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못가의 초라한 집에 신분 모르는 처녀가 홀로 살고 있었다. 외롭고 가난한 처녀는 자기의 조상의 내력도 몰랐다.
세상에서는 물론 천한 집의 계집애로 경멸하고 웬만한 평민의 총각도 아내로 데려가려고는 하지 않았다. 남의 집에 가서 빨래와 바느질을 해주면서 살아갔는데 제 또래 여자들이 남편의 사랑을 받으면서 아이에게 젖을 물려 안고 있는 것이 부러웠다. 외딴 집에 혼자 자는 밤이면 뼈에 사무치게 쓸쓸함을 느꼈다.
그런데 집 앞의 못에서 밤마다 용이 나타나서 이 외로운 노처녀를 위로해 주었다. 그렇게 지내는 동안에 친해져서 동침의 정을 맺은 결과 아들 하나를 낳았다.
“인제 내가 할 일은 다했으니 이 아들을 잘 길러요. 그러면 장차 복을 받고 귀하게 될거요.”
용은 이 노처녀에게 아들을 점지해 주려고 잠시 이상한 남편 구실을 했던 것이다. 용의 피와 정기를 타고 난 아이는 병도 없이 자랐고 지혜가 비상했는데 어려서부터 특히 시(詩)를 잘 짓는 재주가 있었다. 홀어머니의 고생을 덜어 주려는 효성이 지극한 아들은 소년 때부터 집 앞 뒤 땅에 밭을 일구고 감자 농사를 지었다. 그가 가꾸는 감자는 다른 농민들보다 배나 크고 맛이 좋았으며 같은 면적의 수확도 세배나 되었다. “저집 애는 감자 귀신이다.”
이런 소문이 퍼진 덕분으로 어느덧 그의 이름까지 서동(薯董)으로 불러졌다.
서동은 그 감자를 찌거나 굽거나 해서 바구니에 담아 가지고 거리로 다니면서 주로 아이들 상대로 팔아서 모자의 생계를 유지했다.
서동의 감자는 꿀맛이다.
서동의 감자는 서울서도 명물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서동이 읊은 노래는 아무도 모르게 입에서 입으로 불려졌다.
“감자 사려!”하고 외칠 때도 있지만 대개는 길가나 장에서 서동이 노래를 부르면 사방에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날마다 서울 거리를 장사하려 돌아다니기 때문에 세상 소문도 빨리 들었다. 서동의 모친은 밤마다 아들에게 세상 소문 듣는 것이 하나의 낙이었다.
“어머니, 오늘은 이상한 소문을 들었어요. 진평왕(眞平王) 셋째 따님 선화공주(善花公主)가 신라 제일의 미인이래요.”
“그야 공주님이니까 미인이겠지.”
“공주면 다 미인인가요. 선화공주 언니는 곰보라 시집도 못 간다는데.”
“너 그런 소리하다 큰일난다.”
“그런데 선화공주는 너무 미인이라 시집을 못 간대요.”
“그건 또 무슨 까닭이냐?”
“하기야 미인이라 귀공자들의 청혼이 많지만 선화공주가 너무 미인이라 그런지 신랑감마다 마음에 안 든다고 퇴짜를 놓는대요.”
“호호호, 딸 둔 부모는 못나도 걱정 잘나도 걱정이란다. 나도 이런 처지로선 네 장가 들일 것이 걱정이다.”
“어머니 제 장가 걱정은 마세요. 아무리 못나서 제 아내 하나 못 얻겠어요?”
“혼인이란 공주님들도 그렇게 어렵듯이 첫째는 연분이 맞아야 한다. 그러나 너에게 연분이 맞는 처녀가 있어도 혼수할 힘도 없으니 어찌 걱정이 아니랴.”
모자가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잔 그날 밤에 서동은 용꿈을 꾸었다.
“나는 네 집 앞 남지못에 사는 용이다. 엄마 한테 들었겠지만 네 아버지다. 너도 이제 장가를 들어서 엄마를 안심시켜야 한다. 지금 마침 천하미인 진평왕 셋째 공주가 마음에 들 낭군을 찾고 있으니 네가 공주의 마음을 끌어서 부마가 돼라. 그러면 장차 귀하게 된다.”
서동은 놀라며 물었다.
“제가 어떻게 선화공주의 마음에 들 수 있습니까? 공주의 사랑을 받을 만한 자격도 없고 방법도 없습니다.”
“아니다. 네가 동요를 잘 지으니 그 동요의 재주를 잘 활용해 봐라.” 이런 아버지(?) 용의 계시(啓示)를 꿈꾸고 나서도 서동은 어머니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물론 동요 재주를 이용할 생각도 먹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사흘 밤을 계속해서 같은 용꿈을 꾸었다.
