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일류대병이 어느 나라 보다 심한 일본열도에 대학입시 홍역이 시작됐습니다. 지난 10월 대학입시센타시험 접수로 시작된 대입열기는 내년 3월 후기대학 입시가 끝날 때까지 반년 간 계속될 것입니다. 6개월의 장기입시레이스지요.
일본의 일류대 열병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일부 예외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들은 명문대 출신들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명문대에 입학시켜 좋은 직장에 취직시키려는 부모들에 의해 유치원 시절부터 사교육 열풍이 뜨겁습니다.
일본에는 대학 수만도 엄청납니다. 지난해 5월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은 702개교입니다. 국립대학이 100개이고, 공립이 76개입니다. 나머지 526개 교가 사립대학입니다. 이 밖에도 단기(전문)대학이 525개, 간호학교가 818개 등입니다.
이처럼 대학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자녀가 적어지는 소자화(少子化) 경향이나 경기가 나빠 대학진학을 포기하는 고교생이 증가하면서 평균적으로 대학 가기는 무척이나 쉬워졌습니다. 이르면 2007년에는 대학 모집정원과 대학응시자의 수가 같아질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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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의 상징인 야스다강당
| 망하는 대학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 동북부 센다이시의 도호쿠문화학원대는 지난 6월 파산신청을 했습니다. 1997년 4년제로 전환한 이 대학은 의료복지 종합정책 과학기술 등 3개 학부에 2600명의 학생이 있습니다. 2년제이던 이 대학은 신입생 모집 실적이 저조하자 4년제 대학개설에 필요한 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전환한 게 화근이었습니다.
국립대학간 통폐합 등 대학들의 ‘생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526개 사립대 중 지난해 신입생 수가 정원에 미달한 대학은 147개교로 약 30%였습니다. 2년제 단기대학(전문대)의 경우 최근 5년간 24개교가 학생 모집을 중단했고, 4년제 대학 중엔 히로시마의 L대학이 전후 최초로 올해초 자진 폐교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문부과학성은 파산사태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명문대 입시경쟁률 10대1 안팎까지
반면 명문대로 향하는 수험생들의 열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습니다.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교토대, 주오대, 하토쓰바시대, 도후쿠대, 메이지대, 오사카대, 도시샤대학 등 이른바 명문대 입시경쟁은 치열합니다. 올초 입시에서 도쿄대, 게이오대가 5대1 안팎, 와세다대학은 10대 1 안팎으로 치열했습니다.
내년에 3053명(전기-2월말 2729, 후기-3월중순 324명)을 뽑을 예정인 도쿄대학을 예로 들어볼까요. 도쿄대는 우리의 수능시험격인 대학입시센터시험을 통해 1차에서 정원의 2.5~4배를 선발합니다. 문과 1, 2, 3계열과 이과 1, 2, 3계열로 뽑습니다. 그리고 본고사격인 국어, 수학, 외국어, 사회(과학) 등의 시험을 치러, 1대 4(본고사)의 비율로 사정합니다. 국비외국인유학생도 20여명정도 뽑지요.
올해 도쿄대 입시경쟁은 치열했습니다. 3053명 모집인원에 전체적으로 1만4631명이 지원, 평균 5대 1 가까운 경쟁률을 보였지요. 특히 의대인 이과 3계열은 90명 모집에 635명이나 지원, 지원자 경쟁률이 7대1일 정도였습니다. 법대인 문과1계열도 5대1이 넘었습니다.
이른바 명문 사립대학인 와세다나 게이오대학의 경쟁도 치열합니다. 일본은 대학의 복수지원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립대학들은 모집정원보다 많은 학생을 선발합니다. 와세다대는 올해 복수합격자의 이탈을 계산, 1만8300여명의 신입생을 선발했습니다.
