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 도쿄 한복판 지요다구 일원에는 일본 왕궁을 둘러싸고 중의원-참의원 국회의사당과 국회도서관, 중-참의원 의원회관과 외무성, 국토교통성, 경시청, 법무성 등 정부부처가 밀집해 있습니다. 정부청사 밀집지역은 카스미가세키라고 하지요.
국회 옆의 총리 집무실인 관저와 살림집인 공저도 최근 새 단장을 끝내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1929년 건립된 옛 관저를 개축, 공저로 바꾸어 4월말부터 고이즈미 총리가 이사해 살고 있습니다. 새 공저생활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좋은 것은 목욕탕에 TV가 있는 것이다. 평소 3~4분 있다가 나오는데, 뉴스시간에 들어가면 5~10분 정도까지도 머문다.”고 고이즈미내각 메일매거진을 통해 23일 밝혔습니다.
특히 이 관저와 공저는 모두 요새처럼 지어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공저 건물의 1층과 2층은 관저와 지하터널로 연결돼 있습니다. 2003년 3월 신축된 일본 총리 관저는 부지 4만5000㎡에 지상 5층 지하 1층의 연건평 2만5000㎡규모입니다.
서양식 건물인 옛 관저와 달리 현대적 건축양식에 외관은 일본식으로 되어 있는데, 보안이 매우 철저합니다. 방탄유리에 독가스 탐지 장치, 개폐식 천장을 갖춘 리셉션 룸 등 첨단장치를 갖추고 있습니다. 고베대지진 규모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내진 구조로 설계됐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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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 집무실인 관저. | 총리의 집무실은 맨 위쪽 5층에 있습니다. 그 옆에 관방장관-부장관실이 있습니다. 지하 1층에는 위기관리센터를 설치, 정부 각 부처, 그 중에서도 경찰청 방위청 해상보안청 등과 핫라인으로 연결되는 정보네트워크를 갖춰 실시간으로 국정관련 정보가 수집 처리됩니다.
비상사태 때는 총리가 머물면서 상황판단을 하고 지휘합니다. 그리고 총리관저는 가까운 내각부와 지하터널을 통해 연결됩니다. 내각부는 총리와 관방장관의 집무를 보좌하는 부서이기 때문에 업무를 신속하게 하고, 기밀문서의 누설 방지를 위해서라고 합니다. 총리나 측근 국회의원, 직원 외에는 접근이 금지됩니다.
일본 국회나 정부청사, 명문 호텔 등에도 지하터널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특히 주일미국대사관과 도로를 가운데 두고 이웃한 명문 오쿠라호텔은 지하로 미국대사관과 연결돼 있다는 설도 있습니다. 미국대통령이 방일시, 오쿠라호텔을 선호하는 이유라고 합니다.
총리 새 관저·공저 요새처럼 지어져
에도시대 쇼군의 거처였던 일왕궁에도 과거에는 비상시에 대비한 탈출로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에도시대에 쇼군들이 비상시에 대비, 비밀 지하통로를 만들었고, 이 비밀통로의 열쇠는 여러 개의 우물들이 쥐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물이 입구라는 것이지요.
‘요새도시 도쿄의 진실’이라는 책을 보면 도쿄는 다른 나라들의 수도들과 유사하게, 전시에는 순식간에 요새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주목되는 것은 지하철역과 지하터널들입니다. 평상시와 비상시의 역할과 기능이 판이하다고 합니다.
도쿄 시내 중심부에는 오테마치나 카스미가세키, 나카다초, 타메이케산노 등 거대한 지하철역들이 일부는 수백미터의 지하통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도쿄에 상당히 오래 산 외국인들이나 지방에서 올라온 일본인들도 길을 잘못 들기 십상일 정도로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이런 지하통로가 비상시에는 대피시설 등으로 변한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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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의 살림집인 공저. |
비상식량이나 비상설비, 군사장비 저장고와 연결되어 있다고도 알려지고 있으며, 일부 지하철 노선은 전시에 자위대 대원들을 실어 나를 수 있도록 자위대 주둔지 및 정부 주요시설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지하철터널이 전차통로로 변할 수도 있다고도 합니다.