“같은 꿈을 세 번이나 꾼 용꿈이니 한 번 시험해 보자. 실패하면 그만이지.”
드디어 서동은 동요를 세상에 퍼뜨려서 선화공주의 마음을 끌어보리라고 마음먹었다. 그는 마침내 이상한 동요를 짓고 곡을 붙여서 장안의 소년 소녀에게 가르쳤다.
“너희들 중에서 이 노래 배워서 제일 잘하는 애에겐 수박만한 감자를 상으로 준다.”
서동에게 재미나는 노래를 배우는 것도 기쁜데다가 상까지 준다 하니 모두 신이 나서 그 노래를 배웠다. 그리하여 며칠 안 가서 장안에는 이 서동가가 퍼졌고 방방곡곡을 흘러갔다. 그 노래는 다음과 같은 가사(歌詞)였다.
천하에서 제일미인
선화공주 아가씨는 잘난 신랑 없다하고 시집 안 갈 핑계더니 알고 보니 아니더라 알고 보니 아니더라 낮이면 새촘 빼고 일락서산 해가 지면 남짓가의 용자(龍子)하고 닭울도록 잔다더라 유행가는 당시 풍류생활을 하는 신라사회에서 한 번 유행해서 인기만 얻으면 열병같이 퍼져서 관가에서도 금할 수가 없었다. 예술 문화를 숭상하고 그 표현도 자유로웠던 신라에서는 남녀의 애정을 노래한 노래가 원시적인 노골적 표현을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동요는 왕실의 공주가 바람을 피운다는 노골적 내용이라 문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동요로서 아이들만 불렀지만 점점 어른들까지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남지 못가에 산다는 용왕의 아들을 잡아서 벌할 수는 없었다.
“이건 필시 공주에게 실연당한 많은 청년들이 질투 끝에 공주를 욕하기 위한 장난이다.”
대신들도 그런 추측밖에 할 수 없었다. 진평왕은 하는 수 없이 죄도 없는 줄 아는 선화공주를 귀양 보낸다는 명목으로 먼 섬으로 보내게 되었다. 많은 돈과 비단과 양식을 실어서 보내면서 말했다.
“네 억울한 누명은 나도 잘 안다. 그러나 그런 불미한 노래가 나도는 이상, 우선 네 마음이 괴로울 거다. 멀리 떨어진 한가로운 섬에 가서 편히 지내라. 풍문은 오래 가지 않는 법이니, 세상에서 그 오해를 잊어버리는 대로 환궁시키겠다.”
선화공주는 실제야 어떤 대우를 받든지 그런 누명을 쓰고 먼 섬으로 귀양 가는 것이 여간 억울하고 슬프지 않았다. 그러나 부왕(父王)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끝까지 거역하면 부왕의 노염을 사서 진짜 귀양을 갈 것이며 결과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서동은 자기가 지어서 퍼뜨린 노래가 이런 효과를 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구중궁궐에서 많은 시녀들의 시중을 받으면서 금지옥엽(金枝玉葉)으로 곱게 자란 선화공주가 귀양간다는 소문을 듣고 자기의 죄가 무서워졌고 공주의 수난(受難)을 동정했다.
‘그러나 내 용꿈이 반쯤은 맞은 셈이다. 앞으로 공주의 고생을 덜어 주어야겠다. 그러다가 요행히 공주의 호의를 사면 부부의 인연이 맺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생각으로 서동은 공주가 향해 가는 길을 앞질러 가 어떤 험한 고개에서 기다렸다.
이윽고 공주의 일행이 산길을 올라오고 있었다. 전곡(錢穀)을 실은 말은 세필이나 되었으나 초라한 이인교(二人轎)는 빈 가마로 오고 공주는 가마에서 내려 다리를 절면서 허덕허덕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다.
이미 공주의 위엄이 사라지고 죄인의 신분이므로 가마꾼도 비탈길이라 사람을 태우고는 못가겠다는 핑계로 공주를 학대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보통 때의 공주 행차라면 사인교(四人轎)에 시녀들을 거느리고 사령소리도 요란하게 지나갔을 것이 아닌가. 그리고 비록 이인교라도 하인들은 어깨가 으스러지는 한이 있어도 잘 태워서 모시고 올라갔을 것이다.
서동은 숨어서 기다리던 숲에서 뛰어나와서 보행으로 고통을 겪는 공주를 자기 등에라도 업어 모시고 싶었다. 그리고 전날까지도 공주에게 굽실거리던 종들이 불우해진 오늘의 공주를 업신여기는 것을 분해 했다.
