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망연자실ㆍ분노…마침내 폭발한 검찰>

鶴山 徐 仁 2006. 11. 3. 18:34
 
검찰 "사법 쿠데타 수준이다. 구속제도를 아예 없애버려라"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 최근 잇따른 영장 기각에도 공식 브리핑은 자제해온 검찰이 론스타 미국 본사 임원의 체포영장과 유회원 론스타 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그동안 참았던 분노가 폭발했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심야에 벌어진 론스타 경영진의 영장 기각 상황을 3일 출근 후 보고 받고서는 박영수 중수부장과 채동욱 수사기획관, 최재경 중수1과장, 오광수 중수2과장, 실무 검사 등 론스타 수사팀을 긴급 소집했다.

검찰총장이 피의자 영장 기각을 이유로 중수부 수사팀과 머리를 맞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검찰이 느끼는 위기감, 분노, 비장함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 중수부장은 회의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웃음이 나오지를 않는다"며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검찰은 오후 브리핑에서 예정과 달리 박 중수부장이 직접 추가 혐의 소명 없이 그대로 영장을 재청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국 검찰의 특수부를 지휘하는 대검 중수부의 공식 브리핑이라는 점에서 향후 일선 검사들에게 미칠 파급력이 적지 않을텐데도, 중수부 간부들은 검사들의 좌절감과 불만, 법원에 갖고 있는 불신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박 부장은 "관행, 해석을 통해 형성된 영장 발부 요건 기준이 최근 지나치게 확대해석돼 수사에 장애를 초래하고 있다"며 법원의 영장 기각에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기회에 영장심사 결정에 불복하는 시스템도 적극 검토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문제삼았다.

언론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절제된 표현으로 검찰의 입 역할을 했던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도 여느 때와 달리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채 기획관은 "시장에 대한 살인 행위라고까지 불리는 중대 범죄인 주가조작 범죄, 그것도 피해규모가 수백억 원인 범죄 혐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외롭다. 실체적 진실 발견이 어떻게 검찰만의 일이냐. 법원이 주책임자인데. 왜, 누구를 위해서, 무엇을 위해서 영장을 기각했는지 묻고 싶다"며 검찰이 느끼는 고립감도 드러냈다.

주임 검사라는 점 때문에 언론과 접촉을 피해 온 최재경 중수1과장도 이날은 말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론스타가 주가를 왜곡하는 건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고 일본에서도 없었다. 한국에서는 그런 행위를 한 것을 수사해서 밝혀냈다"며 "수사검사로서는 우리 사법제도를 얕보고 장난친 것 아니냐는 소박한 정의감 갖고 수사했다"며 좌절감을 감추지 않았다.

최근 바다이야기 수사 등 여러 사건에서 잇따라 영장이 기각된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의 반응도 분노에 가까웠다.

특수부서의 한 검사는 "남의 장사에 소금 뿌리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인분(人糞)을 들이붓는 수준 아니냐"며 `독설'에 가까운 말을 꺼냈다.

다른 중견 검사는 영장기각, 법조브로커 김홍수 관련 사건 무죄, 현대차 사건 관련자 8명의 보석 등의 소식을 접한 뒤 "거의 사법 쿠데타 수준이다. 법원의 판단만 맞는다고 자신한다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유ㆍ무죄 판단이 아닌 구속 수사 필요성을 따지는데 판사가 판단을 독점하는 건 오만의 위험이 있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최근 갑자기 영장 기각이 늘어난 것은 자기 부정이다"며 "수사 지휘형태로 적극적인 판단을 내리면 사법을 구성하는 기관의 권한을 분배한 헌법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고 비판했다.

일선 지검의 한 검사는 "법원이 그토록 피의자, 피고인의 인권을 지향한다면 아예 구속제도를 없애버려라"며 법원의 태도를 비꼬았다.

mino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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