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고기 먹으면 지구가 못견딘다
세계 여러 나라가 앞다퉈 백열전구 추방 운동을 벌이고 있다. 백열전구는 에너지만 많이 잡아먹지 쓰는 전기만큼 밝지가 않다. 백열전구 효율이 나쁜 것은 전기에너지 가운데 95%를 열로 내보내기 때문이다. 5%만 빛을 내는 데 쓰는 것이다.
가축을 키워 고기를 먹는 것은 백열전구를 쓰는 일과 같다. 소, 돼지, 양 같은 가축한테 사료를 줘봐야 사료 영양분 가운데 가축의 근육, 뼈, 살로 가는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부분은 가축이 움직이는 데 드는 에너지로 소실된다. 소나 돼지는 가만히 누워있기만 하더라도 체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에너지가 든다. 소나 돼지의 배설물도 따지고 보면 옥수수나 콩의 영양분이 모양을 바꾼 것이다. 영양분의 90%쯤은 가축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호흡하면서 발생하는 폐열(廢熱)로 사라진다는 게 통설이다. 백열전구가 쓸모 없이 열을 배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뉴욕타임스가 1월 27일자 주말판에 '고기 폭식을 다시 생각한다(Rethinking the Meat-Guzzler)'는 글을 실었다. 고기를 먹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이 많은 지를 다룬 글이다.
돼지, 소, 닭을 키우려면 숲을 베어 옥수수, 콩 같은 사료용 곡물을 재배할 농경지를 만들어야 한다. 만일 어떤 밭에서 옥수수나 콩을 경작해 10명의 식량을 댈 수 있다고 하자. 그 옥수수, 콩을 사료로 가축을 키워 그 가축의 고기를 먹는다면 기껏해야 한두 명분 식사밖에 되지 않는다. 기근에 허덕이는 세계 인구가 8억 명이다. 고기를 먹는 것은 인간적으로도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가축을 키우는 데는 많은 화석연료가 소모된다. 비료 농약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농기계를 돌릴 때도 석유가 필요하다. 고기를 먹는 게 지구온난화를 악화시킨다고 보는 이유다. 가축이 트림을 할 때는 메탄가스를 뿜어낸다. 메탄가스는 유기물이 덜 분해됐을 때 나오는 가스다. 가축이 트림을 많이 하는 이유는 되새김 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메탄가스는 분자당 열 축적 능력이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
사료용 곡물을 재배해서 가축을 키우고 고기를 소비할 때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의 양을 다 합치면 전 세계 온실가스의 5분의 1쯤 된다고 한다. 교통 부문 배출량보다0 많다. 미국 사람이 고기 먹는 양을 20% 줄이면 중형세단 캠리를 몰다가 경차 프리우스로 갈아타는 거나 마찬가지 효과라고 한다.
가축을 키울 때 나오는 배설물은 지독한 오염물질이기도 하다. 새만금으로 들어가는 만경강 지류인 익산천의 작년 평균 오염도는 BOD로 26PPM이었다. 한강 하류의 5배 이상이다. 갈수기 땐 70, 80PPM까지도 올라간다. 익산천 오염은 상류의 돼지 축산단지 때문이다. 새만금을 개발하려면 만경강 수질을 잡아야 한다. 그래서 익산천 상류 축산단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새만금 개발의 전제조건처럼 돼 있을 정도다.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긴 해야 한다. 그걸 위해 가축 대신 도마뱀의 일종인 이구아나 같은 파충류를 키우자는 아이디어가 있다. 포유류는 체온을 높은 수준에서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쓴다. 어류나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은 그런 식으로 에너지를 낭비하진 않는다. 야외 실험을 해봤더니 같은 면적의 땅에서 이구아나를 양식하면 소를 길러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의 10배를 조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고 한다.
이론적으론 물고기 양식이 더 효율적이다. 물고기는 부력을 이용하기 때문에 몸무게를 지탱하는 데 육지 동물처럼 많은 에너지가 필요 없다. 다만 물고기 양식은 한번 전염병이 돌면 망해버릴 수가 있다. 호수나 바다에서 양식을 하게 되면 수질오염 리스크가 커진다는 문제도 있다. 물고기만 변온동물은 아니다. 메뚜기 같은 곤충류를 키우는 방법도 있다. 막스 크라이버라고하는 생물학자가 10t의 건초를 체중 500㎏의 소 두 마리에게 먹이는 경우와 체중 1g짜리 메뚜기 100만 마리(총체중은 1t으로 같다)를 먹이는 경우를 비교해봤더니 메뚜기의 생산성이 5배였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고기를 너무 먹는 건 건강에 별로 안 좋다. 육식은 심장병, 당뇨병, 암 같은 성인병의 원인이다. 또 가축을 키울 때는 항생제를 뿌리는 경우가 많다. 좁은 우리에 가둬 키우면 질병이 생기기 때문이다. 고기를 먹으면 그 항생제도 같이 섭취하는 꼴이다. 마크 비트맨은 육식은 흡연이나 마찬가지로 나쁜 일이라고 주장한다. 건강, 환경, 사회정의 측면에서 온갖 해악을 다 가졌다는 것이다. 고기를 먹을 땐 한번씩 그런 생각도 해보자는 것이다.
한삼희 논설위원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