이라 불린 공포의 시대를 겪게 되었습니다. 결국 B-29 는 소련 전략폭격기의 아버지가 되기도 하였던 것입니다.
[ B-29 는 美蘇 장거리 전략폭격기의 아버지라 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무소불위의 권력을 뽐내던 B-29 는 탄생한지 6년도 되지 않아 제2차 대전 유럽전선에서의 B-17 처럼 호위기의 도움을 받아야만 작전에 나갈 수 있는 나약한 모습으로 전락합니다. 프로펠러시대에 유유히 하늘을 휘젓고 다니던 철옹성이 불과 몇 년 후 도래한 제트시대에는 MiG-15 의 손쉬운 먹잇감이 되어 도망 다니기 바쁜 처지가 되었던 것입니다.
[ B-29 의 천하는 그리 오래가지 못하였습니다 요격당하기 직전 MiG-15 건카메라에 찍힌 B-29 ]
이런 점은 야심만만하게 전략폭격기를 막 제식화한 소련에게도 마찬가지 입장이 되었는데, 찬란하게 시작했던 공룡의 역사가 의외로 쉽게 시들해져버리는 셈이었습니다. 오늘날 전략 폭격기로 손꼽는 B-52, B-1, B-2, Tu-26, Tu-160 같은 기종도 사실 폭격기의 단독적인 작전은 불가능할 정도라고 보아야 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 둔중한 덩치와 극악한 기동력 때문에 요격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 현용 전략폭격기 B-2 의 폭격모습 ]
비록 스텔스 성능을 가진 B-2 라는 괴물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 날아다니는 대형 폭격기들은 제공권이 완전히 장악된 경우에나 사용 할 수 있는 사용이 극히 제한된 무기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날렵한 요격 수단과 더불어 장거리 미사일같은 대체 공격 수단 때문에 그 입지는 점점 줄어든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공룡은 힘이 세기는 하였지만 변화에 즉시 적응하기 힘든 그 큰 덩치 때문에 그래서 멸망하였나 봅니다. ( 계속 ) [ august 의 軍史世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