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Free Opinion

일본 특파원 리포트 5

鶴山 徐 仁 2007. 3. 24. 17:59
대표미인 왜 간토에 집중돼 있나
2005-04-20
18961

일본의 대표미인은 간토지방에 집중돼 있습니다. 수년전의 한 통계를 보면 1967년 이후 일본 미인대회에서 입상한 ‘미스일본(저팬)’ 중 65% 가까이가 간토출신이었습니다. 간사이지역 출신은 22%정도였습니다. 간토가 간사이보다 무려 3배 가까이 많은 것이지요. 두 지역 미인들이 ‘미스일본’이나 ‘준 미스일본’ 등 일본 대표미인을 87%나 차지한 것입니다.

일본은 북쪽으로부터 홋카이도(北海道), 도후쿠(東北), 호쿠리쿠(北陸), 간토(關東), 주부(中部), 간사이(關西=긴키), 주고쿠(中國), 시고쿠(四國), 규슈(九州), 오키나와 등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처럼 많은 지역이 있는데 간토와 간사이에 대표미인이 집중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간토지방에 일반적인 미인이 집중돼 산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남남북녀’라는 말이 있듯이 일본에서도 도후쿠지방에 미인이 많다는 통설이 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는 ‘아키타 미인’하면 미인을 상징하는 말로 통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도쿄나 사이타마, 지바, 요코하마 등 간토지방 출신이 일본 대표미인의 60%이상을 차지할까요. 우선 지방 보다는 도시 출신이 미인대회에 출전할 용기가 많다는 점이 꼽힙니다. 도시출신, 특히 인구가 밀집한 간토지방 출신 여성들이 미인대회 출전에 적극적이라는 것이지요. 출전자가 많다보니 대표미인이 될 확률도 높은 거지요.

그렇다고 해도 역시 대도시가 많은 간사이지역 보다 간토가 대표미인이 많은 것에는 선뜻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역시 일본의 수도인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 여성들이 간사이 출신 보다 도시적이며 도전정신이 강한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입니다. 물론 수도권인 간토에 사람이 많다보니 예쁘고, 몸매가 좋은 미인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고 합니다.

도쿄 젊은이의 거리 하라주쿠에 늘어선 젊은여성들의 모습.

간토지역사람의 특징 또 하나. 간사이지역 출신에 비해 키가 작은 사람이 많았다고 합니다. 인체에 필요한 칼슘이 부족해서라고 하네요. 왜냐하면 간토평야지대의 토양은 칼슘이 부족한 하코네나 치치부, 그리고 후지산 등의 화산재가 두텁게 퇴적돼 있어, 그 곳에서 생산된 쌀이나 야채류 등에 칼슘 등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이런 퇴적토양을 통과한 수돗물을 마시는 것도 칼슘 부족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이 칼슘이 부족하면 사람성격도 격정적이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칼슘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식생활을 하고 있답니다. 멸치를 많이 먹기도 하지요.

이에 반해 간사이 지방은 칼슘이 풍부한 토양 지역이 많기 때문에 그 곳의 농산물이나 물을 먹는 간사이 사람들은 칼슘 부족의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한 일본인은 칼슘뿐만 아니라 철도 부족해서 옛날부터 일본에서 무쇠솟을 이용한 나베(찌게류)음식이 발달했다고 얘기하기도 합니다. 음식을 끓일 때 녹아나는 철을 섭취, 철분부족을 해결했다는 것이지요.

‘미스일본-준 미스일본’ 87%나 차지

연인들이 피해야 할 데이트장소. 징크스와 관련된 얘기도 흥미롭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덕수궁 돌담길을 애인과 함께 걷고 나면 헤어지게 된다.”는 말이 있지요? 그런데 간사이 지역과 간토지역은 이 징크스 면에서 다르다고 합니다.

간사이 지역 연인들 사이에는 밤풍경이 환상적인 오사카성의 밤데이트를 피하라는 ‘미신’이 전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로 보면 임진왜란 원흉인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애첩 요도기미(淀君)의 망령이 질투, 사랑을 깨지게 한다는 것입니다.

도요토미는 1598년 정유재란의 혼란 속에서 병사합니다. 그는 죽기 직전 유일한 혈육인 다섯 살의 어린 아들 히데요리(秀賴)의 후계자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애틋한 부정(父情)을 보이기도 했지요. 물론 히데요리가 히데요시의 친아들이 아니라는 설도 있습니다. 히데요시 사망 때 20대 중반이었던 애첩 요도기미가 정부와 사통해 낳은 자식이라는 것이지요.

요도기미의 야망도 대단했다고 합니다. 히데요리를 히데요시에 이은 일본 천하의 주인으로 하려했으나, 히데요시 사후 17년인 1615년 도쿠카와 이에야스에 의해 오사카성이 함락되면서 모자가 함께 할복을 강요당했습니다. 이로서 도요토미 일족은 멸문의 화를 당한 것이지요. 그 요도기미의 원혼이 최후의 거처였던 오사카 8경중 하나인 오사카성 주변을 떠돈다는 것입니다.

간토지역 연인들의 징크스는 현대적입니다. 유명 놀이시설인 도쿄디즈니랜드에 함께 가서 데이트를 하고 나면 헤어진다는 징크스가 있어 간토 연인들이 기피한다고 합니다. 이유는 디즈니랜드의 경우 주말에 놀이시설을 타기 위해서는 하주종일 기다려야 겨우 몇 개를 탈 수 있는데, 기다리다 다투고 헤어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간사이-간토 지역의 차이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통계가 최근 또 공개됐습니다. 올해 들어 진행된 2006년 독일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축구 경기의 TV중계 시청률이 간토지방이 간사이 지방 보다 매번 높은 것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도시적이고 도전정신이 강한 것도 원인

비디오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9일의 일본과 북한의 경기는 간토가 47.2%, 간사이가 43.5%였습니다. 이어 3월25일 이란 대표와의 경기는 간토가 37.9%, 간사이가 35.6%였고, 3월30일 바레인과의 경기는 간토가 40.5%, 간사이가 32.6%로 무려 8% 가깝게 차이가 났습니다.

이런 축구경기 시청률 차이는 2002년 월드컵 경기 때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과 벨기에, 러시아, 튀니지, 터키 등과의 경기의 경우 모두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8%까지 시청률 차이를 보였습니다. 역시 간토지역이 높았지요.

이를 두 지역 주민들의 문화차라고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간사이 사람들이 축구를 싫어해서라기보다는 간사이 주민들에게는 열렬한 응원의 대상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스가 있기 때문에 조금은 축구에 관심이 덜하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축구중계에 대한 사전 예고방송을 접할 기회가 간토지방 주민들에게 더 많은 것도 시청률 차이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경기가 간사이에서 열리느냐, 간토에서 열리느냐도 어느 정도 있답니다. 물론 2002년 월드컵 일본과 튀니지의 경기가 오사카에서 열렸지만 그 때도 간토지역이 간사이보다 1.2% 높았듯이 지역 차는 분명 있습니다.

이전에도 전해드렸지만 두 지역간 문화차는 급격히 엷어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에 간토사람은 좌측통행, 간사이사람은 우측통행이었답니다. 간토에는 무사들이 살았기 때문에 유사시 오른손으로 즉각 칼을 뽑기 위해 좌측통행을, 상인의 도시 간사이 사람은 목욕탕 가기를 즐겨 오른손에 든 목욕용품통이 다른 사람과 충돌하지 않도록 우측통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도쿄 전철역 중에서 좌측, 우측통행표시가 혼재돼 있듯이 지역 차는 과도기입니다.

분명 세계화 시대를 맞아 일본의 간토와 간사이의 문화차이는 좁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세하면서도 의미 있는 차이는 여전합니다. 아울러 지역의 문화적인 차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고, 고유한 사투리, 기질 등 전통문화를 살려나가는 것도 그 나라 전체의 문화를 풍부하게 하는데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taein@seoul.co.kr

너무나 ‘일본적’인 휴일-휴가
2005-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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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휴일은 외부인이 보면 선뜻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습니다. 달력으로 보는 휴일과 실제 휴일이 다른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돼 있는 휴일은 1년 중 15일인데 실제 사람들이 다 같이 쉬는 날은 그 보다 상당히 깁니다.

휴일 벚꽃놀이를 하고 있는 도쿄시민들


우선 이른바 ‘골든위크’‘황금연휴’라고 불리는 4월말에서 5월초의 집단휴가. 올해는 이 기간 무려 열흘간 쉬는 기업이나 자영업자들이 많습니다. 4월 29일 미도리의 날부터 5월8일 일요일까지지요.

이 기간 중에는 공휴일이 아닌, 월요일(2일)과 금요일(6일)이 끼어있습니다. 3일은 헌법기념일, 4일 국민의 휴일, 5일 어린이날이지요. 그런데 상당히 많은 기업이 이 기간 직원들에게 집단휴가를 사용케 하고, 많은 자영업자들도 쉬게 되어 이른바 황금연휴가 되는 것입니다.

올해는 그야말로 오랜만에 찾아온 10일짜리 연휴가 될 수 있는 해입니다. 경기가 좋은 도요타자동차 등 대기업들은 당초 황금연휴도 예상됐으나, 법정공휴일만 쉬기로 최종 확정됐다고 합니다. 때문에 사원들은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8월 15일을 전후한 오봉연휴도 아주 ‘일본적’입니다. 이 기간 법정 공휴일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도쿄 등 수도권의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 기간 사무직을 위주로 집단휴가에 들어갑니다. 공무원들도 마찬가지지요. 이 기간에 휴가를 집단으로 하면서 일본 전국적으로 지역별 축제인 ‘오봉마쓰리’가 진행되는 곳이 많습니다.

