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精神修養 마당

眞空不空

鶴山 徐 仁 2007. 1. 29. 23:48
참된 공은 공이 아니다 - 채근담(菜根譚)
 
 
<반야심경(般若心經)>에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이라는 유명한 가르침이 있습니다. 색, 즉 물질적인 현상은 모두 실체가 없는 공이며, 실체가 없는 공이 바로 물질적인 현상이라는 말입니다.
 
우리 눈에 비치는 만물의 실체는 공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사물은 여러 요소들이 모여 서로 작용하면서 형성되어 그렇게 보일 뿐입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모여 하나의 사물을 있게 한 많은 요소들이 어떤 이유나 계기로 흩어져버리면 - 모인 것은 반드시 흩어지게 마렵입니다 - 있던 자리가 그만 비게 됩니다.
 
그래서 '존재하는 것은 실상 공하다'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공(空)이나 색(色) 중 어느 한쪽으로 치우칩니다. 공에 치우치면 허무주의자가 되기 쉽고, 색에 치우치다 보면 현실주의자가 되기 쉽습니다. 그 어느 쪽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것이 바로 진공(眞空)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진공은, 세상에서 말하는 아무것도 없음의 뜻이 아니라 '참된 공'을 가리킵니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의 공에 치우치면 참된 공이 아닙니다. 공즉시색(空卽是色)의 공에 치우치면 참된 공이 아닙니다. 제가 아는 절의 한 스님은 언제나 "치우치지 않는 마음, 치우치지 않는 마음, 치우치지 않는 마음"하고 되뇌며 삽니다.
 
우리가 본디 실체가 없는 물질적인 현상에 집착하는 것은 스스로 번뇌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상의 모든 것이 무상하다 하여 욕심을 버리는 것도 고통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불교에서는 '중도(中道)'를 가르칩니다. 그러나 이 중도란 다만 '중간쯤'이나 '적당히'를 뜻하지 않습니다. 진리 자체가 중도입니다.
 
선가에서는 이렇게 말합니다.
 
"데이지 않을 만큼 가까이, 춥지 않을 만큼 멀리 불을 잘 이용하는 것처럼, 인간의 욕망을 깨달음을 얻는 방편(方便)으로 삼아라."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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