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不雨花猶落 無風絮自飛

鶴山 徐 仁 2007. 1. 29. 23:49
비가 안 와도 꽃은 지고, 바람이 없어도 풀솜은 난다 - 괴안국어(槐安國語)
 
 
8월 어느 날 한 수행자가 스승에게 물었습니다.
 
"나팔꽃은 아침 이슬을 머금었고, 오동나무 잎사귀는 가을 바람에 흔들립니다. 그렇다면 인생의 진실은 어떻게 체득할 수 있습니까?"
 
스승인 조주선사가 대답했습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풀솜은 절로 날아다닌다."
 
선사는 이렇게 눈앞의 풍경을 들어 진리를 말했습니다. 이와 연관하여, 어느 시인이 읊은 시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정해진 시간 속으로 남김없이 돌아가게."
 
시를 읽다보면 삶의 무상함을 흔히 꽃이 지는 것에 비유하고 그것을 비바람 탓으로 돌리는데, 그것은 잘못입니다. 꽃은 피었을 때 이미 지는 첫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입니다. 지는 원인 자체가 피어남에 내재해 있는 까닭에 비바람은 간접적인 원인에 불과한 것을 이 시는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꽃은 피었으니 반드시 지게 마련이요, 사람도 태어난 이상 반드시 죽게 마련이므로 눈물 한 방울 흘리거나 슬퍼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식으로 초연한 듯하는 것도 깨달은 이가 할 일이 아닙니다.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은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풀솜은 절로 날아다닌다"는 말을 가슴으로 실감해야 스승의 가르침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2세기에 살았던 서행(西行)법사는 다음과 같이 노래하고 있습니다.
 
봄바람에 꽃이 날리는 꿈을 꾸면
깨어나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피는 꽃 속에 이미 지는 필연성을 갖고 있기에 봄바람이 꽃을 지게 한다는 생각이 그릇된 것임을 알고 있지만, 여전히 가슴은 두근거린다는 것입니다.
 
백은(白隱)선사의 가르침으로 도를 깨우친 여장부가 있었습니다. 불행하게도 그녀는 사랑하는 딸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의 여느 여자들과 마찬가지로 그녀가 크게 소리내어 울자, 같이 수행하던 제자들이 "아직 감정을 다스릴 만큼 수행하지 못했나?"하고 비웃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들의 비웃음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깨달음이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비가 오지 않아도 꽃이 지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풀솜이 저절로 나는 이치'를 깨달았음에도, '깨어나도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슬플 때에는 울기도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닐까요?
 
생생하게 살아 흐르는 인간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그 인간성을 초월하여 눈물을 흘리는 것 - 원효(元曉)대사의 '무애행(無碍行)'이 바로 이 경지가 아닐까 합니다.
 
松原泰道

'精神修養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교신(金敎臣)과 성서조선(聖書朝鮮) ②  (0) 2007.01.30
김교신과 손기정  (0) 2007.01.30
眞空不空  (0) 2007.01.29
放下着  (0) 2007.01.29
柳綠花紅  (0) 2007.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