이 오봉연휴는 수도권에서는 양력 8월15일 경에 하지만 지방에서는 음력으로 8월15일 전후에 합니다. 우리로 견주어 보면 매년 8월 첫째 주 쯤에 동대문시장, 평화시장, 을지로 인쇄골목 등 자영업자들이 집단으로 휴가를 하는 것과 유사합니다.

4월말~5월초 ‘황금연휴’ 10일씩 쉬기도

선뜻 이해하기 힘든 휴가가 연말연시 휴가입니다. 12월 29일부터 1월3일까지 6일간이나 관공서가 쉬고, 기업들도 유사하게 쉽니다. 전국이 일제히 휴가에 들어가는 것이지요. 그런데 달력에는 1월 1일만 공휴일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왜 그렇게 오랜 기간 쉬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회사원에게 물어 봐도, 공무원에게 물어봐도 “관습적으로 쉬는 것 같다.”는 말만 되돌아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휴가는 공무원 관련 규정에 있습니다.‘근무시간, 휴가 등에 관한법률’에 연말연시는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해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해서 6일간 쉰다고 돼 있습니다. 기업들은 휴가제도를 활용해 쉰다고 합니다.

법정공휴일들을 보면 1월1일은 우리로 치면 설날입니다. 이날은 싱싱한 소나무와 대나무로 문 앞에 ‘가토마쓰’를 장식하고, 가가미모찌를 만들어 신에게 바칩니다. 이미 소개드렸지만 신사를 찾아 하쓰모우데도 합니다.

1월 15일은 성인의 날로 휴일인데, 올해는 그 날이 토요일이어서 월요일인 10일이 휴일이었습니다. 일본은 법정공휴일이 토요일이면 그 주 월요일로,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날인 월요일로 바꿔 쉽니다. 휴일이 주중인 경우 연휴가 되도록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옮기지 않고, 연말연시 휴가도 없기 때문에 일본에 비해 쉬는 날은 적습니다.‘주 5일제’도 일본이 먼저 시행하고 있지요. 반면 우리는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총선거, 지방선거일 등을 임시공휴일로 하지만, 일본은 국회의원선거나 지사, 시장선거 등이 일요일에 이뤄집니다.

물론 일본 회사원들이 그리 한가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제가 아는 도요타자동차, 후지제록스, 도쿄전력 등의 회사원들을 보면 지난해와 올해 야근을 밥 먹듯 했습니다. 야근도 밤11시 이후까지 할 때가 많다고 합니다. 업무가 밀릴 때는 며칠간 새벽까지 야근을 하기도 합니다. 일할 때는 뜨겁게, 쉴 때는 화끈하게 쉬는 것 같습니다.

휴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로 옮겨

이어 2월 11일이 건국기념일, 3월21일쯤이 춘분의 날, 되풀이하지만 4월 29일이 미도리의 날(식목일)이고 5월 3일이 헌법기념일, 4일이 국민의 휴일, 5일이 어린이날입니다. 어린이날에는 동네 대중목욕탕 어린이들에게 ‘창포탕’을 서비스합니다.

5월초 황금연휴기간 도쿄시내 한 주택가에 걸려있는 '코이노보리 장식'. 코이노보리에는 잉어(코이)가 황하강을 거슬러 올라(노보리) 강의 수원지에 다다르면 용이 된다라는 전설에 따라, 잉어가 용이 되는 것처럼 자식들이 건강하게 자라서, 장래에 훌륭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단오절의 풍습이 남아있어 창포물에 목욕해 씩씩하고 다부지게 자라도록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이 때는 장수를 기원하는 잉어모양의 장식품인 코이노보리를 세우고, 무사인형도 세워 아이들이 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염원을 표시합니다.

7월20일은 바다의 날입니다. 9월 15일이 경로의 날, 9월 23일쯤이 추분의 날입니다. 10월
10일(두번째 월요일)은 체육의 날, 11월 3일은 문화의 날입니다. 11월 23일은 근로감사의 달이고 12월 23일은 현재의 일왕인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천황탄생일’ 입니다.

현재의 일왕생일이 휴일이라는 점은 다른 입헌군주제 나라들도 그렇기 때문에 납득이 갑니다. 하지만 ‘천황’관련 휴일은 또 있습니다. 2월11일 건국기념일은 초대 일왕인 진무천황이 기원전 660년 즉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입니다. 우익들이 이 날을 일본의 정통성을 강조하는 날로 이용, 진보적인 인사를 중심으로 반대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7월 20일 바다의 날은 1876년 메이지천황이 최신식 배를 타고 홋카이도를 거쳐 요코하마에 귀향한 날이고, 11월 3일 문화의 날은 메이지천황의 생일이었으나 이날 왕궁에서 문화에 공로가 큰 사람들에게 훈장을 수여하면서 문화의 날이 됐습니다. 여기다 쇼와천황의 생일인 4월 29일을 미도리의 날에서 ‘쇼와의 날’로 변경키로 했으니 일왕들이 관련된 휴일만 무려 4일이나 됩니다. 그래서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천황’관련 휴일이 늘어나는 것을 일본사회 우경화의 상징적인 흐름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습니다. 1945년 일본이 2차대전에서 패전한 뒤 신의 존재에서 강제로 인간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던 쇼와천황. 그 ‘쇼와의 날’ 부활이 으스스한 우경화흐름과 연결되는 것이지요. 그래서 이런 일본의 움직임을 이미 숨진 북한의 김일성 전 주석의 생일인 4월 15일을 ‘태양절’이라며 경축하는 북한의 전체주의적 모습과 연결시키는 시각도 있는 것 같습니다.

taein@seoul.co.kr

왜 도요타자동차 열풍인가
2005-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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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요타자동차는 수년전부터 세계 자동차업계, 나아가 세계 제조업계에서는 신화를 만들어가는 회사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본은 물론이거니와 한국과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들이 ‘도요타 배우기’ 열풍입니다.

도요타의 작업 방식인 JIT(Just In Time-정확한 시간에 부품 대기)나 가이젠(개선의 일본식 발음으로 끊임없이 개선을 해야 한다는 도요타 사원들의 근무수칙) 등은 세계적인 경영학 용어로 자리 잡았고, 대형서점에서는 도요타관련 서적들이 넘쳐납니다.

도요타자동차 한 간부는 최근 “우리가 놀랄 정도로 회사가 급성장하고 있다. 확장 규모와 속도가 너무 빨라 걱정”이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미국 GM(제너럴모터스)에 이어 자동차 생산 규모 2위 업체로 도약했지만 내용상으로는 최고의 자동차 업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규모면에서의 1위도 시간문제라고 얘기되곤 합니다.

물론 도요타자동차 사람들은 끊임없이 ‘위기’를 강조합니다. 지난해 경영성과를 보면 사상 최고의 순익을 냈지만 그래도 위기라고 합니다. 조 후지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물론 제가 만나본 노조 간부들이나 일반 사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노조는 임금인상을 자제하면서 연구개발비나 설비투자에 협조를 하고 있습니다. 위기, 위기, 또 위기의식으로 뭉쳐있습니다.

아이치 만국박람회장의 도요타그룹관.

도요타 열풍은 지난 5월 10일 오후 도쿄시내 증권가가 몰려있는 니혼바시 인근의 로얄파크호텔에서 도요타자동차의 결산발표회에서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이날 발표에서는 도요타자동차가 2년 연속 1조엔(약 10조원)이 넘는 순익을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었습니다.

이날 발표회는 호텔 3층 연회장에서 열렸지만 호텔 1층부터 도요타자동차의 상징적인 차모델들이 전시됐고, 온통 도요타 열기로 가득했습니다. 발표회 1시간 전부터 일본 언론인과 애널리스트, 투자가는 물론 세계 각국의 보도진이 몰려들었습니다.

정확히 오후3시가 되자 조 후지오 사장을 선두로 와타나베 가쓰아키 부사장, 스즈키 다케시 전무, 가나다 신 상무, 하타 다카시 상무이사 등 회사 핵심경영진들이 입장했습니다. 모두의 얼굴은 세계적인 자동차업체의 경영진들로서 자신감이 넘치고 웃음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2년 연속 순익 10조원 넘어

특히 오늘의 도요타 신화를 이끈 조 후지오 사장은 결산 발표를 직접 하고, 20개 가까운 까다로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답변하는 힘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래서 일본의 전경련이라고 할 수 있는 차기 게이단렌 회장으로 거론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 후지오(張 富士夫-69) 사장은 6월 23일 주주총회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지금의 와타나베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게 됩니다. 조 사장은 1999년부터 도요타자동차 사장을 맡으며 도요타의 신화를 만개시킨 인물로 꼽힙니다. 그는 사석에서 “나의 몇 대 조상은 한국 쪽일 것”이라는 농담(?)을 하기도 합니다.

세계 각 국의 보도진도 취재열기가 가득했습니다. 500명 가까운 보도진과 애널리스트들이 몰렸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었습니다. 도요타의 업적에 세계가 주목한다는 점을 의식, AP나 로이터통신 등은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즉시 전송하기도 했습니다.

두 시간 가깝게 진행된 이날 발표회 및 질의응답을 통해서는 “일본 언론인들이 도요타자동차에 대해서는 공격적인 질문은 피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나마 한 애널리스트가 “왜 도요타자동차는 업적이 좋은데 주가가 올라가지 않은가.”라고 까다롭게 질문한 것은 투자가들을 위해 당연히 했어야 할 질문으로 보였습니다.

