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07.01.17 00:38
현대자동차 노조는 1987년 창립 이래 20년 동안 1994년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그동안 회사측은 10조원(회사측 집계)이 넘는 생산 손실을 입고, 수많은 협력업체와 울산·부산 지역 경제는 몸살을 앓았다. 그렇지만 현대차 노조는 올해도 파업에 들어갔다. “귀족 노조가 또 생떼를 쓴다”는 비난 여론이 쏟아졌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처럼 노조가 “누가 뭐래도 우리 길을 간다”는 식의 ‘배짱’을 갖게 된 데는 회사측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노조측 파업에 대해 회사측이 “좋은 게 좋은 것”이란 무원칙, 무소신으로 일관, 노조의 기(氣)만 키워줬다는 것이다.
회사는 노조가 지난해 7월 한 달여 동안 파업을 했는데도 5.1% 임금 인상, 격려금 200만원·성과급 100~150% 지급 등의 ‘전리품’을 챙기게 해주는 등 매년 노조측에 ‘파업 대가’를 선물해왔다. 또, 지난 14년간 노조측의 불법파업에 따른 책임을 물어 노조측에 여섯 차례 손해배상 청구소송〈그래픽 참조〉을 냈다가 나중에 슬그머니 취하하는 등의 솜방망이 대응으로 도리어 파업 악순환을 방 조한 측면도 없지 않다.
회사측이 노조에 주어온 ‘당근’ 역시 노조측의 배짱을 키우는 자양분이었다. 회사측은 조합비가 연간 70억원이 넘고 적립금도 100억원 이상인데도 노조의 살림살이에 적지 않은 지원을 해주고, 노조 업무만 하는 전임자들에게 하루 8시간을 근무하는 동료와 같은 수준의 월급을 주어왔다.
또, 노조가 고용한 여직원 6명의 임금, 주요 노조 간부의 개인 승용차 기름값 지원 등도 하고 있다. 회사측은 ‘당근’을 주느라 불법을 불사하기도 했다.
때문에 ‘당장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소극, 편법 대응이 ‘고질 파업병’의 뿌리를 깊게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전경련 등 경제5단체가 지난 15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대차의 그동안의 파업 대응 전략을 꼬집은 것도 같은 맥락이라 할 수 있다. 경제 5단체는 이날 성명을 통해 “그동안 현대차측은 노조의 물리력에 밀려 정당치 못한 행위 등을 단호히 거부하지 못해온 측면이 있으나 이제는 이런 온정적, 소극적 대응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회사 경영진은 노사 간 합의사항을 준수하고 노조의 과도하고 불법적인 요구에 대해 단호히 거부하고 원칙과 상식의 틀 안에서 노사관계를 재정립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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