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류관련 대선공약 철저한 검증 필요 > < 세계일보 8.15.게재 >
2004년 한 해 물류활동을 통해 창출해낸 부가가치가 60조원에 육박하고 국가물류비는 약 92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1.9%에 해당한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국제화물수송비를 포함하면 약 123조원으로 GDP의 15.8%에 달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는 수출산업으로 성장했으나 물류기업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수출 3000억달러의 약 10%가 물류비라고 가정한다면 수출 관련 물류시장 규모는 300억달러이다. 수입 물류까지 합하면 그 규모는 더욱 커진다.
2010년 수출 5000억달러 목표의 순조로운 달성을 위해 수출업계와 물류업계는 동반성장 전략이 필요하다. 인건비가 높고 잦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을 피하고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해외이전이 크게 늘어 산업공동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물류업계가 치열한 국내경쟁에서 글로벌 경쟁체제로 전환하고 제조업과 수출기업과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물류기업이 수출기업을 선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역은 반드시 성립한다. 물류기업이 수출기업과 제조업의 현지 물류를 책임지는 동반진출 전략은 상생의 길이며 글로벌 통상국가와 물류국가로의 위상을 동시에 창출할 수 있다. 물류 관련 사업이 성공하려면 물류산업의 특성과 본질에 맞추어 발전전략이 명확하게 구체화되고 나서 추진돼야 한다.
또 물류사업은 대형 시스템 사업이다. 하나의 물류시스템은 수많은 하위시스템으로 구성되고 물류시스템이 순조롭게 작동하려면 모든 하위시스템이 조화를 이루며 동시에 돌아가야 한다. 육상운송을 담당하는 화물연대 파업의 예는 노사가 공생하는 경영방식이 물류산업 발전의 필수조건임을 잘 보여준다.
지난 대선 후보들의 공약들을 돌이켜보면, 김대중 대통령 시절 추진한 ‘남북철도협력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쯤으로 포장됐으나 지금은 어렵게 연결된 철도마저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고, 참여정부의 대선공약으로 화려하게 제시했던 ‘동북아물류중심’ 전략은 용머리처럼 시작했다가 뱀꼬리처럼 자취를 감추었다.
상해 양산 컨테이너터미널의 개장으로 동북아물류중심 전략은 타격을 입었고 대규모로 투자한 부산 신항, 광양항의 성공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이는 상해 이북의 물동량은 당연히 한국항만으로 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항만 개발의 시기를 놓친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과 중국 정부의 과감하고 신속한 대형사업 집행능력 등을 과소평가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최근 물류의 중요성을 터득한 대선 후보들도 ‘한반도 운하’, ‘대륙횡단철도’, ‘열차페리’, ‘한일 해저터널’ 등 물류 관련 공약들을 많이 거론하고 있다. 물류 관련 대선공약 개발에 참가하는 전문가들과 참모들이 물류산업의 특성을 잘 파악해 분석하고 치밀한 전략 하에 공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물류 관련 공약의 적절한 추진 시기, 장기적·경제적인 면, 타 산업과의 연관성 등의 관점에서 철저히 준비하고 검증해 국민의 절대적 동의를 얻지 못한다면 또 다른 큰 실패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물류산업을 높은 부가가치와 고용을 창출하는 매력이 넘치는 산업으로 만들고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과 당당히 경쟁하는 글로벌 한국을 건설하기 위해 물류 관련 공약들을 전략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천할 강력한 의지를 가진 국가 지도자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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