도요타 결산발표장의 조 후지오 사장(왼쪽)과 와타나베 부사장.
도요타 결산발표장에는 세계 각국의 보도진이 몰려들어 뜨거운 취재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도요타자동차의 위력은 일본 현지에서 만난 많은 일본인들이 인정합니다. 우선 대학생 상대 여론조사에서 ‘취업하고 싶은 기업’ 1, 2위권에 도요타자동차가 위치하는 것은 도요타의 힘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일본사회의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도요타 비판이나 공격은 피하는 현상입니다. 정치인들은 물론입니다. 한 정치인은 “도요타자동차는 정치인들에게는 소중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정치자금원이라는 것이지요. 실제 도요타자동차의 오쿠다 회장은 일본 게이단렌 회장으로서 정치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합니다.

일본 최대의 노동단체인 렌고(聯合) 간부들도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부정적인 질문에 대해서는 극력 꺼립니다. 도요타자동차 5만 8000여명의 조합원이 렌고 소속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당연히 회원사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할 수도 없지요.

언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도요타자동차는 언론들에게는 중요한 광고주이기 때문에 부정적인 기사는 찾기 어렵습니다. 최근 도요타자동차 미국 법인이 79만여 대에 대한 자주적 리콜을 실시했다는 기사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국민의 애정과 자부심이 ‘힘’

무엇보다 일본 국민들이 도요타자동차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합니다. 많은 일본인들이 도요타자동차가 이룩한 경이적인 경영성과에 대해 입에 침이 마를 정도로 칭찬합니다.“한국에 삼성전자가 있다면 일본에 도요타자동차가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일본 국민들의 사랑이 있기 때문에 도요타자의 신화도 가능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도요타맨’들은 일본 다른 기업이나 공기업, 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이미 밝혔듯이 일본 최대의 경제단체인 게이단렌 회장은 도요타의 오쿠다 히로시 회장입니다.

조 후지오 사장은 게이단렌 부회장으로 내정되었습니다. 9월 25일까지 열리는 아이치 만국박람회를 이끄는 일본국제박람회협회 회장은 도요타 쇼이치로 도요타 명예회장이 맡고 있습니다. 이 밖에 일본우정공사 부총재, 수도고속도로 회장, 리소나홀딩스 이사, 중부국제공항사장, 중부경제연합회 회장 등도 도요타맨들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도요타자동차의 앞날이 장밋빛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명성이 쌓일수록 경쟁자들의 도전은 거세집니다. 실제 미국시장에서는 유형, 무형의 무역분쟁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일본 내 일각서도 “도요타의 신화를 위해 많은 부품업체 등이 서러움을 겪는다.”라는 비판도 있습니다. 부품을 정확한 시간에 대기 위해(JIT), 부품을 실은 자동차가 도요타시 도요타공장 주변을 몇 바퀴나 맴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지요.

무엇보다 시장의 평가라고 할 수 있는 주가가 발행주식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영 신통치가 않습니다. 최근 수개월간 4000엔(약 4만원) 안팎이었고 사상 최고의 순익을 기록했다고 밝힌 5월에조차 3900엔대로 밀려있습니다. 도요타 앞날의 중요한 시사점이라고 합니다.

와타나베 부사장은 결산발표회장서 주가가 싸다는 지적에 “매우 어려운 문제다. 회사의 DNA를 포함, 열심히 공부-연구하겠다.”며 곤혹스러워했고 다른 고위급 경영진들도 이에 대해서만큼은 시원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이런 문제가 있긴 하지만 도요타 열풍은 일본을 넘어 세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들의 애정이 없었다면 불가능할 것이란 얘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우량기업에 대한 평가는 적절하게 매겨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있기까지는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애정이 필수적”이라는 도쿄 주재 기업인들의 말을 되새겨봅니다.

taein@seoul.co.kr

길가의 가로수에도 역사가 있다
2005-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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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치는 가로수에도 역사가 있고, 과학이 있고, 환경공해 극복 등 미래를 대비한 철학이 담겨있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습니다. 그저 서울에서는 은행나무나 플라타너스나무가 많다는 것과, 60~70년대 지방 국도변에는 포플러나무가 한여름 그늘을 만들어주던 것이 가로수에 대한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도쿄신문의 가로수 관련 일요판특집이 시선을 끌었습니다. 지금의 일본 가로수 역사는 8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메이지 초기(1860년대 후반 이후)의 일본정부가 서구를 모델로 해 가로수를 근대도시 정비의 요체로 도입하면서 본격화됐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순조롭게 가로수 조성사업이 이루어져 현재는 시민들에게 친숙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1970년대 들어 가로수가 공해대책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러면서 환경보전효과가 큰 상록활엽형 가로수가 늘었다고 합니다. 물론 겨울이 비교적 온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지요.

오늘날 가로수의 역할은 매우 커지고 있습니다. 우선 일상생활에 지친 도시민들이 녹색 가로수를 보면 마음이 느슨해지게 하는 뇌파중의 알파파를 증가시켜주는 소중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도쿄시내 스기나미구 오메가도의 은행나무 가로수.

도시미관을 증대시키고, 새나 곤충 등 생물의 소중한 서식처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소음공해 문제가 부각되면서 잎이 무성한 가로수가 소음을 현저하게 떨어뜨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에 가로수 그늘이 소중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나뭇잎에서 습기를 발생시켜 주위의 온도를 떨어뜨리는 기능도 있다고 합니다. 여름에 큰 가로수 한그루가 발산하는 수분의 양이 200~400ℓ라는 통계가 있으니 놀라울 정도지요?

지구온난화 방지역할도 톡톡히 해냅니다. 광합성에 의해 온실효과가 있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니 인간에게는 소중한 존재이지요. 직경 30㎝의 녹나무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가 무려 640㎏이라고 합니다. 대단하지요?

대기정화기능도 수행합니다. 이산화질소나 이산화유황 등 오염물질을 빨아들이기도 하며, 분진을 잎사귀에 흡착시켜버리기도 합니다. 화재발생시에는 방화벽 기능도 수행, 불이 확산되는 것도 막아줍니다. 운전자의 시각적 피로감을 덜어줘 교통안전기능도 있습니다. 지진시에는 무너진 건물을 버티게 해, 피난로 확보역할도 수행합니다.

여름엔 그루당 수분 발산량 200~400ℓ

일본의 가로수는 우리나라와는 수종이 상당히 차이가 있습니다.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많습니다만 특히 도쿄나 그 남서쪽은 우리 보다 겨울 기후가 온화하기 때문에 상록활엽수가 많은 것도 특징입니다. 물론 홋카이도나 도후쿠 등 추운지방은 다르지요.

일본의 가로수 종류는 국토기술종합연구소에 따르면 504수종, 678만 5750본(2002년 기준)입니다. 가로수의 중요성이 증대하면서 1987년에 330종 371만본이던 것이 15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합니다. 상위 10종의 가로수가 전체의 49%를 차지합니다.

1위는 은행나무로 61만 8516본이 심어져 있습니다. 2위는 52만 491본인 벚나무류, 3위는 47만 5574본인 느티나무입니다. 4위는 34만 2885본인 미국산 층층나무입니다. 5위는 중국단풍으로 33만 54본, 6위는 28만 6166본인 녹나무입니다.

그 뒤를 이어 7위는 한국에서도 익숙한 플라타너스로 20만 5010본이고, 8위는 매우 단단한 마가목으로 19만 6214본입니다. 9위는 17만 6188본인 애기동백이고, 10위는 단풍나무계열인 모미지바우로 14만 9401본입니다.

이들 상위 10위권의 가로수 중에서 6위인 녹나무와 9위인 애기동백을 제외한 8개 가로수는 모두 낙엽송으로 겨울에는 옷을 벗어버립니다.


도쿄시내의 도쿄대 앞 혼고도오리에 있는 상록가로수. 누렇게 익어가는 열매가 탐스럽다.

가로수의 특색도 다양합니다. 은행나무는 중국원산으로 암-수 딴몸으로 가을에 수확하는 열매나 단풍잎은 의약재로 쓰입니다. 벚나무류는 장미과로 수백종이 있지만 가로수로는 왕벚나무, 겹사쿠라 등 극히 제한적으로만 이용되고 있습니다.

느티나무는 우리나라에서는 동네 정자의 그늘나무나 당산나무로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 되곤 했지요. 일제 식민시대에는 마을주민들이 대동단결하는 매개체라며 일제가 수많은 느티나무를 잘라내버린 일은 아픈 과거사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시민자원봉사제도 가로수에도 활용

미국산 층층나무는 멕시코 원산으로 일본이 벚나무를 미국에 기증(워싱턴의 벚꽃이 유명)하자 그에 대한 답례로 기증된 나무입니다. 중국단풍은 중국원산으로 에도시대(1603~1860년대)에 일본에 도입됐습니다. 녹나무는 생장속도가 느리지만 거목이 되는 게 특징이며, 수명도 길고 해충에도 강해 가구나 건자재로도 애용됩니다.

플라타너스는 한국이나 일본은 물론 세계적으로 널리 보급된 ‘세계 가로수의 왕자’격으로 미국이나 유럽 등지에 가도 쉽게 볼 수 있는 수종입니다. 마가목은 일곱 번 아궁이에 넣어도 타다 남을 정도로 단단한 나무라는 속설이 있어 유명합니다.

9위의 애기동백은 일본 원산으로 사철 푸르름을 과시합니다. 동백나무와는 조금 다르지만 꽃이 비슷하게 생겨 동백으로 착각하게 만듭니다. 모미지바후는 멕시코 원산의 단풍나무로 20세기 초반 일본에 도입된 나무입니다.

일본의 가로수는 도로법에 따라 ‘도로의 부속물’ 로 규정되어 있고, 도로구조령에는 도시부를 지나는 일반도로 가운데 차의 통행량이 많은 1급, 2급 도로에는 가로수를 심는 ‘식수대(植樹帶)를 설정해두고 있습니다.