그러나 서동은 자기가 취할 행동을 침착히 생각하고 일행이 보이는 거리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숨어서 공주의 동정을 살폈다.
‘저 하인 놈들이 말에 실은 전곡까지 빼앗고 도망칠지도 모른다.’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느덧 그날 해도 저물어서 어둑어둑해졌다. 그러나 하인들은 공주를 걸리고 산중으로 들어가고만 있었다. 이때부터 서동은 긴장하고 만일의 경우 공주를 구출할 각오를 했다. 그리고 공주를 자기가 구해 줌으로써 공주와 가까워지고 호의를 받게 될 무슨 사건이라도 발생했으면 좋겠다는 기대조차 품어보는 것이었다.
불손한 하인놈들이 배반하든지 아니면 산적이라도 나타나면 자기의 화랑도다운 의협심을 발휘하려는 용기를 다졌다.
이런 의협심의 용기는 이미 직전까지 생각하던 공주 접근에 대한 야심이나 모략적 성질과도 딴판으로 약한 여자를 보호하려는 인륜에 따른 분발심이었다. 해가 지자마자 산중의 밤은 빨리 와서 주위가 갑자기 어두워지는 듯했다.
선화공주는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고 아픈 다리가 천근같이 무거워서 땅에 주저앉아 울고만 싶었다. 어두워진 험한 산길의 돌부리를 차고 엎드려진 공주는 두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나서 비틀거리다가 또 돌부리를 차고 쓰러졌다.
그러나 지쳐서 쓰러진 공주는 그래도 공주의 체모를 지키려고 입을 악물고 터져 나오는 통곡을 참았다. 길은 이미 급한 경사지를 지났으나 가마꾼 두 명은 태우려고도 않고 모른 척하고 앞서 가고 있지 않은가.
하인들은 우직(愚直)하기만 해서 그런지 몰라도 빨리 산을 내려가서 인가를 찾을 생각은 않고 점점 깊은 산 속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공주님, 빨리 걸으시오. 어서 산을 지나서 마을에 가야 합니다. 그러다가 산적이나 범이라도 나오면 어쩌려고 그럽니까?”
“내 걱정 말고 너희들이나 어서 안전한 곳을 찾아 가거라.”
공주도 참다못해 절망해서 소리를 지르는 모양이었다.
마침 그때 길가 숲에서 산적 세 명이 뛰어 나오며 일행의 앞을 막았다. 모두 키가 장승 같이 크고 손에는 칼과 몽둥이를 들고 있었다.
“너희들 목숨이 아깝거든 말에 실은 물건을 고스란히 바쳐라!”
공주의 벌벌 떠는 전율(戰慄)이 숨어서 보는 서동의 몸에 그대로 전해지듯 애처로웠다.
“예, 다가져가고 목숨만 살려 주시오.”
하인놈들은 기절한 듯이 땅에 쓰러진 공주도 버린 채 저희들만 산 밑으로 도망쳐 버렸다. 산적들은 하인들이 달아난 뒤에 말에 실은 짐을 풀러 내리고 쓸 만한 것만 고르는 모양이었다.
“야, 이것은 금자루다!”
“금자루라니? 어디 불을 켜봐라.”
한 놈이 불을 켰다.
“얏, 정말이다. 오늘밤엔 산적 몇 해 동안에 처음으로 큰 횡재했다.”
멀리 떨어져서 보는 서동에게도 불빛에 번쩍이는 황금덩어리의 누런 빛이 보였다. 산적들은 금자루를 둘러 메고 가려다가 비로소 길가에 죽은 듯이 쓰러져 있는 젊은 여자를 발견하고 다시 기성(奇聲)을 올렸다.
“야, 이게 웬 계집애냐. 곱기도 하다.”
“허어, 이 여자의 행장이었구나. 하인 놈들이 가마까지 버리고 도망쳤다. 우리보다 나쁜 놈들이다. 약한 여자 상전을 버리고 저희들만 도망친 비겁한 놈들!”
산적들까지 하인들의 배신에 욕했다. 그러나 저희들 산적이 하인들보다 나은 마음으로 공주를 대해 줄 것인가?
“네가 죽은 척해도 속지 않고, 용서하지 않는다. 우리하고 가자. 순순히 말 안 들으면 여기서 그냥 요절을 내버린다.”
당장 죽이겠다는 위협인지, 겁탈하겠다는 공갈인지, 공주의 운명은 충전등화(風前燈火)격이었다.
