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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에 위치한 쇼핑몰 ‘굿모닝시티’의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다. (photo 정정현 조선영상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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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을지로 6가 동대문운동장 사거리. 요즘 이곳에 쇼핑몰 굿모닝시티의 완공을 알리는 화려한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서민의 피눈물이 켜켜이 배어 있는 비극의 공간에 들어설 굿모닝시티는 내년 4월 완공을 앞두고 웅장한 외형은 이미 갖춘 상태다. 건물 내부에서는 설비·인테리어 등 막바지 내부공사가 한창이다.
3442명으로부터 3700억원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극 ‘굿모닝시티 게이트’가 터진 지 만 4년이 흐른 지금, 굿모닝시티는 지하 7층·지상 16층 규모에 연면적 9만1928㎡(2만7857평), 5000개 점포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빌딩으로 변신했다. 지하 2층부터 지상 7층까지는 쇼핑몰이 들어서고, 8층에 식당가, 9층부터 11층에는 멀티플렉스 영화관 메가박스가 들어선다. 나머지 12층부터 16층은 사무실로 이용될 예정이다.
이곳의 위치 프리미엄은 동대문 상권에서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법정관리회사인 굿모닝시티의 이태경 사업부 차장은 “동대문운동장 전철역이 지하 1층, 지하 2층 두 군데로 바로 연결될 뿐만 아니라 동대문 쇼핑몰 상권의 입구에 위치해 다른 쇼핑몰을 가기 위해서는 굿모닝시티를 통해 가야 한다”며 “이런 프리미엄 덕에 현재 분양률은 97% 수준”이라고 했다.
4년 전, 이런 노른자위 쇼핑몰에 내 이름으로 된 상가 하나 가져보겠다는 희망으로 어떤 이는 남편의 순직보상금을, 어떤 이는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며 평생 일한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을 투자했다. 그러나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날벼락을 맞은 서민들에게 지난 4년은 처절한 시간이었다. 3442명의 평균 나이는 당시 58세. 계약자 중에 고령자가 많은 탓에 충격과 절망 속에 허덕이다 지난 4년간 세상을 떠난 사람만 30여명, 사건 이후 가계가 파탄 나 이혼한 부부도 10쌍 이상이라고 한다. 3442명, 가슴 아픈 사연도 3442가지다.
2005년 2월 20일 굿모닝시티 착공식이 열린 날, 계약자 수천 명은 한 맺힌 눈물을 흘렸다. 혈서로 쓴 현수막을 매달며 만인의 도움을 호소하던 이곳에 풍선이 날리고 팡파르가 울리게 된 것이다. 조양상(45) 계약자협의회장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퇴직 후 자원봉사를 하며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정적인 임대수입이 나오는 곳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퇴직금 전부를 투자했습니다. 부도라니, 믿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겁니다. 제 돈이 불법정치자금이 되어 사라졌다는 말을 누가 쉽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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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양상 굿모닝시티 계약자 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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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03년 6월 19일 굿모닝시티는 부도 처리됐다. 그러나 계약자들은 살아야겠다는 집념으로 굿모닝시티를 포기하지 않았다. 이들은 전 굿모닝시티 대표 윤창렬씨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모 정치인의 집 앞에서 모질게 시위를 벌여 4억2000만원을 돌려받았다. 윤씨로부터 기부금이나 후원금을 받은 대학, 국회의원으로부터 자진 반납 받은 금액 등 모두 620억원을 되찾았다.
2004년 5월 30일, 계약자들은 법원이 법정관리 허가를 위해 제시한 중도금 1700억원을 마침내 마련했다. 계약자들이 이미 낸 중도금 3700억원 외에 남은 잔금 3400억원 중 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이 돈이 있어야 다시 사업 진행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미 3700억원을 사기 당한 계약자에게 다시 1700억원의 중도금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조상 대대로 이어받은 선산을 팔아 중도금을 마련한 계약자도 있었고, 결혼반지·선물 받은 옷까지 판 계약자도 있었다고 한다. 끝내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한 계약자의 분양권은 조금이나마 여유 있는 계약자들이 마련한 100억원의 기금으로 매입했다.
결국 2004년 7월 30일 법원은 법정관리를 허락했다. 길순홍(63) 법정관리인이 굿모닝시티 운영을 맡았다. 서민 계약자들이 장충체육관, 동대문체육관에서 전체회의를 수차례 열며 끝없이 노력한 결과다.
죽었던 굿모닝시티가 다시 살아나면서 풍비박산이 난 계약자 가족도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혼소송 직전까지 간 부부, 별거 중이던 부부가 다시 합친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다시 희망을 품고 어떤 매장을 꾸릴지 고민하며 굿모닝시티 완공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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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상 계약자협의회장 역시 “사건 터졌을 때부터 기러기 생활을 해오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온 가족이 모여 살게 됐다”고 기뻐했다. 조 회장은 “3442명 초기 계약자 중 400~500명 가량은 분양권을 팔아 굿모닝시티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했다.
법인자금 횡령과 분양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된 윤창렬 전 굿모닝시티 대표는 2005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10년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2006년 11월에는 서울중앙지법이 윤씨에게 회사 손해액 287억원 전액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굿모닝시티 사건 이후 상가분양제도도 변했다. 이제 쇼핑몰은 ‘선분양 후시공’이 아닌 ‘선시공 후분양’제를 따라야 한다. 굿모닝시티 계약자들이 100만명 서명운동을 펼쳐 건축법 개정을 이끌어냈다고 한다. 뿐만 아니다. 굿모닝시티 사건 이후 분양대금을 시행자가 사업목적 이외에 전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자금관리시스템이 도입되기도 했다.
절망 속에서 살아남은 서민 계약자들에게 굿모닝시티는 이제 새 희망이 됐다. 조양상 회장은 “한 층 한 층 올라가는 빌딩을 보면서 계약자 모두 가슴이 벅찼다”며 “상처를 입은 이들이 모두 훌륭하게 재기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 김경수 기자 kimk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