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大選)주식회사의 최대 주주는 지난 20년 간 변함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하 DJ)입니다. 그는 현역에서 은퇴한 후에도 여전히 30%의 지분을 고스란히 갖고 있습니다. 누구든 거기에 1%만 스스로 더할 수 있으면, 5년간 청와대에서 꿈 같은 살림을 차릴 수 있습니다. DJ가 30% 지분을 잠시 빌려 주는 순간 그 30%가 회오리바람을 일으키면서 15% 가량 승수효과를 내기 때문입니다. 2개월이면 충분합니다.
하여, 청와대를 넘보는 자, DJ의 눈치 안 보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감히 대한민국의 큰집, 청와대를 잠시 맡겨 놓은 특각(별장) 취급하며 DJ의 눈치를 전혀 안 보는 자가 있으니, 그 자가 바로 종신직 수령 김정일입니다. 반면에 DJ는 뭔 까닭인지 독재자의 독재자 김정일에게는 전전긍긍합니다. 60억 인류 중에 DJ가 눈치보는 자는 2천만 노예 주인 김정일밖에 없는 듯합니다. 가정사는 알 수 없는지라, 이휘호 여사는 혹 모르겠습니다. 세계 최강국의 국가원수도 DJ는 안중에 없습니다. 바로 여기에 대한민국의 어지러움이 있고, 북한주민의 피눈물이 있고, 동북아의 스모그가 있습니다.
누군가 사자처럼 용맹하게 싸우고 여우처럼 지혜롭게 겨루어 DJ의 30% 지분 중에서 10%만이라도 정정당당히 가져갈 수 있다면, 지난 10여 년간 북풍에 실려와 청와대 위에 짙게 드리운 먹구름이 싹 걷히고 안보와 경제의 쌍무지개가 펼쳐질 것입니다. 다음은 2000년에 쓴 글입니다. (2007.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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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돌아가는 꼴이 심상치 않다.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했다고 정부가 스스로 선언한 직후, 나라는 곧장 총선의 회오리 속으로 빠져들어 이전투구를 벌였다. 이어 남북 정상회담의 열기, 의료 대란, 금융 노조의 파업, 수십 조원 단위의 공적 자금 재투입(정부 쪽의 사과는 단 한 마디도 없었음), 국회 파행, 극도로 악화된 신용경색, 코스닥 붕괴, 연금 부실화, 건강보험재정의 고갈 등 과연 한국호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과거 정권들의 실정들을 개혁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분명히 국민들은 외환 위기 극복과 개혁에 힘을 모아 주었다는 것도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금융 개혁과 기업 개혁을 위해서 아무 소리 않고 연100조원의 예산 외에도 150조원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게 밀어 주었다. 4년간의 예산과 공적자금 150조원을 합하면, 무려 550조원을 밀어 준 셈이다. 한 가구 당 무려 4,600만원 꼴이다. 가구 당 평균 부채 2,000만원의 두 배가 넘는다. 예산은 별개라 하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 어려운 상황에서 조세부담률이 20%를 상회한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 전체가 허리를 졸라 매었다는 말이다. 역대 정부를 비난하지만, 만약 역대 정부가 저 중남미처럼 선심정책을 남발하다가 재정적자로 국가부채를 백두산처럼 쌓아두었더라면, 외환위기 이후 거센 조세 저항에 의해 세금도 제대로 못 걷었을 것이고, 공적자금은 아예 상상도 못하고 150조원에 해당하는 것(총외채에 버금가는 1,200억 달러)을 전부 외채로 해결해야 했을 것이다. 역대 정부를 아무리 욕해도 건전 재정을 꾸려 국가 부채(김영삼 정부까지 65조원)를 거의 남기지 않았다는 것은 감사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김대중 정부가 거의 무한대로 공적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한 최대의 힘이었으니까. 바로 이런 좋은 여건 때문에 우리나라가 중남미와는 질적으로 다른 외환위기를 겪는 것이다.
재정확대와 공적자금 투입의 결과는? 오히려 금융경쟁력과 산업경쟁력이 나날이 선진국과 중국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듯하다. 국제환경이 좀 나빠지자, 정신없이 헤매고 있다. 경제수장마저 중국과 비교하여 암담해 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정부의 장담과는 달리 또다시 공적자금 50조원을 더 조성해야 할 것 같다.
