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8 국방예산안 규모
조지부시 대통령은 2월 5일 2조9천억달러에 달하는 2008 회계연도 연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전년대비 4.2% 증액된 규모로서 국방예산의 대폭증액, 의료보장예산의 감축, 조세감면조치의 영구화 등이 주요 특징이다. 2008 회계연도 예산안 중 가장 큰 특징이라면 국방예산의 증액을 들 수 있다. 전년대비 11.3%가 증액된 4천814억달러의 국방예산안은 한국전 이후 최대 규모이다. 그 위에 대테러전 대비 예산 1천417억달러와 전년도 추가경정예산 934억달러를 합치면 전체 7천100억달러를 상회하는 규모이다. 4천814억달러의 '08 국방예산안 내역을 살펴보면 신형항공기, 군함, 우주프로그램 확보예산 등 전력증강비가 전년대비 10% 이상씩 증가된 1천768억달러로 전체의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시태세 및 지원비용은 1천465억달러로 30%, 봉급 및 의료비용이 1천370억달러로 전체의 28%를 차지하고 있다. 부시대통령은 매년 12,000명의 육군 및 해병대 장병들을 증원하여 향후 5년간 총 9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이들 증원병력의 인건비로 매년 120억달러씩이 요구되며 결과적으로 의료 및 인건비는 총 1370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각군의 주요 무기체계 현대화와 관련하여 육군은 미래전투체계 확보를 위한 예산 37억달러를 요청하고 있다. 이는 2007년도의 34억달러에 비해 증액되었지만 전투차량의 수는 18대에서 14대로 축소되었으며 2008-2012년 기간 중 이 사업은 전체적으로 30억달러 또는 총 금액의 10%를 감축하도록 추진되고 있다. 공군, 해군, 해병대를 위한 합동타격전투기(Joint Strike Fighter: JSF)의 경우는 연구개발획득비를 모두 포함하여 61억달러로 지난해의 5억달러에 비해 크게 증액되었다. F-22 랩터전투기 획득비용은 2007년 40억달러에서 46억달러로 증액되었다. 해병대의 V-22 Osprey는 26억달러를 배정하고 있다. 하지만 부시대통령의 가장 큰 역점사업이었던 미사일방어체계는 지난해에 비해 5억달러가 감소된 89억달러를 요청하고 있어 이 사업의 주창자였던 럼스펠드장관의 퇴진을 잘 반영해주고 있다. 전체적으로 예산규모는 증가되었지만 획득물량의 수는 크게 늘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무기체계는 그 수자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물가상승을 포함한 생산비용의 증대를 예산증가율이 못 미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미국내 여론
2008년 국방예산안에 대하여 미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여사는 이번 예산안이 재정적으로 우선순위가 뒤바뀐 무책임한 예산안이며 이라크전 아프간전에의 개입축소를 요구하는 국민들의 여망을 무시한 예산안이라고 혹평하였다. 또한 민주당 상원원내대표인 해리 리드의원은 미국이 이미 이라크․아프간전에 4천억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과도한 전쟁예산을 요청하는 것은 국민정서를 이해하지 못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하였다. MIT의 방위분석가인 신디 윌리암스는 추가적인 인력증원계획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향후 5년간 160억불이 요구된다면서 모병과 제대의 순환주기를 단축할 경우에는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면서 기존 국방력 구조의 근본적인 변혁 필요성을 강하게 지적하였다. 방산분석전문가인 스티븐 코시악 박사는 이번 전력증강 예산안이 로날드 레이건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9년도에는 더 많은 예산을 요구하게 될 것이며, 이는 장기적으로 전력증강계획과 예산확보계획에 중대한 차질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한편 공군은 2008년 예산안에 1100억달러가 반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 위협과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구세대 전투항공기 교체사업과 차기 공중급유기의 확보를 위해 매년 200억달러의 추가예산이 요구된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전투력을 미본토에서 해외 분쟁지역으로 직접 발진시키는 전략개념의 확대에 따라 공중급유기의 수요가 급증하였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차세대 급유기의 확보가 시급하다. 