세계의 가로수 역사는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10세기에는 히말라야 산록에 만들어진 가도에 가로수가 있었다는 기록도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759년 과일을 수확할 수 있는 나무를 주요 7개 도로에 심도록 한 ‘태정관부(符)’가 있었다고 합니다. 에도시대에는 가도 보수가 진행돼 삼나무나 소나무가 적지 않게 심어졌습니다.

가로수가 갖추어야 할 조건도 까다롭습니다. 여름에는 그늘을 제공해야 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햇볕을 차단하면 안 됩니다. 배기가스에도 견뎌낼 수 있어야 하고, 물이 부족한 토양에서도 자랄 수 있어야 합니다. 병해충에 강해야 함은 기본이지요.

악취나 독성, 가시가 없어야 합니다. 경제성도 중요합니다. 은행처럼 열매가 식용이나 약용으로 쓰일 수 있으면 아주 좋겠지만 관리비가 적게 들어야 합니다. 여기다 꽃이 피고, 단풍이 들거나 열매가 맺혀 계절감을 느낄 수 있게 하면 금상첨화이겠지요.

일본의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자원봉사제도를 가로수에도 활용합니다. 나무에는 ‘***를 양자로 한다’는 명찰을 붙여 시민이 가로수의 수양부모가 되어 청소나 제초, 가로수 심기, 관리 등을 하도록 합니다. 지자체는 도구를 제공하고, 쓰레기의 회수, 수양부모의 이름을 적은 명찰 게재, 상해보험 가입 등을 해줍니다.

이처럼 시민과 공공기관이 협력, 공공시설을 관리하는 체계가 근래 들어 급속하게 보급돼 2004년 한 해 이런 사례가 6500단체에 달했다고 합니다.(참고로 이 기사는 높이가 수m이상인 큰 가로수만을 썼고, 철쭉이나 쥐똥나무 등 관목류는 제외시켰습니다.)



taein@seoul.co.kr

목욕탕도 변해야 산다
2005-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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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중목욕탕 ‘센토’가 위기에 처했다고는 하지만 ‘변하면 살 수 있다.’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제가 사는 도쿄 시내 중산층 밀집지역도 대중목욕탕들이 대부분 위기라고 하지만 성공적인 변신을 시도하는 곳이 있어 소개합니다. 변해야 산다는 말을 실감시켜 줍니다.

수십 년 된 임천탕이라는 한 센토는 손님을 끌기위해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그 목욕탕은 제 집에서 멉니다. 걸어서 20분정도 걸립니다. 그래도 저는 단골손님이 됐습니다. 그 목욕탕까지 가는 중간에 3개의 다른 목욕탕이 있지만 거의 가지 않습니다.

주택가 한가운데에 있는 이 센토는 부지나 건물면적 면에서는 다른 센토와 유사합니다. 남탕이나 여탕의 배치도 비슷합니다. 욕장의 면적도 비슷합니다. 다른 것이 있다면 곳곳에 손님을 배려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점입니다. 작지만 아주 기분을 좋게 해주는 시설들입니다.

온탕이 있고, 인근의 다른 센토에는 없는 냉탕도 있습니다. 매우 좁지만 그래도 느낌이 다릅니다. 전기탕이라는 것도 있고, 약재탕도 있습니다. 저온소금탕도 있으며 건강에 좋은 성분이 포함됐다는 돌판도 여기저기 붙여놓았습니다. 대부분의 탕들은 두 사람이 들어가기도 어려울 정도로 좁지만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 손님들이 찾는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현 반다이산의 천연온천. 반다이산은 1888년 7월 사전징후도 없이 대폭발, 460여명이 숨진 대표적인 활화산이다. 산허리의 계곡에 천연온천수가 용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온탕의 물 온도가 그다지 높지 않은 것도 차별화로 보여집니다. 도쿄의 센토는 옛 에도시절 무사들의 엄격한 규율 문화가 남아 있어 43~45도의 뜨거운 탕이 많지만 이 센토의 온탕은 온도가 아주 적당합니다. 역한 소독약 냄새도 덜합니다.

사우나 시설도 별도로 만들어 200엔(약 2000원)을 받는데 이용하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사우나이용료가 500엔인 시내의 다른 센토의 경우 사우나 이용자가 거의 없는 것과 대비되는 풍경입니다. 가격을 현실화 할 경우 손님들이 찾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지요. 휴게실에는 마사지기와 협압계도 비치, 손님들이 건강을 도모하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센토는 저울이 어른 키만한 60년대 유행했던 것이고, 벽면의 후지산 그림은 3년 전에 그려졌으며, 물통이나 깔판도 낡았지만 모두 깔끔합니다. 센토의 외형도 낡은 모습 그대로지만 주인의 정성과 변신노력이 여기저기 배어 있어 인상적입니다.

손님 배려한 시설로 경쟁력 갖춰

역시 발상을 전환하고, 손님의 욕구에 따라가다 보면 아무리 현대적인 사우나나 대형 온천이 인근에 들어선다고 해도 변화에 느린 일본 손님들을 상대로 살아남을 경쟁력을 갖추게 되는 것인가 봅니다. 이 센토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현대적 사우나나 대형 온천욕장이 있습니다.

센토를 제법 오랜 기간 이용하면서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됐습니다. 밤늦게는 물론 낮에도 거의 모든 남자 손님은 센토에서 면도를 합니다. 얼굴에 거품을 하얗게 칠하고는 열심히 면도를 합니다. 우리는 보통 아침에 하지요? 조금이나마 집의 물을 아끼기 위해서랍니다.

때밀이가 없는 것도 센토의 특징 중의 하나입니다. 아울러 일본인들이 센토에서 때를 미는 모습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때밀이 타월과 비슷한 것으로 샴푸를 칠해 온몸을 몇 번이고 박박 문지릅니다. 발바닥의 묵은 때를 특유의 도구로 미는 것은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샴푸를 많이 쓰는 것도 큰 특징입니다. 대부분 집에서 직접 가져온 샴푸로 거품을 무지무지 많이 내면서 목욕하는 모습이 한국과는 대조적입니다. 아울러 벽 너머 여탕 쪽은 어느 센토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자주 들리지만 남탕은 너무 조용합니다.

우리나라와 확연히 대비되는 목욕탕 풍경 하나. 배 나온 남성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여기저기 목욕탕에 가 봐도 일본에는 배나온 남성이 많지 않습니다. 저만 그렇게 보는 게 아니고 서울에서 온 사람들 역시 그렇다고 찬성합니다. 아직 원인은 찾지 못했습니다. 비만도에 대한 양국 비교 통계수치도 보지는 못했습니다.

일본의 목욕문화는 6세기에 도래한 불교를 통해 보급되었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불교를 통해 몸을 정갈하게 하기 위한 목욕 습속이 전해졌고, 지금도 오사카 인근 나라의 동대사 등에는 그 당시의 목욕시설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절의 목욕시설을 서민들도 이용했답니다.

이어 점점 목욕문화가 일반에게 침투하면서 에도시대에는 센토라는 이름으로 널리 보급되었다고 합니다. 그 에도시대에는 센토가 보통 남녀혼욕이어서, 전기가 없었던 시절 어두운 센토 안에서 풍기문란 행위가 잦았다고 합니다.

바쿠후는 수차례 혼욕금지조치를 내렸지만, 그 때마다 흐지부지되곤 하다가 1840년대 초 강력한 개혁조치로 욕조중앙에 나무벽을 설치하거나, 탈의장을 남녀로 구분하는 등의 현대적 센토가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이후 남성-여성전용 센토도 생겨났답니다. 혼욕금지는 메이지유신 이후인 19세기말 더욱 강력해졌습니다.

과거엔 혼탕에서 풍기문란 잦아

물론 현재도 각 도-도-부-현 조례로 혼욕을 금지(대부분 7세 이상)하고는 있지만 법 보다는 관습이 앞서 아직도 지방의 많은 ‘온천’들은 혼욕문화가 남아 있습니다. 도쿄도의 경우 조례로 남녀가 10세가 넘으면 센토에서 함께 목욕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도쿄도욕장조합홈페이지 www.1010.or.jp)

현재 센토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고 사라지는 곳도 많습니다. 사라지는 센토(주차장 등으로 변신)가 한 해에 300개 가깝다니 “하루에 한 개 가깝게 센토가 없어지고 있다.”는 말이 푸념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 일본 전국욕장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6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1만 7600여 곳이던 전국의 센토는 70년대 초반 1만 5700개 수준으로, 70년대 말에는 1만 4500여개로, 그리고 그 후 10년간은 무려 4천여 곳이 줄어 80년대 말에는 1만 600여 곳이 됐습니다.

1990년대 들어서는 센토수가 1만 곳 이하로 줄어들고 이후에도 매년 줄어드는 현상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2003년에는 5532 곳으로, 지난해에는 5267 곳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지역주민들의 사교장으로도 이용되던 센토가 정녕 위기에 처한 것이지요.

