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대중 전 대통령 자택으로 與圈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줄을 이어 찾아가고 있다. 최근 다섯 달 새만 해도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노무현 대통령, 민주당 지도부 일동, 열린우리당 지도부 일동, 열린우리당 탈당파 일동, 이해찬 전 총리 등이 순서대로 찾았다. 지난 11일엔 여권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다는 한명숙 전 총리가 퇴임 후 첫 일정으로 김 전 대통령을 방문했다. 이들이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받아 나오는 메시지는 한결같다. “여권이 다시 합쳐서 야당에 맞서라”는 것이다. 민주당에겐 “다시 (열린우리당과 합칠 것을) 결심할 때가 됐다”는 호소가 있었고, 열린우리당에겐 “여권이 하나가 되면 국민이 거대 야당에 대항할 힘을 줄 것”이라는 촉구가 있었다. 또 열린우리당 탈당파들은 “최소한 선거연합이라도 해서 여권 단일 후보를 내라”는 김 전 대통령의 당부를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들어선 김 전 대통령 한 측근의 집이 범여권 인사들의 사랑방이 되다시피 했다고 한다. 측근의 집이 여권의 사랑방이라면, 김 전 대통령의 집은 여권 정치의 本山본산쯤 될 것이다. 여권 인사들이 줄줄이 김 전 대통령을 찾는 이유와 김 전 대통령이 이들에게 빠짐없이 전하는 메시지의 숨은 뜻이 무엇인지는 다 알고 있다. 흩어진 호남 지역 정서를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동원해 다시 모아 보자는 의도다. 다시 말하면 범여권이 김 전 대통령을 마치 호남 民心민심의 주인인 듯 받들어 모시겠다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이건 그 지역 주민에 대한 모욕이다. 김 전 대통령이 호남 사람들의 지원에 크게 힘입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할 수 있을는지 모르지만 김 전 대통령이 그 지역의 主人주인일 수는 없는 일이다. 지난 세월 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적대 세력에 의해 그 지역 사람들마저 여러 가지 말 못할 고초를 겪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김 전 대통령은 그 지역 주민들에게 빚을 진 사람일 수는 있어도 주인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여권은 이런 사정을 뒤집어 김 전 대통령 마음만 잡으면 그 지역 사람 전체의 뜻을 좌지우지할 수 있을 것처럼 하고 있다. 舊態구태도 이만저만한 구태가 아니다. 김 전 대통령의 영향력이 이런 식으로 이용된다면 본인을 위해서나 나라를 위해서나 옳은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배경은 다르지만 이명박 전 시장과 손학규 전 지사도 김 전 대통령을 찾았고, 정치권엔 김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의 連帶說연대설도 돌아다닌다. 속셈은 모두 한 가지다. 그래선지 김 전 대통령의 장남에 이어 차남 홍업씨가 전남 무안의 4·25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소식에도 주요 정파, 어느 대선 주자도 말이 없다. 홍업씨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시절 기업체로부터 33억원을 받아 刑형이 확정됐다가 사면된 사람이다. 이것이 최근 김 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정치권의 풍경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