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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지방 죽이기' 알고보니 포화지방 감추기?

鶴山 徐 仁 2007. 1. 6. 19:53

 

 

  • 서울=메디컬투데이/뉴시스
    입력 : 2007.01.05 07:58 / 수정 : 2007.01.05 09:40
    • ▲ 공성진 의원
    • 바야흐로 트랜스지방과의 전쟁이다.

      세계 최대 커피 체인업체인 스타벅스가 3일(현지시각) 미국 전역에서 트랜스지방의 사용 중단을 선언했고, 이보다 앞선 지난해 말 미국 뉴욕시는 과자나 패스트푸드 등에 포함된 트랜스지방을 요식업체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올해 12월부터 과자나 음료 등 가공식품에 들어있는 당이나 트랜스지방의 함량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식품제조업계와 외식업계도 이에 발맞춰 올해 말까지 과자나 패스트푸드 등을 만들 때 트랜스지방을 유발하는 부분 경화유 대신 식물성 유지를 사용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트랜스지방 죽이기’에 편승해 외식업체들이 이를 대체하는 식물성 팜유 등에 트랜스지방 만큼이나 위험한 포화지방산이 다량 함유돼 있다는 사실을 슬쩍 감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트랜스지방 프리(free)선언=트랜스지방은 액체 상태의 식물성 지방에 수소를 첨가, 상하지 않고 운반하기 쉽도록 고체화(경화유)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불포화지방의 일종이지만 포화지방처럼 혈관 건강을 해친다.

      특히 혈액 내 나쁜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킴과 동시에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등 심혈관계 질환 유발에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쇼트닝과 마가린이 대표적인 제품.

      외국은 이미 식품표시에 트랜스지방 표시를 의무화하거나 규제책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덴마크는 지난 2004년부터 가공식품에 함유된 지방 중 트랜스지방 비율이 2% 이상인 경우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2005년 12월부터, 미국은 지난해부터 트랜스지방 함유량 표시를 의무화했다.

      우리나라도 식약청이 올해 12월부터 트랜스지방 함량 표시를 의무화하기로 하면서 관련 업계도 바빠졌다. 문제는 정작 논란의 중심에 있는 패스트푸드와 같은 즉석가공품이 제외 대상이라는 것.

      물론 패스트푸드업계에서도 자체적으로 트랜스지방을 최소화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국내 최대 패스트푸드업체인 롯데리아는 지난해 6월부터 일반 패스트푸드업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대두경화유와 달리 트랜스 지방산을 최소화한 무(無)경화 액체 식물성 팜유를 전 메뉴에 사용하고 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식물성 팜유 도입 후 트랜스지방 함량이 햄버거의 경우 평균 0.3% 이하, 디저트류는 0.5%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맥도날드의 경우 이르면 이번 달이나 늦어도 다음달부터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한꺼번에 낮출 수 있는 새로운 기름으로 대체한다는 계획이다.

      맥도날드 홍보팀 관계자는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트랜스지방을 낮추기 위해 팜유 등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완벽한 해결책이 될 수 없어 고심하고 있다”면서 “맥도날드는 장기간의 노력 끝에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모두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오일을 개발, 1~2월경 발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스타벅스의 경우 현재 케이크와 샌드위치 베이글 등을 판매하고 있는데, 이들은 튀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트랜스지방을 함유한 기름을 쓰지 않는다고 밝혔다.

      튀김용 쇼트닝과 마가린 등을 생산하고 있는 삼양사는 올해부터 ‘트랜스지방 프리(Free)’ 쇼트닝 제품을 국내 최대 도넛 회사에 독점 공급키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 튀김 전용 쇼트닝은 도넛의 맛과 작업성을 그대로 유지하며서도 트랜스지방은 거의 없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정치권도 동참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 공성진 의원(강남 을)은 트랜스지방 추방운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노트랜스클럽(회장 장일순)과 함께 서울 강남구를 미국 뉴욕시처럼 ‘노트랜스 특구’, ‘노트랜스 청정지역’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원실 관계자는 “강남이 웰빙에 관심이 큰 지역인만큼 ‘트랜스 지방을 없애자’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알고도 쓰는 포화지방산=패스트푸드업체가 이처럼 트랜스지방을 줄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쇼트닝이나 마가린을 대체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팜유의 경우 포화지방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또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트랜스지방을 잡으려다 포화지방을 놓치고 있는 셈이다.

      식약청에 따르면 야자열매에서 짜낸 기름인 팜유는 식물성기름이지만 동물성기름과 비슷한 수준의 포화지방을 가지고 있다. 특히 포화지방산이 일반 팜유의 경우 50% 수준이고, 팜유 중에서도 고급유로 불리는 팜올레인 역시 40%에 육박한다.

      한국식품연구원 하재호 박사는 “트랜스지방은 팜유를 사용하면 분명 줄어들지만, 대신 포화지방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면서 “일부 대형업체에서는 트랜스지방과 포화지방을 동시에 줄이기 위해 고가장비를 도입,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이 마가린이나 팜유를 쓸 때보다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식약청 관계자 역시 “유명 커피체인점에서 사용되는 생크림과 프림 등은 포화지방이므로 트랜스지방과는 상관이 없지만, 포화지방 역시 과다 섭취할 경우 몸에 해롭다는 점에선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패스트푸드업체도 대체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업체의 경우 대두경화유를 팜유로 대체했다는 보도자료를 내면서, 팜유가 포화지방산인 팔미틴산의 함량이 약 45%로 매우 높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한 패스트푸드업체 마케팅 담당자는 “트랜스지방은 거의 잡았지만 포화지방산을 제로화한다는 것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할 지 몰라도, 비용과 제품의 맛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다”면서 “하지만 팜유에 채종유를 혼합해 사용하는 등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포화지방산을 낮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트랜스지방과 함께 포화지방산도 낮추기 위해서는 팜유만 쓰지 말고 콩기름이나 채종유(카놀라유) 등 불포화지방 함량이 높은 식물성 기름과 혼합해 쓸 것을 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