서동은 더 참을 수 없었다. 강도들과 싸워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공주를 구원할 자는 자기 뿐이오, 그것이 또한 하늘이 마련해 준 귀중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가 공주를 아내로 삼으려고 모략의 노래를 유행시켰기 때문에 죄없는 공주에게 이런 끔찍한 봉변을 당하게 했다는 가책을 느끼자 역적의 죄를 진 것만 같았다. 그 속죄를 하려면 생명을 내놓고 공주를 구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순간 서동은 성낸 범처럼 그곳으로 달려가며 소리쳤다.
“이 무도한 짐승 같은 도적놈들! 그 분이 누구신데 감히 이러느냐!”
불의의 호령이 내렸으므로 산적들은 깜짝 놀라서 돌아다보았다.
“이놈! 네가 어떤 놈이냐?”
산적들도 곧 대항하여 서동을 노려보았다.
“어서 무엄한 행패를 그쳐라. 이 분은 궁중의 금지옥엽(金枝玉葉) 선화공주님이시다. 약탈한 금자루를 놓고 썩 물러가거라!”
“이 여자가 공주라고?”
“그렇다.”
“공주면 처녀겠구나. 그러지 말고 타협하자. 너에게도 금맛도 공주 맛도 한몫 나누어 주마. 핫핫핫.”
상대방이 한 놈이라 다른 놈이 해괴한 말로 서동을 야유했다.
“이 무례한 놈들, 점점 짐승의 보색을 나타내는구나. 너희들 내가 혼잔 줄 알고 그러지만 산 밑 마을에서 저녁 먹고 올라오는 호위병 이십 명이 오면 사지를 찢어서 죽이겠다.”
서동은 임기응변으로 산적들을 위협했다. 그러면서도 산적이 방심한 순간에 한 놈의 팔목을 작대기로 후려갈겨 칼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 칼을 재빨리 집어든 서동은 높은 바위 위로 뛰어 올라서 산 밑을 향해서 높이 외쳤다.
“야아, 호위병들! 여기서 공주님이 산적을 만나셨다. 하인놈들이 겁을 내고 도망쳤으니 빨리들 올라오라. 산적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포위진을 치고 오너라.”
산적들은 겁을 집어먹고 금자루만 둘러메고 도망쳐버렸다. 산적들은 그것으로 제 벌이는 했고 서동도 공주를 구하려던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피를 흘리지 않고 잘 된 셈이었다.
서동은 공주를 부축해 일으키면서 말했다.
“공주님, 큰일 날 뻔했습니다. 도적들을 쫓아 버렸으니 어서 마을로 내려가서 편히 쉬십시오.”
공주는 산적에게 잡혀갈 위기에서 구해 준 서동을 생명의 은인처럼 고마워했다. “고맙습니다. 위급한 몸을 이렇게 구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존함이 누구십니까?”
선화공주는 궁중에서 추방된 첫날 저녁에 이런 봉변을 당했으므로 불행한 운명을 저주하는 동시에 세상이 험악하고 무서운 것을 느끼고 몸서리가 났다. 지금 구해 준 은인의 청년만 또 그냥 가버리면 약하고 세상모르는 자기로서는 한시도 살 것 같지 않았다.
공주는 서동의 말대로 서동을 따라서 빨리 마을로 내려가려고 애를 썼으나 발이 부르트고 피로해서 엉금엉금 기는 수밖에 없었다.
“공주님 그 발로는 못 가십니다. 황송하오나 제 등에 업히십시오.”
“여자로서 실례인 줄 아오나 위급한 경우니 꾸중치 마시오.”
공주는 서동의 등에 업혔다. 처음으로 청년에게 몸을 대고 업혔으므로 수치심으로 바르르 떠는 감촉이 서동의 전신으로 느껴졌다.
서동은 부드럽고 탄력 있는 공주의 체온에 황홀할 뿐이었다. 그는 조금도 체중을 느끼지 않고 나는 기분으로 산중의 밤길을 내려왔다.
그날 밤을 주막에서 지낸 공주는 이튿날 아침에 길을 떠나기 전에 서동에게 상의 했다.
“암만해도 앞으로 갈 길이 위험하니 이 동네에서 착실한 인부를 구해 주세요. 돈은 다 도적 맞았으나 몸에 지닌 패물을 드리겠으니 좋은 인부 두 명만 사주세요.”
“예, 물론 공주님 혼자는 먼 섬까지 가시지 못합니다. 응당 충실한 인부라도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공주님이 제 성의와 수완을 인정해 주신다면 제가 모시고 가고 싶습니다.”