올해는 센토들의 위기가 더 심하다고 합니다. 현대적 시설을 갖춘 사우나 등이 속속 출현하고 있습니다. 대형 온천이 개발돼 손님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연료인 유가도 급등했습니다. 그렇지만 센토주인들은 “물가안정시책에 따르겠다.”며 요금인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 같은 위기의 센토를 살리기 위해 일본 후생노동성이나 지방자치단체들이 나섰지만 큰 효과는 없는 모양입니다. 일부 모범업소를 선정, 자치단체가 지원하기도 합니다. 센토에는 혈압계나 체지방계 등을 설치하고, 고령자들의 사교장, 건강체조 보급 장으로도 활용토록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가 다르게 현대식 시설을 갖춘 대형 사우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동네의 작은 목욕탕이나 소형사우나는 폐업하는 곳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서민들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는 대중목욕탕들도 무한경쟁은 피해가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지요.


taein@seoul.co.kr

보너스, 신나는 기다림
2005-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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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월급쟁이들도 상여금(보너스)은 가뭄에 단비 같은 존재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보너스가 여름철(6월)과 겨울철(12월) 두 차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일본의 (실적 좋은 회사)월급쟁이들은 올여름이 설렙니다. 다이이치생명보험경제연구소는 민간기업의 올 여름 보너스 평균 지급액이 작년 대비 2.4% 증가한 41만5000엔, 미즈호증권은 1.9% 늘어난 41만3000엔에 달할 것으로 봤습니다. 기업수익이 개선돼 종업원에게 이익을 환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을 여름보너스 지급액이 늘어난 배경으로 분석했습니다.

주말오후 일본의 대표적인 젊은이의 거리인 도쿄시내 하라주쿠 다케시타도오리를 꽉 메운 인파.

하지만 실제 월급쟁이들이 느끼는 체감지수는 차이가 많습니다. 대기업을 위주로 경기가 좋았던 자동차, 철강회사 등의 사원들은 두둑한 상여금에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다고 합니다.

반대로 중소기업 등의 사원들은 사정이 딱합니다. 보너스가 늘었다는 통계가 발표되면 상대적 박탈감에 속이 상한다고도 합니다. 보너스가 늘어난 사람들은 액수가 왕창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은 보너스가 그대로이거나 줄거나, 심지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일본의 20대 회사원 상대의 한 조사에(20대라는 점을 전제로 한 것입니다.) 따르면 올해 여름 보너스가 지급되느냐는 질문에 69%가 ‘그렇다’고 응답했습니다. 31%는 보너스가 없다고 대답했습니다.

여름보너스 액에 대해서는 26~50만엔이라고 응답한 사람이 58%로 압도적로 많았고, 51만~100만엔이라고 응답한 사람은 22%였습니다. 101만엔 이상은 3% 였습니다. 반면 1만~25만엔이라는 응답자도 17%에 달했습니다.

보너스를 받지 못한 사람 중 ‘정사원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55%에 달해, 아르바이트나 임시직 사원들의 비애를 읽을 수 있게 했습니다. 업적부진은 6%였고, 연봉제이기 때문이란 사람도 24%나 됐습니다.

대기업은 ‘두둑’ 중소기업은 ‘박탈감’

일본의 젊은이들은 보너스를 받으면 무엇을 하고 싶을까요. 컴퓨터나 전자제품을 구입하겠다(23%)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저금을 하거나(21%),양복이나 옷을 사고 싶다(17%)는 응답도 적지 않았습니다. 14%는 여행에, 11%는 자동차 구입 등에 쓰고 싶다고 했습니다.

가장 갖고 싶은 전자제품으로는 개인용 컴퓨터가 24%, 휴대전화나 MP3플레이어가 13%였습니다. TV(11%), DVD레코더(10%), 디지털카메라(9)가 뒤를 이었습니다.

이들에게 ‘지금 당장 25만엔(약 250만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면 어디에 쓰고 싶은가’ 라고 물었을 때 해외여행이 18%로 가장 많았고, 양복구입(16%), 국내여행(15%) 등을 들어, 여행선호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컴퓨터관련제품 구입(12%)이나 인테리어관련품 구입(9%)이 뒤를 이었습니다.

일본 기업들의 보너스 형태는 다양합니다. 평생직장이라는 일본의 전통적 기업문화가 크게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기업들의 보너스는 ‘연공서열형’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이 연공서열형은 규정된 보너스액을 연공서열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지요. 최근 들어서는 물론 개인능력평가에 따른 연봉형 제도가 퍼지고 있습니다. 사원 한사람 한사람의 공과나 능력에 따라 배분하는, 이른바 구미형 모델도 증가일로입니다.

기업의 실적에 따라 보너스를 결정하는 방식도 있는데 이 또한 상당히 일본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회사가 잘 되면, 그만큼 보너스가 늘어나는 것으로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유발할 수 있지만 개인별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불만도 있습니다.

또한 매출을 반영해 보너스를 책정하는 회사도 있습니다. 기업의 업적 보다는 매출액을 고려, 보너스를 책정할 경우에 사원들이 최대한 매출을 올리기 위해 노력하게 되고 더불어 업적도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체제로, 서비스업이 주로 택합니다.

63세 이상 촉탁직 상대적으로 많이 받아

일본의 보너스 역사는 상당히 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603년 시작된 에도시대부터 용어는 보너스가 아니지만 보너스와 유사한 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커다란 상점의 주인 등이 때가 되면 종업원에게 그 때에 맞는 옷을 주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것이 일본의 보너스 제도의 원형이라는 것입니다.

유럽이나 미국과 같은 보너스 제도가 일본에 도입된 것은 1876년설이 유력합니다. 당시 선박사업을 하던 미쓰비시가 외국기업과의 치열한 항로확보 경쟁에서 승리, 사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격려하기 위해 돈을 지급한 것이 시초라고 합니다. 금액은 1개월 월급 정도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절 미쓰비시에 보너스가 제도적으로 정착되지는 않았었다고 합니다. 지금과 같이 제도적으로 보너스가 정례화된 것은 1888년이 되어서라고 합니다.

결국 일본의 보너스 제도는 에도시대의 옷 지급 등 토착적인 것과 ‘성공에 대한 보수’의 요소가 강한 구미적인 것들이 융합돼 독특한 형식으로 정착된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보너스와 관련해 너무나 일본적인 사례가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63세 이후에도 회사에 다니는 촉탁직 사원들의 경우입니다. 일본은 일반적으로 60세가 정년이고 이후 70세까지 회사에 촉탁으로 근무하는 사례를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연금이 지급되는 63세 이후 사원들의 경우 보너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왜냐하면 63세 이후 사원의 정기적인 월급여가 16만엔을 넘거나, 20만엔을 넘으면 규정된 국민연금 지급액이 대폭(규정이 복잡하지만 대체로 50%이상)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대부분 이들의 정규 월급여를 16만엔 이하로 하고, 대신 보너스 지급시 이를 보전하는 형태로 하기 때문에 63세 이상 촉탁사원의 경우는 전체 연수입에서 보너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것이 실제로 이를 경험한 한 지인의 설명입니다.

일본 월급쟁이 출신 노인들의 연금수령액은 월 20만엔 안팎이라고 합니다. 지급은 1년에 6차례. 중견 회사 출신은 30만엔 안팎이고, 고위공직 출신은 최고 50만엔이 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다 회사연금도 있는데 4~8만엔 정도가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농-어업이나 작은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월 1만3300~1만3800엔 정도의 연금을 40년정도 매월 불입하면 63세 이후에 연간 90만엔 정도의 연금을 평생 받게 됩니다. 월 7만엔 정도지요.

그런데 지난해의 경우 연금납입 대상자의 36.4%가 연금을 미납하는 등 최근 수년간 연금 미납률이 30%대 후반에 이르러 당국이 큰 고민이라고 합니다. 연금재정 압박요인이지요.

결국 보너스를 받는 젊은이들이나 연금을 받는 노인들에 이르기까지 일본 사회의 양극화, 부익부빈익빈 현상은 큰 사회적 과제로 떠올라 있습니다. 아울러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급속한 고령화 등의 영향으로 “이대로 가면 연금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금지급연령이 60세에서 63세로 연장됐고, 수년 내 65세가 됩니다.


taein@seoul.co.kr

거대한 요새도시 도쿄
200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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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수도 도쿄 한복판 지요다구 일원에는 일본 왕궁을 둘러싸고 중의원-참의원 국회의사당과 국회도서관, 중-참의원 의원회관과 외무성, 국토교통성, 경시청, 법무성 등 정부부처가 밀집해 있습니다. 정부청사 밀집지역은 카스미가세키라고 하지요.

국회 옆의 총리 집무실인 관저와 살림집인 공저도 최근 새 단장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929년 건립된 옛 관저를 개축, 공저로 바꾸어 4월말부터 고이즈미 총리가 이사해 살고 있습니다. 새 공저생활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좋은 것은 목욕탕에 TV가 있는 것이다. 평소 3~4분 있다가 나오는데, 뉴스시간에 들어가면 5~10분 정도까지도 머문다.”고 고이즈미내각 메일매거진을 통해 23일 밝혔습니다.

특히 이 관저와 공저는 모두 요새처럼 지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공저 건물의 1층과 2층은 관저와 지하터널로 연결돼 있습니다. 2003년 3월 신축된 일본 총리 관저는 부지 4만5000㎡에 지상 5층 지하 1층의 연건평 2만5000㎡규모입니다.

서양식 건물인 옛 관저와 달리 현대적 건축양식에 외관은 일본식으로 되어 있는데, 보안이 매우 철저합니다. 방탄유리에 독가스 탐지 장치, 개폐식 천장을 갖춘 리셉션 룸 등 첨단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고베대지진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구조로 설계됐지요.

일본 총리 집무실인 관저.

총리의 집무실은 맨 위쪽 5층에 있습니다. 그 옆에 관방장관-부장관실이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위기관리센터를 설치, 정부 각 부처, 그 중에서도 경찰청 방위청 해상보안청 등과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정보네트워크를 갖춰 실시간으로 국정관련 정보가 수집 처리됩니다.