개혁의 산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고통이 오래 지속되고 있다. 이미 5년 임기의 끝이 저만치 보이건만, 그 고통이 잦아질 기미조차도 안 보인다. 산통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아이도 산모도 다 위태로워진다. 빨리 손을 쓰지 않으면 나중에는 산모나 아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김대중 대통령님이 이것저것, 이 편 저 편, 다 살리고 다 구미를 맞춰 주려는 욕심이 큰 원인의 하나라고 본다. 정치, 경제, 통일, 교육, 의료 등 모든 것을 단 5년 안에 크게 진전시키려는 욕심이다. 정치는 결국 선택의 문제인데, 하나를 택했으면 그것이 자리잡게 해야 되는데, 어느 이익 집단이 떠들면 금방 정반대되는 주장을 같이 받아들인다. 가닥을 잡혀 가다가 즉시 혼란해진다.
어느 것 하나를 중심으로 잡고 나머지를 보완해야 하는데, 뒤범벅으로 섞어 놓아서 도무지 뭐가 뭔지 모르게 만들고 있다.
모든 계층을 다 만족시키려 하고 모든 지역을 다 만족시키려 하고 모든 사람의 인기를 다 차지하려고 한다. 전혀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고 있다.
그건 애국심이 아니다. 욕심일 뿐이다.
그러면서도 야당에 대해서는, 비판세력에 대해서는 사정없이 몰아붙인다. 먼 데 적과는 언제든지 손을 잡고(김정일, 김종필) 가까운 데 적(김영삼, 이회창)은 추호도 용서 없다.
금융을 살리려면 퇴출할 것은 퇴출시키고 외국에 팔 것은 팔아야 한다. 제조업을 살리려면 시장에 내몰아 무늬만 벤처, 무늬만 중소기업, 무늬만 국민 기업, 무늬만 대기업은 정체를 밝혀 내쫓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쌍하다고 해서 이리 살려 주고 저리 살려 주고 이리 수십 조원 저리 수십 조원 끝없이 돈을 대 주어 연명시켜 주니까, 점점 더 사태는 악화된다. 심지어 공적 자금을 투입한 곳도 임금이 거의 깎이지 않고 보너스도 다 준다. 떼쓰면 안 통하는 게 없다. 잘 하는 은행, 잘하는 기업만 죽을 지경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린 국제 경쟁력을 그렇게 강조하면서도 의료 개혁, 교육 개혁은 경쟁을 배제한 사회주의를 지향한다. 경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려고 전부 국가의 손아귀에 쥐고 있다. 의료보험수가, 등록금, 심지어 드링크류를 어디서 팔지, 모의고사는 칠지 말지 치면 횟수는 몇 회나 할지 이런 시시콜콜한 것도 정부가 모두 정한다. 명분은 모든 게 '국민을 위해서'이다. 그러나 국민은 돈은 돈대로 들고 혜택은 갈수록 줄어들어 불안하기만 하다. 보충수업 자율학습 없어진다고 좋아했는데, 학원 보내고 과외 시키느라고 돈은 훨씬 더 든다. 건강보험공단은 이미 재정이 고갈되었다.
대통령 스스로도 말했듯이 통일은 20년, 30년 걸릴 장기적인 일이다. 어느 한 쪽 정권이 지극히 위태로워지는 돌발 변수가 없는 한 그렇게 긴 시간이 필요한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여권을 중심으로 마술사가 모자에서 비둘기 꺼내고 토끼 꺼내듯 솔솔 희망적인 말들을 수시로 흘리는 바람에 국민들은 한껏 가슴에 부풀었다가는, 다음 순간 여론의 눈치를 보고 슬그머니 발뺌하는 소리를 듣고는 맥이 탁 풀린다.
혼란의 중심에는 DJ의 끝없는 욕심이 있다.
대통령은 민주화의 기수로 선진 통일 한국의 기초를 닦은 분으로 역사에 길이 남고 싶으면, 욕심을 버리고 냉철하게 선택을 하고 집중해야 한다. 모든 걸 다 선택하고 모든 걸 다 잘할 수는 없다. 사탕을 먹고도 그 사탕을 손에 들고 흐뭇하게 바라볼 수는 없다.
(2000.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