“어젯밤 일만 해도 송구하거늘 어찌 또 도련님 신세를 지겠어요. 그야 도련님이 보호해서 데려도 주시면… 실은 저도 그런 청을 드리고 싶었으나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공주는 서동이 평민의 총각인 줄 알면서도 도련님이라고 깍듯한 공대를 했다. 은인에 대한 태도이기도 했지만 자기는 이미 공주가 아닌 죄진 처녀라는 자각에서 주막 심부름꾼에게도 겸손한 말공대를 했던 것이다. 이런 태도로도 공주의 교양이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선화공주는 생명을 구해 준 서동이 귀양 가는 천리 길을 보호해 주며 동행하게 되었으므로 마음으로 고맙게 여기고 기뻐했다. 그날부터 두 남녀는 고락을 같이 하면서 길동무가 되었다. 그러는 동안에 애정이 자연스럽게 일어나자 괴롭던 길이 즐거워져서 도리어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세상에서 아무런 간섭도 받지 않고 그들은 마침내 모든 것을 아끼지 않고 바쳤다.
“나는 당신과 이런 인연이 맺어질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귀양 가게 된 것이 도리어 다행이었어요.”
공주는 기뻐했다.
“나는 공주와 부부가 될 용꿈을 꾸었는데요.”
서동은 수수께끼 같은 말로 받으면서 빙그레 웃었다.
“무슨 용꿈을 꾸었는데요?”
공주가 물었다.
“그건 공주가 궁중에서 쫓겨난 사건과 관계가 있으니 공주가 이렇게 귀양 오게 된 경과부터 말해봐요.”
“다 아시면서 또 물으세요. 그러나 나에게 청혼하다가 거절당한 청년들이 질투를 하고 내가 어떤 총각하고 사랑하고 궁중을 나와서 밤잠을 잔다는 거짓말을 노래로 지어서 퍼뜨렸다지 않아요. 지금 생각하면 그 얄미운 청년이 도리어 고마워요. 그 때문에 지금 당신과 이렇게 맺어졌으니까요.” 그들은 마치 행차하는 듯한 즐거운 걸음으로 공주의 귀양길을 가면서 지난 날의 비밀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그 유명한 노래를 듣지 못했어요. 당신 아시거든 한 번 들려주세요.”
“그럼 내가 그 노래를 불러서 우리 사랑을 축복해 볼까?”
“네, 어서 들려 줘요. 우리로선 축복할 노래니까요.?”
서동은 시치미를 떼고 잘하는 노래 솜씨로 자작자곡(自作自曲)인 문제의 유행가를 불렀다.
천하에서 제일미인
선화공주 아가씨는 잘난 신랑 없다하고 시집 안 갈 핑계더니 알고 보니 아니더라 알고 보니 아니더라 낮이면 새촘 빼고 일락서산 해가 지면 남짓가의 서동하고 닭울도록 잔다더라 “어마! 그런 노래였어요. 아바마마가 노해서 귀양 보낸 것도 무리는 아니었군요. 그런데 서동은 당신 이름 아니예요? 호호호, 그 귀절만 바꿔 부른 당신 장난이 얄미워요.”
“이름은 바뀌었으나 본인은 같았거든. 본 노래에는 용자라는 익명(匿名)으로 돼 있지만 내가 용의 피를 타고 났다는 이야기는 이미 하지 않았소. 그리고 실은 그 노래는…”하고 자기가 선화공주를 얻으려던 동기와 유행가를 지어서 퍼뜨린 경과를 자세히 고백했다.
“아아, 이제 내 운명의 비밀을 다 알았어요. 그만한 재주와 수단이 없는 사람이 아니면 내 배필로 몸을 맡기겠어요. 호호호.”
“그러니까 우리는 천생배필이지.”
서동은 길가다가 공주를 포옹하고 입을 맞추었다.
“아이, 누가 보지 않아요?”
“이 산길에서 보긴 누가 봐.”
“저기 하늘의 구름이 시기하지 않아요. 호호호.”
“허긴 범이 시기하고 나올지 모르겠군.”
농담을 하면서도 서동은 공주를 포옹한 채 나무 그늘 밑으로 가서 쉬었다.
그들은 신혼여행(新婚旅行) 기분으로 귀양지인 섬까지 갔다. 거기서 공주와 서동은 지위가 박쥐같이 변하는 이중생활(二重生活)을 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섬사람들의 눈이 무서워서 낮에는 서동이 충실한 종구실을 하고 밤으로는 정다운 남편구실을 했다.
한 자루나 되는 금은 도중에서 산적에게 털렸으므로 두 식구가 살아가기 위해서 서동은 섬에서도 따비밭을 이루고 유명한 그 감자 농사를 지었다. 그리고 바다에서 고기도 잡아서 열심히 일했다.
