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이스라엘 ‘중동의 미아’ 되나

鶴山 徐 仁 2006. 11. 17. 09:38

이스라엘이 긴장하고 있다.‘유일한 우방’ 미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수 있다는 극단적 공포감마저 감돈다. 지난주 미국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면서 온건파의 ‘새로운 중동’ 구상이 탄력을 받아가는 탓이다.

급기야 ‘광범위한 중동정책’ 수립을 위해 이란·시리아와 관계개선이 필요하다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발언까지 나왔다.‘중동의 미아’로 고립되는 최악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할 판이다.

미국으로선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아랍권 여론이 무엇보다 부담스럽다.‘발등의 불’인 이란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랍국가의 협력이 필수적인 까닭이다. 이번 기회에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압력도 정치권 안팎에서 가중되고 있다.

레바논 침공 계기로 균열 조짐

13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양국 관계는 지난 여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계기로 이상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이스라엘을 지원한 미국엔 ‘침략의 후원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낙인만 돌아왔다. 지지부진한 전과로 정치적 치명상을 입은 이스라엘 정부는 미국의 신뢰상실을 걱정하고 있다. 동맹파트너로서 군사적 능력을 의심받게 됨에 따라 이후 중동정책 추진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이 추진해 온 중동 민주화 구상도 불만거리다. 무력충돌을 빚은 하마스와 헤즈볼라 모두 미국이 적극적으로 후원한 선거를 통해 세력을 키웠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중간선거 결과는 대미관계를 둘러싼 이스라엘의 위기감을 더욱 심화시켰다. 이스라엘은 부시 정부가 이슬람 급진세력과 이란에 대한 강경입장을 접고 타협노선으로 전환할지 모른다고 우려한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지명된 로버트 게이츠가 과거 부시 정부가 이란과의 대화를 거부한 것에 비판적이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유발 슈나이니츠 이스라엘 의회 외교·국방위원은 “많은 이스라엘인들이 지금 상황이 나치 제국의 재무장을 목도하던 1930년대 유럽과 유사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란핵 해결 위해 이스라엘 희생?

아랍권에 ‘반(反)이란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 미국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양보를 이스라엘에 요구할지 모른다는 점도 이스라엘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이 미국의 안보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미 정치권 안팎에서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9월엔 라이스 장관의 핵심 참모로 알려진 필립 젤리카우가 “중동지역의 안정 구축을 위해 팔레스타인 문제에 진전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해 이스라엘 정치권을 들끓게 만들었다. 지난 봄엔 하버드대 케네디 정부 연구소의 스티븐 월트 교수가 이스라엘의 로비가 미국 외교정책에 부적절한 압력이 되고 있다고 공개 비판해 파문이 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13일(현지시간) 이뤄진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의 미국 방문도 이스라엘이 체감하는 위기의식을 전달, 양국 관계의 균열을 봉합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고 본다. 올메르트 총리와의 회동 뒤 부시 대통령이 밝힌 이란 핵에 대한 강경대처 방침도 정치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갖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기사일자 : 2006-11-15    14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