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일본의 입시전쟁과 사교육열풍

鶴山 徐 仁 2007. 2. 21. 21:23

    
 
이춘규 기자 : 도쿄통신

제 별명은 '촌놈'입니다. 많은 선배나 친구들이 촌놈이라고 해 굳어져버렸습니다. 그러니 촌놈이 맞겠지요. 촌놈은 호기심이 많다지요?그 촌놈 일본하고도 도쿄에 왔습니다. 마음껏 호기심을 발휘,일본의 힘 특히 일본경제의 힘의 원동력이 무엇인지 찾아보겠습니다. 피상적인 게 아닌 최대한 본질에 가까운 변화도 추적, 전해드리도록 애쓰겠습니다. 가끔씩은 '일본상식 뒤집기'도 해보이겠습니다.

 

2007.02-21
 

해마다 1월말부터 3월말까지 일본은 중학교부터 고교입시, 대학입시까지 그야말로 ‘입시 전쟁’이 치러집니다. 2월초 중학입시가 끝나면, 2월 중순 고교 입시, 2월 하순 대학입시(전기), 3월말 후기입시 순으로 치러집니다. 1월중에는 수능시험격인 센터시험이 있습니다.

 이 때가 되면 일본에서 발행되는 권위 있는 주간지나 경제전문지 등은 각 중-고등학교의 상급학교 합격 실력을 순위로 매겨 표지이야기로 보도합니다. 고위인사 출신고교도 비교합니다. 그만큼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일본의 교육열이 높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서 자녀를 적게 두는 이른바 소자화(少子化) 경향이 가속화되면서 대부분 하나나 둘인 자녀의 교육에 투자를 전혀 아끼지 않는 ‘자녀교육 올인(모든 걸 투자하는)’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어 입시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예전과는 크게 달라진 풍토입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는 부모 잘 만나 부자이고 힘 있는 집 아이로 태어나면 좋은 교육을 받아 좋은 국립대나 사립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웠습니다. 이후 좋은 직장에 가고, 정치권력도 세습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부잣집 아이는 교육비가 2~3배 들어가는 사립초등학교를 나와 사립중학교, 사립고교를 거쳐 같은 계열 대학교나 도쿄대, 교토대, 오사카대, 도호쿠대, 나고야대, 규슈대, 홋카이도대 등 명문 국립대를 들어가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습니다.

▲ 일본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도쿄대의 상징 야스다 강당


 반대로 돈이 적은 가정이나 평범한 가정의 아이들은 공립유치원, 중학, 고교를 거쳐 곧바로 취업하거나 주로 국-공립대로 진학하는 게 일반적이었습니다. 전후 혼란기에는 ‘개천에서 용 나는’ 식으로 출세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신분의 고착화는 적어도 최근 수십년간 변화가 느린 일본사회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로 꼽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유시장경제원리가 강조되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평생고용이라는 일본적인 고용의 전통도 무너지면서 ‘1억 총중류’라는 일본사회의 형태가 바뀌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들의 생각도 바뀌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현상이 늘어나며 부자가 아닌 가정의 자녀들도 고액의 비용이 드는 사교육에 매달리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신분상승을 위해서지요. 그래서 유명 입시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신분상승 위해 부자 아닌 집도 사교육 매달려

 고교입시를 앞둔 중3학생들의 경우는 더 심합니다. 와세다아카데미 등 유명 입시학원은 학기초부터 고교입시 지망생들을 모집, 집중적으로 선행교육을 시킵니다. 그래서 중도에 학원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한 경우가 많습니다.

▲ 일본 간사이의 최고 명문 교토대의 상징적 건축물인 시계탑


 이처럼 유명 학원에 미리 들어가지 못한 학생들은 수강료가 1개월에 20만원 안팎인 다른 사설 학원에 다닙니다. 주택가 곳곳에는 수준이 여러 가지인 사설학원이 자리 잡고 있으며, 토마스 등 맞춤형 개별지도 학원은 고가인데도 인기가 높습니다.

 초-중학생이 사설학원에 다니는 것은 사립중학이나 명문 사립고, 공립고에 들어가기 위해서입니다. 일본에서는 게이오대나 와세다대 등 사립학교는 계열학교에 한 번 입학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학까지 쉽게 갈 수 있습니다. 자연 교육도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중입니다.

 그래서 게이오대 계열의 경우 유치원부터 입시경쟁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 다음은 중학교, 또 그 다음은 고등학교에서 남은 자리를 놓고 치열한 입시경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고교에서는 유명 국립대학이나 의과대학, 그렇지 못하면 계열 사립대에 가는 것입니다.