“궁중에서 아무 일 않고 금의 호식하던 때보다 땀 흘려서 일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보람있는지 모르겠어요.”
공주는 서동의 일을 몸소 도왔으므로 일의 기쁨과 가치를 비로소 알았던 것이다. 궁중의 공주 생활보다도 서동과 이룩한 섬에서의 귀양살이가 얼마나 행복한지 몰랐다.
그러나 귀양살이 이 년만에 해신(海神)이 그들의 행복된 애정을 시기했는지 태풍이 계속 불어서 집이 날아가고 어선이 떠내려갔다. 감자를 비롯한 농작물도 전멸해 버렸다.
“날만 개면 내가 해녀(海女)가 돼서 조개라도 주어다 먹을 테니 걱정 마세요.”
공주는 생활의 책임감을 느끼고 걱정하는 남편을 위로했다.
“그러나 당신이 경멸하는 황금을 이번만은 이용하겠어요. 우선 쓰러진 집을 다시 짓고 살아야겠으니까요.”
“나는 황금 소리만 들어도 귀가 더러워지는 것 같소. 그런데 황금은 산적에게 다 빼앗기지 않았소.” “한 개만 몸에 지녔던 것을 당신에게도 모르게 감추어 왔어요. 이런 급한 재난 때 쓰려고요.” 공주는 누런 광채가 나는 묵직한 금덩이를 내 주었다.
“허어, 이것이 황금이요? 나는 이런 누런 차돌은 많이 보았지만 황금인지도 몰랐소.”
“이런 것이 누런 차돌이라고요? 호호호, 이런 것을 어디서 많이 보셨어요.”
“남짓가 집 앞 뒤 밭엔 얼마든지 있소. 감자 농사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몇 삼태기씩 골라서 땅 속에 깊이 묻어 버렸지.”
“어머나, 그럼 어서 돌아가서 그 황금을 캐내세요.”
“황금은 나에겐 소용없소. 그것이 있으면 사람이 게을러지고 오만해지고 방탕해진다는데. 그래서 성현들이 더러운 보물이라고 가른 친 모양인데 내가 다행히 모르고 묻어 버린 것을 왜 캐라는 거요.”
“당신에겐 필요 없어도 나에겐 필요해요. 아니 우리가 정식으로 부부가 되는데도 그것만 많으면 돼요. 황금만 많이 부왕께 바치면 내 귀양도 풀리고 당신과의 결혼도 허락해 주실 테니까요.”
“정말!” 이 말에는 서동도 놀라며 귀가 솔깃했다.
“그럼요, 캐내기만 하세요. 다른 사람이 알고 캐 가기 전에 어서 가서 캐요.”
“남의 밭에 있는 걸 누가 캐 가겠소.”
“강도도 있는데 밭에 묻힌 건 캐는 사람 차지가 아니겠어요? 꼭 황금덩어리만 몇 삼태기 캐낸다면 나도 안심하고 같이 서울로 가겠어요.”
“상감님 허락도 없이 갈테요. 공주는 상감님 허락 있을 때까지 여기 있어야 하오. 내가 먼저 가서 금을 캐 가지고 올 테니…”
서동은 우선 공주가 내 준 금덩어리 한 개를 장터에 가서 팔았다.
“웬 돈을 이렇게 많이 주시오.”
서동은 장사치가 헐값으로 쳐서 주는 금값을 받고서도 뜻밖에 엄청난 액수라 깜짝 놀랐다. 금을 산 사람은 너무 값이 적어서 빈정대는 줄 알았다.
“후한 값을 놓았는데 더 내란 말이오?”
장사꾼은 능청맞은 흥정을 했다.
“아니, 돈을 너무 많이 주기에 미안해서 그러오.”
서동의 바보같이 순진한 진심을 알게 된 장사꾼은 속으로 웃었다.
“잘 해줄 테니 또 있거든 나한테 파시오.”
장사꾼은 뒷재미까지 보려고 부탁했다.
“이런 건 서울 우리 집에 가면 감자섬으로 서너 섬은 있소. 오늘 급한 경우에 이렇게 도와 주었으니 요다음에 한관쯤 선사하겠소.”
서동은 진심으로 선사할 생각이었다. 그에게 받은 돈으로 우선 태풍에 날아간 집을 마련하고 당분간의 식량을 장만하고도 자기가 서울 갈 노자까지 될 것 같았으므로 여간 고맙지 않았던 것이다.
