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단지 속 위치… 원룸 모자라 월세 급등
캠퍼스 개방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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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투자 물건 알아보러 오셨나요? 일단 이것만 한번 읽어보세요. 인생이 달라질 수 있어요!” 지난 28일 경기 용인시 단국대 죽전캠퍼스 정문 앞. 말쑥하게 양복을 차려 입은 20·30대 영업사원 10여명이 지나가는 행인들을 붙잡고 열심히 오피스텔 분양 광고지를 돌렸다. 아예 찻길 중앙선으로 나가 지나가는 차들 앞에서 ‘분양’이라고 쓰인 전단지를 흔들기도 했다. 마치 신도시 개발 현장에 온 것 같았다. 영업사원 권모(27)씨는 “학교 근처 오피스텔은 이미 다 팔려 나갔고, 지금 분양하는 곳은 학교에서 걸어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라며 “매매가가 15평에 1억5000만원 정도 하니 분당이나 강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올 2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 3일 단국대가 50년간의 서울 한남동 시대를 마감하고 죽전 교정으로 옮긴다. 종합대학이 본교를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이전한 첫 사례다. 대학생 1만2000여명과 석·박사 과정 대학원생 3000명, 교수·교직원 700여명이 함께 움직인다. 단국대의 ‘서울 탈출’은 경기도 용인, 특히 죽전을 어떻게 바꿔 나갈까.
◆월세 천정부지, 한 달에 70만원
단국대 죽전캠퍼스의 위치는 독특하다. 주거용 계획도시인 ‘죽전신도시’ 안에 100만㎡의 거대 종합대학이 들어선 것이다. 학교 주변에만 1만40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있다. 정문 10m 앞에 바로 아파트가 있을 정도다. 부동산중개업자 정미숙씨는 “계획 도시 안에 학교가 있어 학생들을 수용할 원룸을 더 짓고 싶어도 땅이 없다”며 “공급에 비해 절대적으로 수요가 부족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학교측은 최소 2000여명의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 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앞에 원룸을 분양할 수 있는 땅은 계획상 90개 필지에 불과하다. 한 필지당 4~6개의 원룸을 지을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500개 정도의 원룸밖에 만들 수 없다. 당연히 월세 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학교 앞 20㎡ 안팎의 작은 원룸 월세가 한 달에 60만원 수준이고, 일부에서는 70만원을 부르기도 한다.
살 곳을 찾는 학생들과 교직원들 때문에 인근 성남시 분당의 오피스텔값도 함께 뛰었다. 분당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김모(38)씨는 “올 초만 해도 45만~50만원이던 오피스텔 월세가 단국대 학생들이 몰려들면서 최소 55만원 이상으로 올랐다”며 “그나마 물건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값도 강세다. 용인 다른 지역 아파트값은 올 초에 비해 떨어지거나 보합 수준인 데 반해 단국대 앞 아파트값은 10% 정도 올랐다.
- ▲ 아파트에 둘러싸인 단국대 죽전캠퍼스 전경. 주거용 계획도시 안에 들어선 최초의 종합대학인 만큼 학교와 주민 모두에 이득이 되는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단국대 제공
◆교통 요지로 떠오른 죽전
하루에 단국대로 들어오는 버스만 200여대다. 이전에는 분당까지만 오던 4개의 버스 노선들도 이동 거리를 늘려 죽전까지 연장 운행한다. 서울 잠실·광화문·여의도뿐 아니라 안양 등에서 오는 노선도 생겼다. 오는 12월이면 지하철 분당선 죽전역도 생긴다. 죽전지역이 갑자기 용인의 교통 요지로 떠오른 것이다.
죽전캠퍼스 바로 앞 아파트에 사는 김순회(여·43)씨는 “버스가 많아져 서울 강남 가기가 훨씬 편해졌다”며 “학교 앞 상가까지 활성화되면 쇼핑도 편해지고 좀더 살기가 좋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다만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집 주변이 조금 소란해지는 것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에겐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제대로 개교되기 전부터 저녁이면 주민들이 학교에 개를 끌고 산책을 와 문제가 좀 있어요.” 단국대 김남필 홍보팀장은 “우리 캠퍼스가 인근 5만여명의 주민들에겐 최고의 산책 코스가 됐다”며 “학교 안 헬스장과 잔디구장, 실내체육관 등도 주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죽전 주민들은 이르면 내년부터 단국대 학생들이 만드는 지역 신문을 보고 FM방송을 들을 수 있다. 대학측은 인근 지역 사건·사고와 문화생활을 취재해 주민들에게 도움을 줄 계획도 갖고 있다. 또 지역 학생들과 영세민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 독서교실 등 특별 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김남필 팀장은 “월세값이 올라가 학생들이 살기 어려워진 면도 있지만 2009년 2500명 수용능력의 기숙사가 완공되면 이런 문제는 많이 해결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과 대학이 함께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30/2007083000116.html
단국대의 기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캠퍼스 13만5855㎡는 현재 금호건설 컨소시엄 땅이 됐다. 전체 부지의 88.6%에 3층 이하 고급 빌라와 5~12층 아파트 등 총 632가구가 세워질 예정이다. 연내 분양승인이 나면 내년 초 분양될 전망이다. 나머지 부지엔 공원·공공시설·복지시설이 만들어진다. 시공은 금호건설이 맡는다.
단국대 한남동 부지는 1993년 한남동 주택조합이 단국대와 구매계약을 맺고 270억원의 중도금을 지급했지만 200억원의 잔금을 내지 못한 상황에서 시행사가 IMF로 부도나면서 10년째 개발에 차질이 빚어졌다.
조합은 2005년 말 단국대에 대해 소유권 이전 소송을 제기했지만, 금호건설 컨소시엄이 지난해 7월 단국대로부터 이 땅의 소유권을 넘겨받았다.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8/30/20070830001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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