도쿄에서는 1927년 긴자선이 개통되면서 지하철 시대를 열고, 1954년 마루노우치선이 개통된 이후 에이단지하철 6개 노선과 도에이지하철 4개 노선이 운행되고 있는데, 이 지하철관련 시설이 유사시 피난시설이 되고, 인원이나 물자수송로로 변모하게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아울러 지진이 많은 일본에는 각 건물의 지하나 거대한 공원의 지하에, 많은 비상식량과 비상용품들이 저장되어 있는 시설들이 있습니다. 이 밖에도 도쿄도청이 있는 서신주쿠 지역 등 도쿄도내 많은 지역 여기저기에는 복합용도의 공동구라는 시설물은 물론 수수께끼 같은 거대한 지하공간이 산재해 있습니다.
바다로 이어진 도쿄만도 전시에는 적군이 상륙할 가능성이 있는 지역으로 꼽혀 그에 대한 수도방위 개념이 있다고 합니다. 특히 이 지역은 석유나 LNG 등의 비축기지가 있고 운반선이 드나들기 때문에 전략적 중요성이 큽니다. 테러의 표적이 될 수도 있어 대비도 철저하다고 합니다.
국도는 유사시 전차용 도로로 변신
도쿄로 통하는 도로들도 전략적 개념이 있습니다. 일 왕궁으로 연결되는 국도 246호선은 유사시 전차가 달리는 도로로 변합니다. 다른 주요도로들도 왕궁으로부터 방사능 형태로 배치되어 있지요.
그리고 국도 246호선의 직선구간은 전시에 항공모함에 사용하는 시설만 갖추면 전투기의 이착륙이 가능한 임시 활주로로 변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임시활주로를 관제하는 탑이 있어야 됩니다. 후보지는 왕궁 바로 옆의 사쿠라다몬에 있는 경시청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 해군기지가 있는 요코스카에서 시작, 도쿄를 환상으로 일주, 지바현까지 이어지는 국도 16호선의 역할도 주목받습니다. 이 도로는 미군 요코스카기지, 해상자위대, 미군 자마캠프, 미군 사가미보급창, 미군 요코다기지, 항공자위대이루마기지, 육상자위대나라시노주둔지 등 군사적 요충지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 16호선이 육상으로부터 적이 침입할 때 제1저지선이 된다고 합니다.
도쿄방위의 최종 방어선으로 주목받는 도로는 환상 7호선입니다. 하네다공항 인근에서 출발, 시나가와구, 시부야구, 신주쿠구, 이타바시구 등을 돌아 도쿄동쪽 아라가와 인근을 감싸듯이 도는 도로입니다. 이 방어선이 무너지면 격렬한 시가전으로 시민의 희생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고 상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고속도로는 전략적인 고려가 적은 편입니다. 일본에서는 동, 서, 북쪽으로부터 도쿄로 이어지는 여러 개의 고속도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고속도로에는 활주로로 전용가능한 장소가 매우 적습니다. 직선구간이 적은데다 어디에 가도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두고 “일본의 고속도로는 방위개념이 너무 약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있기도 합니다.
반면 많은 나라의 고속도로들이 비상시 활주로로 이용하기 위해, 활주로를 전제로 한 구간은 고속도로 중앙에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습니다. 이런 고속도로 비상활주로는 이스라엘, 타이완, 미국, 스웨덴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마련돼 가끔 비상훈련을 실시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이상이 대규모 재래전을 전제로 한 도쿄 및 주변지역의 유사시 대비 시설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현대전은 이미 히로시마,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듯이 최첨단 미사일이나 항공기 공격 등이 주를 이루게 됩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미사일방위(MD) 구상을 서두르고 있습니다. 핵이나 생-화학전에 대비한 준비도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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