와세다대의 경우 법학부 일반입시의 경쟁률은 10.9대 1로 뜨거웠습니다. 경제학과가 9.6대 1, 교육학부가 8.0대 1등이었습니다. 전체평균 실질경쟁률도 5.5대 1이었습니다. 게이오대학도 입학허가자가 1만107명이었지만 지원자수는 4만3277명으로 평균 4대1이상의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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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공부벌레들이 정열을 쏟고 있는 중앙도서관 |
이처럼 치열한 경쟁을 뚫고 명문대학에 들어가면 이른바 일류 직장 취업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직장 내 선배가 후배를 강력히 끌어주는 대학도 적지 않답니다. 일본에서 인기가 높다는 사법시험의 경우 11월10일 발표된 2004년도 2차시험 합격자는 도쿄대 226명(201명), 와세다대 226명(174명)으로 공동 1위였고, 게이오대 170명(123), 교토대 147명(116명), 주오대 121명(104), 히토쓰바시대 57명(43), 메이지대 46명(33명), 오사카대 45명(32명), 고베대 33명(24명), 도시샤대 30명(29명-괄호안은 지난해) 순이었습니다. 전체는 지난해보다 400여명이 많은 1483명을 뽑았습니다.
사법시험・회계사등 명문대출신 독점
국가공무원채용1종 시험 합격자도 이른바 명문대 출신들이 대부분입니다. 2003학년도의 경우 도쿄대 488명(436), 교토대 200명(176), 와세다대 118명(106), 게이오대 82명(92), 도후쿠대 75명(67), 규슈대 63명(53), 홋카이도대 57명(46), 도쿄공업대 50명(44), 나고야대 48명(40), 오사카대학 47명(37 괄호안은 2년전) 등입니다.
공인회계사는 지난해의 경우 게이오대 228명, 와세다대 152명, 도쿄대 78명, 주오대 76명, 히토쓰바시대 71명, 교토대 49명, 도시샤대 48명, 고베대 47명, 메이지대 45명, 오사카대 37명 등입니다. 도쿄대를 비롯한 각 지역의 대표적인 국립대학들이 많은 합격자를 배출하는 것에서 보듯, 일본은 학비도 싸고 지역을 대표하는 지역국립대학들이 명문대로 인기가 높습니다.
대학들의 전체적인 취업률을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입니다. 취직하는 회사의 수준이나 초임수준 등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면 주간 이코노미스트의 조사에서 도야마현립대학은 입시 때 수준은 중간정도이지만 올 초 졸업생의 취업률은 무려 98%로 1위였습니다. 이에 비해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세계 10위권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도쿄대의 취직률은 76.9%(102위)라고 합니다. 역시 입학시험성적이 최상위권인 게이오대도 70.2(177위)%, 와세다대는 55.7%(321위)로 나타났습니다.
취직률이 높은 대학은 대부분 졸업정원이 수백명에 그치거나 2~3천명인 공과대학 등입니다. 때문에 종합대학 평균취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지요. 결국 분수에 맞는 직장에 취직하는 것과 대학입학 성적과는 다소간의 차이가 것으로 보입니다. 취직률 30~40%대의 대학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이른바 유명회사 취직자 현황을 보면 명문대 집중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으로 주간지 아에라는 보도했습니다. 도요타자동차, 덴쓰, 후지TV, 도쿄미쓰비시은행, 미쓰비시상사, 산토리 등에는 게이오대, 와세다대, 도쿄대학 출신 등이 집중되었지요. 주간 프레지던트지 조사에서는 상장기업 최고경영자중 압도적인 다수가 도쿄대, 게이오대, 와세다대 등 이른바 3대 명문대의 상대, 법대, 공대 출신인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특이한 회사는 거대기업 소니입니다. 신입사원 선발에서 개성을 중시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명문대 집중 현상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각 대학 한개 학과에서 많아야 3명(3개과), 2명(6개과)씩이고 나머지는 전부 1명씩만 뽑았지요. 사원들의 개성을 중시하고, 학벌타파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 사회 전체적으로는 학벌사회 타파, 대학서열화 철폐가 당분간은 묘연해 보입니다. 국민들의 일류대를 향한 열기가 거의 홍역의 수준이고, 언론들도 이에 대한 반성 보다는 대학을 서열화 시켜 보도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입니다.
taein@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