비상사태 때는 총리가 머물면서 상황판단을 하고 지휘합니다. 그리고 총리관저는 가까운 내각부와 지하터널을 통해 연결됩니다. 내각부는 총리와 관방장관의 집무를 보좌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업무를 신속하게 하고, 기밀문서의 누설 방지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총리나 측근 국회의원, 직원 외에는 접근이 금지됩니다.

일본 국회나 정부청사, 명문 호텔 등에도 지하터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특히 주일미국대사관과 도로를 가운데 두고 이웃한 명문 오쿠라호텔은 지하로 미국대사관과 연결돼 있다는 설도 있습니다. 미국대통령이 방일시, 오쿠라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총리 새 관저·공저 요새처럼 지어져

에도시대 쇼군의 거처였던 일왕궁에도 과거에는 비상시에 대비한 탈출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에도시대에 쇼군들이 비상시에 대비, 비밀 지하통로를 만들었고, 이 비밀통로의 열쇠는 여러 개의 우물들이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물이 입구라는 것이지요.

‘요새도시 도쿄의 진실’이라는 책을 보면 도쿄는 다른 나라들의 수도들과 유사하게, 전시에는 순식간에 요새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지하철역과 지하터널들입니다. 평상시와 비상시의 역할과 기능이 판이하다고 합니다.

도쿄 시내 중심부에는 오테마치나 카스미가세키, 나카다초, 타메이케산노 등 거대한 지하철역들이 일부는 수백미터의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도쿄에 상당히 오래 산 외국인들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일본인들도 길을 잘못 들기 십상일 정도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런 지하통로가 비상시에는 대피시설 등으로 변한다는 것이지요.
일본 총리의 살림집인 공저.

비상식량이나 비상설비, 군사장비 저장고와 연결되어 있다고도 알려지고 있으며, 일부 지하철 노선은 전시에 자위대 대원들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자위대 주둔지 및 정부 주요시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철터널이 전차통로로 변할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도쿄에서는 1927년 긴자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 시대를 열고, 1954년 마루노우치선이 개통된 이후 에이단지하철 6개 노선과 도에이지하철 4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는데, 이 지하철관련 시설이 유사시 피난시설이 되고, 인원이나 물자수송로로 변모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진이 많은 일본에는 각 건물의 지하나 거대한 공원의 지하에, 많은 비상식량과 비상용품들이 저장되어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도쿄도청이 있는 서신주쿠 지역 등 도쿄도내 많은 지역 여기저기에는 복합용도의 공동구라는 시설물은 물론 수수께끼 같은 거대한 지하공간이 산재해 있습니다.


바다로 이어진 도쿄만도 전시에는 적군이 상륙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혀 그에 대한 수도방위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지역은 석유나 LNG 등의 비축기지가 있고 운반선이 드나들기 때문에 전략적 중요성이 큽니다.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대비도 철저하다고 합니다.

국도는 유사시 전차용 도로로 변신

도쿄로 통하는 도로들도 전략적 개념이 있습니다. 일 왕궁으로 연결되는 국도 246호선은 유사시 전차가 달리는 도로로 변합니다. 다른 주요도로들도 왕궁으로부터 방사능 형태로 배치되어 있지요.

그리고 국도 246호선의 직선구간은 전시에 항공모함에 사용하는 시설만 갖추면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임시 활주로로 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임시활주로를 관제하는 탑이 있어야 됩니다. 후보지는 왕궁 바로 옆의 사쿠라다몬에 있는 경시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 해군기지가 있는 요코스카에서 시작, 도쿄를 환상으로 일주, 지바현까지 이어지는 국도 16호선의 역할도 주목받습니다. 이 도로는 미군 요코스카기지, 해상자위대, 미군 자마캠프, 미군 사가미보급창, 미군 요코다기지, 항공자위대이루마기지, 육상자위대나라시노주둔지 등 군사적 요충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16호선이 육상으로부터 적이 침입할 때 제1저지선이 된다고 합니다.

도쿄방위의 최종 방어선으로 주목받는 도로는 환상 7호선입니다. 하네다공항 인근에서 출발, 시나가와구, 시부야구, 신주쿠구, 이타바시구 등을 돌아 도쿄동쪽 아라가와 인근을 감싸듯이 도는 도로입니다. 이 방어선이 무너지면 격렬한 시가전으로 시민의 희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상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속도로는 전략적인 고려가 적은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동, 서, 북쪽으로부터 도쿄로 이어지는 여러 개의 고속도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고속도로에는 활주로로 전용가능한 장소가 매우 적습니다. 직선구간이 적은데다 어디에 가도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일본의 고속도로는 방위개념이 너무 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반면 많은 나라의 고속도로들이 비상시 활주로로 이용하기 위해, 활주로를 전제로 한 구간은 고속도로 중앙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습니다. 이런 고속도로 비상활주로는 이스라엘, 타이완, 미국, 스웨덴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마련돼 가끔 비상훈련을 실시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이 대규모 재래전을 전제로 한 도쿄 및 주변지역의 유사시 대비 시설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전은 이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듯이 최첨단 미사일이나 항공기 공격 등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미사일방위(MD) 구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핵이나 생-화학전에 대비한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taein@seoul.co.kr

산에는 노인…바다에는 젊은이
2005-07-13
9573

일본인들도 등산을 많이 합니다. 전 국토의 70%이상이 산지입니다. 우리나라에는 2000m급 산도 없지만 일본에는 2000m급은 물론, 3000m급 산들이 수두룩합니다. 도쿄도 도심부에서 전차로 1~2시간 이상만 나가면 무려 2000m급 산까지 다양한 산이 많습니다.

등산문화도 다양합니다. 도쿄에서 가장 가깝다고 할 수 있는 도쿄도내 서쪽 끝자락의 다카오산(해발 599m)은 도쿄 시내에서는 1시간 정도만 가면 오를 수 있는 산입니다. 이 산은 도쿄 시민들이 많이 오르지요. 남녀노소가 두루 찾고 외국인도 많습니다.

이 다카오산에서는 맑은 날 후지산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특히 비온 뒤 갠 날 다카오산 정상이나 인근 능선에서 보는 후지산의 모습은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합니다. 아울러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의 흰눈을 이고 있는 후지산 모습은 일품으로 꼽힙니다.

이 다카오산에서 서북쪽으로 능선을 따라가면 진바산 등 800m급 전후의 봉우리들이 이어져 오랜 시간 등산도 가능합니다. 3시간에서 10시간 이상 등 다양한 코스를 잡을 수 있는데,이 곳에서 산악구보를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미녀계곡온천 등 다양한 온천도 매력적입니다.

다카오산에서 바라본(5월7일) 후지산의 모습.

역시 도쿄도내이면서 서북쪽 끝자락에 있는 오쿠다마의 연봉은 그 규모가 매우 큽니다. 오쿠다마의 맨 안쪽의 구모도리야마(雲取山)는 무려 해발 2017m입니다. 남한의 최고봉인 한라산(1950m)이나 지리산(1915m) 보다 높은 산이 도쿄도내에 있는 것입니다.

이 구모도리야마는 아무리 짧아도 1박2일, 보통 2박3일은 잡아야 어느 정도 여유를 갖고 오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구모도리야마와 이어져 있는 연봉들은 1500m 전후로 며칠을 걸려야 종주할 수 있을 정도로 끝없이 이어져 있습니다.

등산코스는 다양하지만 미타케산을 지나 오타케산, 아이코야마로 이어지는 6시간정도 걸리는 종주코스가 유명합니다. 해발 1200m 전후 산들이 이어지며, 특히 오타케산에서 아이코야마로 가는 1시간반 정도는 날씨가 좋으면 후지산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도쿄외곽의 산들은 다카오산만 주말에 사람이 좀 붐빌 뿐 다른 산이나 능선들은 사람들이 별로 없습니다. 특히 오쿠다마 연봉들은 몇 시간을 가야 사람 한두 명을 만날 수 있을 정도입니다. 대신 ‘곰’주의 안내판이 있어, 부스럭거리는 소리에도 오싹해질 정도입니다.

도심서 1~2시간만 나가면 2000m급 산까지

오쿠다마는 도쿄도심에서는 거의 두 시간은 걸립니다. 토요일-휴일 아침에 세 편의‘홀리데이 카이소쿠(휴일쾌속)’로 가면 신주쿠에서 1시간 반 정도 걸립니다. 그렇지 않고 평일이나 휴일에 쾌속과 각역정차 전차를 이용하면 갈아타느라 3시간 가까이 걸리게 됩니다.

이처럼 도쿄 외곽의 빼어난 산들이 사람들의 발길이 적은 것과는 달리 유명산들은 등산객들이 적지 않습니다. 일부 산정부근에서는 정체가 될 정도입니다. 이를 두고 “명품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산도 명품을 좋아하는 모양”이라는 농담을 하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의 산에는 때로는 극기훈련을 하는 어린이들의 모습도 볼 수 있지만 대중적인 유명산에는 젊은이들이 적습니다.“바다레저는 젊은이가 많다.”는 평이 있지요. 아울러 일본 사람들은 ‘백 명산’‘2백 명산’‘3백 명산’‘간토백 명산’ 등 이름붙이기를 좋아합니다.

후쿠시마의 반다이산(1819m)이나 군마현의 지부치산(2228m), 가나가와현 탄자와산 (1567m)등 명산에는 중년이상의 등산객들이 넘쳐납니다. 3000m급 험한 산이나, 암벽타기로 유명한 타니가와다케 등을 제외하곤 말이지요. 여기는 젊은 산악인들이 주를 이룹니다.

그런데 일본의 백 명산 중에는 특정한 시기에만 오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산이 많습니다. 높고 험한 곳이 많기 때문에 여름 언저리에만 개산(開山-산을 개방하는 것)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일본 백명산 중의 하나인 후쿠시마의 반다이산 모습.