미공군은 연간 14대의 차세대 공중급유기를 최우선적으로 확보 추진하고 있으며 F-35전투기는 연간 110대 확보계획을 수정하여 48대로 축소하였다. F-22 랩터전투기도 연간 20대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이같은 추세로 전력증강을 추진할 경우 미공군은 2020년대 초 요구량보다 크게 부족한 상태로 적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F-15와 F-16은 이미 적의 기술에 비해 저성능기로 전락되는 반면 이를 대체할 첨단기들은 예산압박으로 인하여 확보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공군은 또한 200억달러 추가예산의 확보 여부와는 무관하게 4만명의 인력감축을 지속 추진하여 조만간 31만6천명 규모를 유지하다가 점차 증원하여 2013년에는 33만명을 유지할 계획이다. 증원분야는 주로 미래 전장환경에 대비한 사이버전문 요원과 정보분야, 그리고 지상전장에서 육군들과 함께 일할 전장통제요원 등이 주로 증원되게 된다. 해군은 2008년 예산안에 따라 항공기 획득계획을 감축 조정하여 단거리이륙 및 수직착륙기인 JSF기를 8대에서 6대로 축소 조정하고 그대신 7척의 함정건조계획은 계획대로 추진하기로 하였다. 미육군은 현재 48만5천명에서 2012년 54만7천명으로 증원되며 여단수도 42개에서 48개로 증강된다. 한편 상원국방위원회의 로버트 메넨데즈의원은 미국의 아프간 및 이라크전 경비가 하루에 2억8천만불, 월 800억불에 이르고 있는데 국방장관은 그 내용과 성과를 국민이 납득하도록 설명하라고 촉구하면서 2008년 예산안 통과가 순조롭지 않을 것임을 강력하게 예고하였다. 한편 방산업계 대표들은 2008년 국방예산에 관하여 대체로 낙관적인 견해들을 피력하였다. 보잉사대표인 짐 맥너니는 C-17 사업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잘 된 예산안이며, 예상했던 대로 짜여졌다고 평가하였다. L-3 컴뮤니케이션사의 마이클 스트라이언니스 대표와 노스롭 그루만사의 론 슈가 대표는 이번 예산안이 전력증강비보다 인건비를 비롯한 운영유지비의 증가폭이 더 큰 것을 지적하면서 미국의 중장기 미래대비가 소홀함을 우려하였다. 이 밖에도 많은 예산분석가들은 2008년의 국방예산이 크게 증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2년까지의 평균 증가율은 2.8%로써 여타 국가경제 분야의 증가율에 비해 낮음을 지적하면서 미래대비가 취약함을 강조하였다.
3. 국방예산 증액의 의미와 시사점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부시대통령은 전년대비 11.3%가 증액된 2008년도 국방예산안을 의회에 제출하였다. 전력증강비가 많이 증액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량확보 계획상 수치는 감소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국방예산 증가율이 생산비용의 증가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시대통령은 질곡에 빠져있는 아프간전과 이라크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병력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국방예산안 중 인건비를 포함한 운영유지비의 증가를 의미하는 것으로써 그동안 추진해온 국방변혁의 큰 방향에 역행하는 것이다. 또한 전력증강비를 큰 폭으로 증액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각군은 획득물량을 축소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부시행정부의 국방예산안이 국민과 군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범세계적 대테러전을 수행하면서 미래에 효과적으로 대비하는 경제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과제이다. 부시행정부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대내외적인 국면 전환을 시도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파는 우리에게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범세계적 대테러전 협조체제 강화 요구가 증대될 것이며, 주한미군의 방위비분담과 기지이전 협상에 대한 압박도 가중될 소지가 있다. 한국은 이같은 시사점들을 적극 고려하면서 중장기적으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미래 안보환경변화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는 적정국방예산의 안정적 확보와 한국군의 저비용고효율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국방개혁을 지속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국방저널> 2007년 3월 제399호 게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