서동은 그 돈을 가지고 돌아와서 그전 정도의 오막살이집을 사고 남은 돈으로 식량까지준비해 준 뒤 말했다.
“공주 그럼 내가 금을 캐 가지고 올 때까지 기다려요. 외로운 섬에 혼자 두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지지만 공주를 서울로 돌아가게 하고 우리 혼인을 허락 받을 희망이 있다니 다녀올 수밖에 없소.”
서동은 공주와의 이별이 여간 괴롭지 않았다.
“당신 말대로 꼭 금덩어리만 몇 섬 캔다면 나도 이번에 아주 서울로 돌아가도 좋지만… 아니, 역시 혼자 가세요. 의심을 받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금을 많이 캐거든 당신은 이 섬까지 오실 것 없어요.”
“왜?”
서동은 불안한 듯이 놀라며 물었다.
“생각해 보세요. 그 황금을 쓸 곳은 서울인데 왜 여기까지 그 무거운 금바리를 가져와요?”
“참 그렇군.” 공주는 서동에게 황금의 용도를 자세히 일러 주었다.
서동은 서울 교외 남짓가 집으로 돌아와서 밤낮으로 아들인 선화공주와 백년가약을 맺도록 불공을 드리고 있는 모친을 이년 만에 만났다.
“어머니 너무 상심치 마십시오. 선화공주와는 부부가 되었습니다.”
“아니 상감의 허락도 없이 그게 무슨 경솔한 행동이냐?”
“공주의 곤경을 구해 주고 단 둘이 지나는 동안에 자연 그런 관계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소문이 나면 너도 공주도 극형에 처해진다. 이일을 장차 어찌하면 좋으냐?”
“걱정 마세요. 섬사람도 우리 비밀은 아무도 모릅니다. 낮에는 제가 공주님을 상전으로 충실히 모시기 때문에 다들 주종간(主從間)으로 믿고 있습니다.”
“그러나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비밀은 결국 탄로되는 법이다.”
모친은 아들의 경솔에는 혹시하는 기대도 걸었으나 그 비밀이 탄로되면 왕이 노해서 극형에 처하게 될 장래만 두려워했다.
“그러나 그런 염려도 없이 공주와 정식결혼을 특별히 허락하는 왕의 분부가 곧 내릴 것입니다. 실은 이번에 그 일로 왔습니다.”
“너 그게 정말이냐?” 모친은 기뻐하면서도 믿어지지를 않았다.
“너무 제가 하는 일이 잘 되도록 빌어 주세요.”
“그야, 네가 하는 일이니까 틀림은 없겠지만 일이 너무 분수에 넘쳐서…”
모친의 의구심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어머니, 저를 따라와 보세요. 감자밭에서 황금을 캐내겠어요.”
“황금을?”
“누런 차돌, 그것이 모두 황금덩어리거든요. 그것만 캐서 진평왕께 봉납하면 모든 문제는 해결되거든요.”
서동은 괭이를 메고 나가서 집 앞의 감자밭부터 파기 시작했다. 땅 속에서는 그가 감자 농사에 방해라고 묻어 두었던 <누런차돌>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가 묻은 것은 일부에 지나지 않고 땅을 팔수록 황금덩어리는 속속 나왔다. 앞 밭을 뒤집은 뒤에 뒷밭에서도 역시 많은 황금을 캐냈다. 섬에 담으니 모두 합해서 열 섬이나 되었다. “이것이 정말로 그 굉장한 보물이냐? 이런 걸 모르고 가난으로 고생만 했구나?”
모친은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이것이 비록 황금인 줄 알았어도 공주만 아니면 나는 역시 이것은 거름으로 삼고 감자 농사만 지겠어요.”
모친은 아들의 무욕한 마음씨가 대견스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끄덕였다. “어머니, 잠깐 용화사(龍華寺)에 다녀오겠어요.”
“오냐, 용화사는 네 아버지 용왕이 수호하는 절이니 부처님께 돌아온 인사기도를 드려라. 잘 생각했다.”
“네, 기도도 올리고 주지스님 지명법사(知命法師)도 뵙겠어요.”
“아무렴 지명스님께도 인사 드려야지.”
서동이 용화사로 지명법사를 찾아가는 것은 선화공주가 시킨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명법사를 만난 서동은 우선 누런 금덩이 몇 개를 시주하고 선화공주의 부탁을 했다.
“허어, 기특한 일도 있는 세상이군.”
지명법사는 감탄하면서 선화공주의 부탁대로 황금 열섬을 진평왕에게 바치고 선화공주를 귀양보내라고 강경히 주장한 대신들에게도 몇 덩이씩 선사했다.