후지산은 매년 7, 8월 두 달간만 개산, 일반인들이 정상까지 오를 수 있으며 지부치산 등도 6월부터 9월 정도까지만 등산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닛코의 난타이산도 역시 여름철에만 일반인들의 등산이 허용됩니다. 구마모토의 아소산, 군마현 아사마야마와 같은 활화산의 경우는 화산활동의 등급에 따라 접근자체가 불허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아울러 사람 수를 제한하는 산도 있습니다. 군마현의 지부치산은 오전 9시가 넘으면 등산로의 입구인 하토마치도우게라는 곳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특히 일반인의 승용차는 산 입구까지만 이용가능하고, 그곳부터는 버스와 택시를 이용하도록 철저히 제한합니다.

이처럼 자가용승용차의 이용제한은 나가노현의 일본 북알프스 가미고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시 가미고치에 갈 경우도 일반인들은 가미고치에서 차로 40분 정도 걸리는 곳의 지정 주차장에 차를 세운 뒤, 버스 등을 이용해야 합니다. 가미고치 안쪽 주차장에서는 차량의 에어콘도 못 틀도록 엄격하게 규제할 정도입니다.

한국의 산은 부드럽고 일본은 거칠어

일본의 대부분 산과 우리나라의 산은 여러 가지로 대조가 됩니다. 저는 20년 가깝게 우리나라 전국의 많은 산들을 올라보았습니다. 역시 일본에서도 주말이면 체력관리의 일환으로 여기저기 산들을 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큰 대조점은 태백산이나 지리산, 소백산 등 우리의 산들이 포근한 어머니의 품처럼 산에 오르는 사람을 품어주는 분위기라면 일본의 산은 아주 거칩니다. 화산활동 등으로 젊은 지형이기 때문입니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 ‘야호’를 거의 하지 않는 것도 구별됩니다.

일본 산들의 거친 모습은 해발 599미터인 다카오산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다카오산의 경우도 여기저기에 100m 안팎의 낭떠러지가 있어 그 부분을 통과할 때는 아찔해지고는 합니다. 1500m전후인 오쿠다마 연봉들은 낭떠러지가 더 많습니다.

물론 일본에도 넉넉함을 느낄 수 있는 산도 있습니다. 간사이 지방에 그런 산이 많지요. 간토지방에서도 소지부치산, 대지부치산 정상부근에 올라서면 잠시 우리나라의 덕유산 정상에 올라왔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유사함도 있습니다.

고산식물이나 관목들의 집단이 능선들을 따라 이어지는 그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런 지부치산도 한쪽 사면은 어김없이 매우 거친 급경사입니다. 다른 산들도 산맥을 이룬다고 해도 개별 산들이 깎아지를 듯 거칠게 솟아있는 경우가 많아 한가하게 능선의 곡선미를 본다는 것도 어렵습니다.

이런 일본 산의 모습을 보고 일본인들의 성격과 연결시키는 일본인 친구도 있습니다. 산과 같이 멀리서 볼 때는, 그리고 잘 모를 때는 한없이 부드러워 보이는 일본인들이지만 개인적으로, 실제로 알고 보면 매우 거친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도쿄대학의 한 교수는 일본의 많은 산들이 인간에게 쉽게 접근을 허용하지 않는, 오르기 힘든 점을 ‘모든 사람에게 친절하지만 개인적으로 친해지기는 어렵다.’는 일본인의 속성과 연결해 해석하기도 했습니다. 자연현상이 일본인의 성격에 영향을 미쳤다는 거지요.


taein@seoul.co.kr

보신탕과 우나기 (뱀장어)
2005-07-26
9556

유년기를 거쳐 소년기의 ‘복날’에 대한 추억은 거의 남아있지 않습니다. 어렴풋이나마 남아 있는 기억은 동네 어른들이 “가부시키(주식의 일본식 발음으로 추렴한다는 의미로 썼습니다.)로 개 한 마리 먹자.”며 멍멍이를 무자비하게 때려잡은 뒤 불에 그을리던 장면까지입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됐는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저는 어머니께서 “너는 개고기를 절대로 먹지마라.”고 하셨기 때문에 그 다음 처리, 조리에서 먹기까지의 장면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때려잡아야 맛이 더한다.”고 설명해주던 동네 ‘형’들의 말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저야 지독하게 더운 날은 저수지에 뛰어들어 하루 종일 놀면 그만이었지요. 성년이 되어서 삼계탕이나 수박을 먹던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서울은 복날이 단오-보름-동짓날 못지않은 21세기 명절로 부상했다지요?

중복날인 7월 25일 전국의 보신탕, 삼계탕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여기 저기 도시근교 골짜기마다에는 개고기 추렴모임이 적지 않았다고 하니 잠시 유년기를 회상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서민들에게는 힘든 불황기에 ‘복날특수’가 있었다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일본 도쿄시내 중심부 한 시장의 구이집에 내걸린 뱀장어(우나기) 판매 안내문과 휴일오후 뱀장어구이를 사고 있는 도쿄시민들의 모습.뱀장어는 일본에서는 최고의 더위극복 식품이다.

우리나라처럼 여름이 더운 일본(간사이나 규슈 지방 등은 평균적으로 우리나라 보다 더 덥습니다. 도쿄도 예년에는 더운 편인데 올해는 약간 선선합니다.)에는 우리의 초복, 중복, 말복 같은 ‘복날’ 문화는 없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의 삼복더위 기간에 해당하는 절기로 입추전의 18일간 중 ‘소의 날’(올해는 7월 28일)을 축일로 해 뱀장어(우나기)를 먹는 풍습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날을 전후, 우리나라의 보신탕이나 삼계탕처럼 뱀장어가 특별히 많이 팔려나갑니다.

일본인들은 이 날 외에는 더위를 이기는 식품으로 소면을 즐겨 먹습니다. 아울러 우리나라의 술꾼들에게 속풀이국으로 유명한 민물조개 재첩을 스프로 만들어 먹는 것도 한여름 무더위를 이겨내는 빼놓을 수 없는 음식문화라고 합니다.

‘뱀장어 먹는 날’ 풍습으로 남아

물론 일본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특히 재일동포나 한국인이 많기 때문에 보신탕이 은밀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 도쿄만 해도 제 가까운 일본인 친구가 “언제 한 번 보신탕 먹는 곳에 가자. 내가 아는 곳이 맛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정도입니다.

일본 동북지방에도 보신탕 문화가 남아 있다고 합니다. 삼국시대말 이후에 한반도에서 대거 이주해 정착했기 때문에, 대표적인 한민족의 보양식 음식문화 가운데 하나인 보신탕이 문화흔적으로 남아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우나기 얘기로 말을 돌려봅니다. 올해 뱀장어 먹는 날을 앞두고 일본에서는 ‘우나기 논쟁’이 붙었습니다. 먼저 “일본과 중국, 타이완 등지서 자연산 뱀장어 치어를 남획, 멸종위기로 치닫고 있어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아직 멸종을 논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는 잦은 태풍과 지진 등의 자연재해로 뱀장어 치어의 어획이 적었을 뿐으로, 뱀장어 가격 급등은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반론이 있습니다. 결론은 아직 나지 않았지요.

중복인 25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계탕집에 많은 시민들이 줄지어 서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우선 남획에 따른 멸종 우려론자들의 설명. 매년 여름 성수기에 일본의 뱀장어값은 오릅니다. 지난해 여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예년엔 여름이 지나면 뱀장어 가격이 원위치했지만 지난해는 이후에도 오름세가 지속됐다는 것입니다. 1㎏당 1600엔 정도.

특히 지난해 가을 이후 뱀장어 치어 어획량이 일본, 중국, 타이완 등 주요 뱀장어 산지에서 일제히 절정 때의 절반정도로 떨어졌고, 그에 따라 가격이 떨어지지 않은 채 올 여름 성수기를 맞았다는 것입니다. 예년 7월은 뱀장어 가격이 1㎏당 1400엔 정도였지만 올해는 2000엔 정도가 될 것이란 예상이었습니다.

하지만 뱀장어 가격 상승이 일시적이라는 반론이 제기됐습니다. 분명 뱀장어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실제 엄청나게 비싸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뱀장어 치어가 흉어였기 때문에 비싸긴 하지만 중국산이 1마리당 700엔 내외, 일본산은 1200엔 내외 입니다.일본산은 지난해 보다 상당히 오른 게 분명하지만 중국산은 그리 많이 오르지 않았습니다.

올 여름엔 가격 급등…‘멸종 논쟁’

뱀장어는 12월~4월에 하천이나 근해에서 치어를 잡아 반년정도 양식해 출하합니다. 그런데 일본양식장어어업협동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치어어획은 최악이었다.”라고 합니다. 원인은 불분명하지만 지난해 구로시오해류의 이상 흐름, 잦은 태풍, 지진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이 때문에 치어의 가격은 3배 정도 비쌌고, 양식연못을 따뜻하게 하는 중유가격의 상승으로 양식 어민들이 이중고를 겪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뱀장어의 출하가격이 지난해보다 1㎏당 200엔 정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고 합니다. 소매가격도 비싼 이유지요.

아울러 2003년 수입뱀장어의 일부에서 일본산에는 사용이 인정되지 않은 항균제가 잔류해있는 것이 판명된 이래, 일본산의 인기가 상승, 가격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 타이완산도 치어어획이 적어 10~15% 정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장어가격, 특히 일본 국내산 가격이 지난해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지면서 소비자들의 발길이 뜸해지자 소매상들이 “이익이 줄더라도 판매량을 유지하자.”라며 소매가격을 크게 올리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물론 도매가격과 같은 폭으로 올리는 곳도 있지요.

