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테가 쓴 불후의 명저 『신곡(神曲,La divina commedia)』에 지옥편이 있다. 그 부분에서 지옥을 묘사하기를 지옥의 입구에는 ‘희망이 끊어진 곳’이란 팻말이 붙어 있다고 하였다.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라 여겨진다. 이승에서나 저승에서나 희망이 사라진 자리가 지옥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희망이 끊어진 곳이 지옥이라면 ‘희망이 살아 있는 곳’은 천국이게 된다.
희망에 대하여 생각하노라면 연전에 내가 북한을 방문하였을 때가 생각난다. 나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북한을 여섯 번 다녀왔다. 두, 세번째 북한을 갔을 때이다. 그때는 나를 안내하는 안내자가 30대 초반의 한 젊은이가 배치되었다. 스스로 나에게 자신을 소개하기를 김일성대학을 졸업하고 7년여에 걸친 군복무를 마치느라고 아직 결혼도 못하였노라고 일러 주었다.
나는 북한을 방문할 때마다 책을 한 보퉁이씩 가져가곤 하였다. 종교서적이나 정치나 이데올로기에 관한 서적은 입국할 때에 단속이 되지만 경제 관계나 과학에 대한 서적은 단속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기에 주로 경제에 대한 서적을 많이 챙겨가서 가까이 만나게 되는 인사들에게 선물하곤 하였다. 그때의 안내자에게도 400 페이지에 가까운 경제관계 서적을 선물하였더니 하룻밤 사이에 완독을 하고는 다음 날 만났을 때에 책의 내용 중에 의문 나는 부분을 나에게 묻곤 하였다.
그러던 그가 주위에 아무도 없는 자리에서 내게 진지하게 물었던 질문이 있다. “김회장님 우리 조국에 희망이 있겠습네까?”
그 질문에 내가 다음 같이 답하였던 기억이 난다. “희망을 만들어 나가야지요.”
나는 확신한다. 북한 땅에 희망을 만들어 나가는 유일한 길이 김정일 독제체제를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그래서 북한 동포들을 해방시키는 것이라고. 그래서 희망이 사라진 북녘 땅에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길이라고 나는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