▲ 도쿄 시내 한 지하철 내부의 입시학원 모집 광고
 일본에서 이처럼 사립학교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은 희소성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립학교의 자율성이 높아 독특한 교육을 시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립은 주5일이지만 사립은 6일입니다. 공립과 차별화된 상품으로 사립 초-중-고교가 운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립학교 중에서도 초등학교는 비율이 가장 적고, 중학교는 6%대에 그칩니다. 그리고 고등학교도 20%중반에 그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 사회에서 사립 초등학교에 다니는 것은 적지 않은 특권으로도 인식되고 있습니다.

 실제 2004년 기준 일본의 초등학교 2만 3633개교 중 사립은 불과 179개교에 그칩니다. 중학교는 전체 1만 1134개교 가운데 700개교만이 사립입니다. 고등학교는 그래도 조금 비율이 높아 5450개교 가운데 1318개교입니다. 사립중학교의 입시경쟁이 치열한 원인이지요.

 이처럼 사립중학 지원 경향이 강해지면서 올해 도쿄 등 수도권 4개 광역단체에서 초등학교 6학년 전체 학생의 20%에 가까운 5만 2000여명이 사립중학교에 지원했습니다. 출산율 저하로 전체 아이는 줄고 있는 반면 사립중학교 지원자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것입니다.

 물론 공립고교중에서도 유명한 학교들은 지금도 그 명성을 지키고 있습니다. 도쿄에서는 니시고교, 아자부고교, 히비야고교, 하치오지동고교 등 공립고교들이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간사이에서도 텐노지고교나 히메지서고 등 공립고교의 명문대 진학률이 높습니다.

부익부빈익빈 교육현상에 불만 점차 높아져

 이처럼 ‘자녀교육 올인’ 현상이 최근 들어 일본사회에 강화되면서 명문 중-고-대학에 대한 입시경쟁이 전쟁처럼 치러집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부모들의 교육비 부담도 크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빚을 내 아이의 사교육비를 충당하는 현상이 나타날 정도입니다.

 이러다 보니 대학 입학 때까지 일본 학부모들이 지출해야 하는 아이들에 대한 교육비(사교육비와 공교육비, 기타 부수비용을 포함)는 크게 늘어나고 있어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아이가 공립학교만 줄곧 나와 공부도 잘 해주면 다행이지만 말입니다.

 공립을 줄곧 다니는 것과 달리 사립유치원을 나와 사립중학교를 다니며 과외를 하고, 사립고등학교를 다니며 가정교사를 받거나 사설학원에서 고액과외를 해 대학에 들어가면 그 비용은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가난한 사람의 불만축적 요인도 됩니다.

 상당수 조사를 보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최소 400여만엔(약 3100만원)에서 최대 6000만엔(약 4억 7000만원)까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15배이니 그 차이가 심합니다. 그래서 교육기회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문제의 발생을 우려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적게 드는 교육비의 내역서를 보면 공립유치원 교육비 26만엔, 수영 12만엔, 공립초등학교 교육비 33만엔, 사설학원비 20만엔, 클럽활동비 10만엔, 공립중학교 교육비 40만엔, 공립고교 교육비 100만엔, 대입시 학원비 50만엔 등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여기다 맞춤식 개인지도를 하는 토마스의 경우는 중학생의 경우 매주 2회를 기준으로 연간 환산하면 67만여엔이 필요하고, 고교생의 경우 75만엔 정도가 드는 등 욕심을 부려 학원 수강이나 개인지도를 받으면 전체 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납니다.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한 구좌에 10~30만엔 하는 기부금이 일반적이고 거액의 기부금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여기다 서머스쿨, 수학여행, 교복비에 휴대전화 비용이 추가됩니다. 클럽활동비도 적지 않으며 친구들과의 사교비, 학부모회 사교비 등도 요구됩니다.

 이처럼 일본도 역시 사교육 열풍이 대단합니다. 부임하기 전에는 한국 보다는 사교육 열풍이 훨씬 약한 것으로 생각하고 왔으나 3년이 지난 지금 보니 일본 역시 사교육 열풍과 입시전쟁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열기는 갈수록 더합니다.

 특히 일본사회에서는 지금까지는 ‘교육받을 기회의 차이’를 운명이라고 인정하는 풍토가 강했지만 점차 사회가 개방되면서 부익부 빈익빈의 교육현상에 대한 불만도 서서히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불만이 폭발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입니다.


taei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