이처럼 일본 사람들에게 여름 보양식품으로 인기가 최고인 뱀장어. 역시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보양식품입니다. 하지만 비교적 가격이 비싸고, 자연산이 많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일본에서처럼 대중적인 인기는 없는 것 같습니다.

뱀장어는 대단한 힘을 자랑합니다. 어린시절 제 고향에서는 1년 농사가 끝나면 저수지에서 고기를 잡는 행사가 벌어지곤 했습니다. 각종 고기중 제일 잡기 힘든 놈이 장어였습니다. 어찌나 힘이 세고, 날쌔고, 미끄럽던지. 그래서 중지 등 손가락 세 개에 끼워서만 잡을 수 있었던 그 장어.

그 저수지들은 수로를 통해 바다로 통하는 하천들과 연결돼 있었기 때문에 바다에서 장어들이 올라와 살았다고 합니다. 그 장어들은 특별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메기나 장어를 잡은 사람이 “잡았다”며 고기를 들고 외치면 수많은 동네사람들이 박수쳐주던 시절. 그 때는 저도 장어잡이 선수였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어느 비 오던 날. 멀리 바다와 이어진 동네 작은 수로에서 뒷집 친구 들과 손그물로 그 시절 제 팔뚝만한 뱀장어 한 마리를 잡았습니다. ‘바케쓰’(수대-물은 15리터 정도)에 담아두었는데, 놈이 힘 한번 쓰니 ‘바케쓰’가 넘어져버렸습니다.

허겁지겁 다시 잡아넣었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자연산 장어의 힘, 대단합니다. 생명도 질깁니다. 메기나 붕어, 송사리 등은 잡아 그릇에 담아두면 산소부족으로 잘 죽지만 장어는 미꾸라지와 함께 질기게 살아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장어를 보양식품으로 좋아하나 봅니다.

taein@seoul.co.kr

선생 대접받는 일본 국회의원
200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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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8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가 참의원 본회의에서 우정민영화 관련법안들이 부결되자 즉각 중의원을 해산, 일본 전국에 땡볕더위 속의 선거전이 뜨겁습니다. 해산직전 만나본 몇몇 국회의원과 비서들은 “이 더위에 선거라니….”라면서 걱정이었습니다.

선거전 초반은 고이즈미 총리의 기세가 등등합니다. 제1야당인 민주당이 선거쟁점을 제시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사이 여론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우정민영화에 반대했던 37명의 의원들이 출마하면 모두 자객을 보내 저격하겠다고 섬뜩하게 말합니다. 선거결과는 아직….

일본은 내각책임제입니다. 그러다 보니 총리는 물론 장관도 거의 다 국회의원이 합니다. 국회의원의 힘이 센 것이지요. 일본 국회의원은 2, 3세 국회의원이 많고, 전문정치인-관료-변호사출신이 주류이며, 최근엔 연예인-체육인도 늘었습니다. 상-하원에 해당하는 참의원과 중의원이 있습니다.

일본의 국회의사당

참의원은 임기 6년이 보장되고 3년마다 반씩 다시 뽑지만 중의원은 임기가 4년이고 총리가 국회를 해산하면 임기는 끝입니다. 2003년 11월 총선을 치러 당선된 중의원 의원들이니 1년 9개월만에 의원신분이 끝나버렸습니다. 민주주의 비용일까요, 낭비일까요.

중의원은 정원이 480명입니다. 25세 이상 일본인에게 피선거권이 주어지고 소선거구에서 300명, 전국의 11개 권역별 비례대표가 180명입니다. 참의원은 242명 정원에 47개 도-도-부-현별 선거구에서 146명, 전국단위 비례대표 96명입니다.

국회의원은 혜택도 다양합니다. 내각책임제이다 보니 여당 의원은 총리나 장관, 차관 등은 물론 각 부처의 정무관 등으로 다양하게 진출해 국정을 운영합니다. 잘못하면 내각총사퇴 등으로 책임을 지거나 중의원해산으로 국민의 신임을 묻습니다.

장관이나 차관 중에는 중의원 출신이 많습니다만 현재는 법무-후생노동-환경-경제재정상 등은 참의원입니다. 참의원 무용론도 적지 않고, 중의원의 힘이 세지만 이번에 중의원서 통과된 법안을 참의원서 부결시켜 중의원이 해산됐듯이 참의원의 힘도 간단치는 않습니다.

국회의원 배지 달면 다양한 혜택

일본의 국회의원들도 우리나라 의원들처럼 배지를 달고 다닙니다. 일본의 국회의원 배지는 국화문양으로 되어있습니다. 배지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설 정도이지만 그것을 차게 되면 여러 가지 특권들이 주어집니다.

월급이라고 할 수 있는 세비는 월 132만 8000엔(8월 중순 현재 100엔은 900~920원 정도)입니다. 1년에 두 차례 기말수당으로 635만 4480엔을 받고 문서통신비 등으로 월 100만엔, 입법사무비로 월 65만엔을 받습니다. 연수입으로 치면 2230만엔이 됩니다.

10년 이상 의원직을 하게 되면 퇴직금도 주어지고 연금제도도 잘 정비되어 있어 국회의원 이후의 품위를 유지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1년 단위로 치면 의원연금은 412만엔 정도가 되고, 재직 10년 이상이면 1년당 약 8만2천엔이 증액됩니다.

중의원 의원회관

국회의원회관은 39.95평방미터의 1개실이 주어집니다. 물론 무료사용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회의원 회관 보다는 좁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다 검소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도심특급지에 월 5만엔 안팎에 의원숙사(아파트형-일반의 경우라면 월세가 30만엔 안팎)가 제공되기 때문입니다.

이 의원숙사에 대해서는 특혜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폐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국회에서 자동차로 10분 이내 거리에 중의원 4개소, 참의원 2개소가 있습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숙사와 국회의원회관을 무료마이크로버스가 운행합니다.

비서진은 공인비서 2명, 정책비서 1명 등 3명에 한해 국가에서 급여를 지급해줍니다. 한가지 놀라운 것은 스스럼없는 의원-비서 관계입니다. 일본의 국회의원은 ‘선생’으로 특별한 호칭을 받고 있지만 많은 의원들 앞에서 비서들이 스스럼없이 담배를 피웁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남한)보다 면적이 거의 4배에 가깝게 넓은 나라입니다. 그러다보니 지방출신 의원들은 지역구 관리를 위해 많은 시간과 교통비가 소요되겠지요? 하지만 교통비는 그리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도록 국가가 보장하고 있습니다.

업무수행 남다른 전문성과 체력 필요

민주당의 한 핵심당직자는 “한 달에 4차례 왕복 비행기 항공권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주말에 갔다가 주초에 상경하면 문제가 없다. 아울러 신칸센이나 사철, 버스 등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소개해주었습니다. 지역구행 교통비는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요.

이 밖에도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국회의원은 신분상 안전하게 입법활동을 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특권이 주어집니다. 국회의원은 국회가 열려있을 경우에 불체포특권을 가집니다. 현행범이거나 국회의 허락이 있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체포되지 않을 권한이지요.

마찬가지로 국회 안에서 행한 발언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하는 특권이 주어집니다. 이 또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신분상의 불안을 느끼지 않은 채 의혹을 제기하는 등의 의정활동을 될 수 있으면 활발하게 하도록 보장하는 제도입니다.

국회의원들은 거의 전부가 회기 중에는 금요일 밤 지역구로 가 주말에는 선거구에서 보내고, 월요일이나 화요일 아침에 도쿄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구에서는 장례-결혼식에 참석하거나 국정보고회를 개최하지요. 우리나라와 유사합니다.

이처럼 각종 특권이 많고, 내각책임제인데다, 인구수에 비교하면 우리나라 보다 상대적으로 의원수도 적어 더욱 희소가치가 큰 일본의 국회의원은 ‘선생’ 대접을 받습니다. 권위주의적인 냄새가 나는 구시대 정치유물이란 비판도 있긴 합니다만.

하지만 일본의 국회의원이란 직업은 되기도 어렵고, 책임도 크며, 업무수행에는 남다른 전문성과 체력을 요구한다고 합니다. 특히 장관이나 총리 등 국회의원과 겸직하는 사람들은 일반 의원 보다 훨씬 많은 체력을 요구, “총리는 젊어야 한다.”는 흐름이 있다고 합니다.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일본 국회에는 당 내부에 각종 공부모임이 있어 아침 일찍 공동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주요 의원에 대해서는 기자들이 이른아침-늦은 밤에 집으로 취재를 가기 때문에 언론노출도 잦아 말이나 행동도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의정활동은 대부분 노출됩니다. 국회 본회의장의 자리에는 명찰이 있어 출석여부가 바로 체크됩니다. 착석하면 세워지지만 결석하면 명찰은 쓰러진 채로 있습니다. 국회 입구에 있는 등원표시판에 있는 명패 아래 버튼을 누르면 출석표시가 됩니다. 결석하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전직 참의원을 지낸 한 사람은 “대부분의 국회의원이 당선되면 마약처럼 재선-삼선을 바라지만 국회의원은 정말 힘들더라. 내 능력과 체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한번만 하고 후배에게 물려주었다.”고 자신의 국회의원 생활에 대해 회고했습니다.

특히 “정치가 투명하게 되고, 유권자의 감시가 강화됐으며, 금권-파벌정치가 약해진 지금은 책임-체력이 더 요구된다. 비슷한 정황으로 세계적으로 젊은 지도자들이 속속 등장하는가 보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국회의원은 권한보다는 책임이 더 커지는 시대인가 봅니다.

tae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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