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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과학기술을 이끄는 칭화대학
한국의 경영학 교육은 197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미국 등에서 선진 학문을 배우고 돌아온 유학생들에 의해 주도되어 빠르게 발전하였으며, 우수한 경영인력 양성을 통해 우리 경제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런데 최근 우리 대학들이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은 매년 10% 이상씩 성장하는 경제의 힘을 바탕으로 경영학 교육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혁하고 있다. 얼마 전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 학술대회에 참석, 필자는 중국 대학들의 무서운 성장을 직접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은 1998년에서 2004년까지 불과 6년의 기간에 경영학과 학부 학생수는 142%, MBA 학생 수는 167%, 교수 수는 67% 증가하였다. 이러한 양적인 증가 추세는 가속화되어 현재 4000명 수준의 MBA 학생 수가 10년 내로 7만5000명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중국 대학들은 질적 성장을 위해 국제화에도 매우 적극적이다. EU와 상하이 정부가 합작하여 설립한 CEIBS(중국·유럽 공상학원)는 창립 10여 년 만인 2007년도에 전 세계 MBA 랭킹 12위에 오를 정도로 질적으로 급성장을 하였다. 또한 칭화대의 경우 입학생의 17%가 외국인이며, MIT와 IMBA 프로그램과 교수 개발 프로그램을, 하버드대학과는 경영자 교육 프로그램을, 스탠퍼드대학과는 상호 교차 방문 프로그램 등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무서운 힘은 미국 및 유럽 대학들을 계속 중국으로 끌어들이고 있어서, 외국의 유명 대학들은 중국의 여러 대학들과 공동 프로그램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이루어졌던 성공적인 경영학 교육의 질적 및 양적 성장이 베이징이나 상하이 지역에서 다시 재현될 것이 거의 분명하다. 중국 교수들은 10년 내로 중국이 아시아 경영학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이제 중국 대학과의 경쟁은 우리에게는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우리 대학들이 현재의 위치에 안주하여 경쟁과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 잘나간다는 경영대학들은 곧 동북아 시장에서조차도 2류로 전락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 대학들은 정부의 규제에 손과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이다. 한국 기업과 경제의 성장에 비례하여 경영학 교육에 대한 수요는 급격하게 늘어가고 있지만, 오히려 학부 정원은 감축되었다. 국립대학의 교수 정원은 몇 년째 거의 동결 상태로서 수요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학생들은 칠판이 잘 보이지도 않는 대형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는 상황이며, 매 학기 초 수강신청이 시작되면 1초 만에 거의 대부분의 강의가 마감되는 것이 현실이다. MBA가 최근 설립되었지만, MBA 설립을 위한 정원 증원도 전혀 없어서 기존의 프로그램 정원을 줄여야만 했다.
우리나라 경영학 교육이 현재와 같이 계속 정체된다면 중국 대학들이 한국 대학을 앞지를 날이 곧 닥쳐올 것이다. 그때에는 한국의 대학생들은 중국 대학으로 경영학을 배우러 유학을 가야 할 것이다. 이는 곧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추월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강의 기적은 한국의 대학들이 길러낸 양질의 인재들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우리 대학이 경영학 교육 경쟁력을 잃게 되면 우리 기업과 경제의 경쟁력을 잃는 것이다. 따지고보면 어디 경영학만의 문제겠는가. 모든 학문이 마찬가지다. 부디 정부가 고개를 돌려 중국을 바라보고,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을 갖기를 바란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학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