왕은 백제 및 고구려와 싸울 준비가 부족해서 고통을 겪던 참에 그 나라의 영토를 전부 살 수도 있는 막대한 재정이 생겨서 기뻐했다. 그리고 선화공주의 귀양을 풀고 환궁(還宮)시키는 동시에 공주의 은인이요 나라에 공이 큰 서동과 혼인식을 올리게 했다. 이리하여 일약 부마가 된 서동은 재상의 큰 벼슬까지 했다.
왕은 별궁 하나를 공주에게 주어서 서동과의 신혼가정을 꾸미게 했다. 서동과 며느리 공주는 모친을 그 별궁에 모셔다가 노후를 편히 지내게 했다. 그러나 모친은 그것을 사양하고 그전 집에서 혼자 살았다.
“나는 궁전보다도 이 정든 초가삼간이 좋다. 아버지 계신 남지못가를 떠날 수 없다.”
이런 모친의 말을 들은 서동은 자기들 부부의 애정으로 미루어 봐서, 모친에게도 역시 부부의 애정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강권하지 않았다.
그해 사월 팔일에 서동 부부는 용화사에 참배하고 어머니 집에 들렸다. 어머니도 아들 부부를 맞으려고 간소한 상을 차려 놓고 기다렸다. 세 가족이 상을 받기 전에 모친은 먼저 아무 말 없이 남지못 물에 흰 밥 세 수저를 떠서 던졌다. 남편 용에게 올리는 정성이었다.
조금 지난 뒤에 연못 한 복판에서 미륵삼존(彌勒三尊)의 금부처가 쑥 솟아 올랐다.
“나무아미타불, 미륵 보살님. 아버님이 미륵보살로 화하셨습니다.”
불교신앙이 두터운 일가족은 모두 합장 배례했다.
“이 못이 미륵성지(彌勒聖地)다. 절을 새로 세울 명당터다.”
이렇게 깨달은 서동은 못을 매우고 큰 절을 세울 발원(發願)을 했다. 곧 터를 닦으려고 인부 백여 명을 들여 한달 동안이나 돌과 흙을 날라다 메워도 깊이가 한없는 못은 메워지지 않았다.
서동은 용화사 지명법사의 도통력을 빌려서 못을 메우려고 간청했다. 지명법사도 그 못 물 위에 큰 금부처가 떠 있는 것을 본 뒤로 그 부처와 절터를 탐했다. 신심(信心)의 열망이었으나 서동의 발원(發願)을 기특히 여기고 참아왔던 것이다.
“스님, 남지는 분명히 미륵명당이었습니다.”
“그야 해동(海東) 제일의 성지니까 미륵 금부처님이 솟아서 물에 계시죠.”
“제 힘으로는 아무래도 못을 메워서 터로 만들 수 없습니다. 스님께서 맡아서 새 절을 지어 주십시오. 건럽정재(建立淨財)는 제가 시주하겠습니다. 스님께서 찬성하신다면 용화사 이전 신축이로 하여도 좋을까 생각합니다.”
“고맙소. 그 안에는 나도 대 찬성이오. 그러나 대감의 설계도대로 대가람(大伽藍)을 신축하려면 막대한 재정이 필요한데 그 방안은 어떠하오?”
“우리 감자밭 땅 속에는 아직도 황금이 무진장 남아 있습니다. 요전에 파다가 진력이 나서 남겨 두었는데 그것도 새절 건축 비용을 남겨 두라는 부처님 계시(啓示)였던 모양입니다.”
“흠, 대감의 공덕이 비상하오. 용화사 신축 감독을 소승이 맡아서 대감의 발원을 성취시켜 드리겠소.” 이래서 남지를 메우고 새 절을 지었다. 그러나 절을 완성한 뒤에 지명법사는 절 이름을 미륵사(彌勒寺)로 하고 다른 고명한 주지 스님을 추천한 뒤에 자기는 그대로 용화사를 지켰다. “중이 어찌 자기 절을 버리고 좋은 새 절을 탐내겠소. 공사 전에 용화사를 그리로 옮겨도 좋다는 대감 말에는 너무 감격도 했고 대감의 그 호의를 거부하면 실망하실까 두려워서 본의 아닌 방편으로 일단 찬성했을 뿐입니다. 훌륭한 새 절은 앞으로 자꾸 늘어야 합니다. 미륵 금부처님이 솟은 성지의 절은 역시 미륵사로 해야 합니다. 그리고 소승보다 덕이 높은 스님을 추천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서동은 후에 백제 망명 왕족의 후손이라는 것이 밝혀져 백제 二十六대 무왕(武王)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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