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거문도와 백도

鶴山 徐 仁 2006. 10. 27. 10:50










  하늘은 더 없이 푸르고  바람은 산들산들 불어대니 초가을은 여행하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거기에
별미까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요즘 우리 집안 식탁에는 갈치 요리가 자주 오르고 있다.
노릇노릇한 갈치구이에 짭조름한 갈치조림에 얼큰한 갈치찌개에 정신 팔리다 보니 살이 팍팍 찌고
있다. 그 비싼 갈치를 이리도 자주 먹을 수 있다니…. 그건 다 거문도에서 사온 갈치 덕분이었다.
초가을로 접어드는 계절의 문턱에서 전남 여수시 앞 바다에 떠있는 거문도와 백도 여행을 다녀왔
다. 2003년 봄, 2004년 가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방문. 거문도 출신으로 ‘남해안투어’라는
여행사를 운영하는 박춘길씨의 초청 덕분에 남들은 평생 한 번 가기도 어려운 곳을 벌써 세 번씩
이나 만났다. 특히 올해에는 거문도 등대에서 하룻밤까지 묵어보는 행운도 누렸다.




거문도의 신등대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월봉, 등대지기 관사와 여행자용 숙소

여수여객선터미널에서 거문도까지 가는 배 안에서 이생진 시인의 시집 ‘거문도’를 펼쳐든다. 이
생진선생은 충남 서산 출생이나 ‘바다와 섬으로 떠돌며 인간의 고독과 섬의 고독을 잇는 시’를
쓰는 시인이다.‘죽을 때까지 섬으로 떠나서 죽은 뒤에도 섬으로 남고 싶다는 섬시인’이다. 시집
‘거문도’ 머릿말에서 시인은 이렇게 쓰고 있다.

“아름다운 곳을 아름답다고 말하는 것은 시인의 몫이다. 거문도는 참 아름답다. 거문도에 가면
처음엔 자연에 취하고 다음엔 인물에 감동하고 나중엔 역사에 눈을 돌린다. 거문도에는 아름다운
자연과 그 자연을 아름답게 키우는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 그것은 우리 나라 무인도 중 가장 아름
다운 백도의 실력이다.”


젊은 날의 여행은 무작정 훌쩍 떠나는 것이 다반사였으나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여행을 떠나기
전 목적지를 소재로 다룬 시집이며 수필집 등을 챙긴 뒤 현장에서 다시금 반추해보는 습관이 생겨
났다. 배낭 하나만 덜렁 메고 떠난 때보다 느낌의 폭은 한결 넓고 깊어진다. 많은 사람들의 발걸
음이 해외로만, 나라 바깥으로만 향하는 요즘 나라 안의 명소들은 찾아주는 이 없어 외로움에 떨
며 눈물짓는다. 시인과 소설가, 수필가, 음악가, 화가 등 다수의 예술가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향
이나 자신이 여행한 고장을 소재로 작품들을 남긴다면 그들의 예술혼을 공감하기 위해 구석구석
이 산하를 누비는 여행자들이 한결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도 가져본다.




거문항과 동도 사이를 오가는 어선
거문항에 닿자마자 만사 제쳐두고 백도유
람선으로 갈아탄다. 다음날 날씨가 어떻
게 변덕을 부릴지 모르기 때문이다. 거
문항을 떠난 지 40분만에 백도가 모습을
드러낸다. 늙수그레한 가이드가 백도 자
랑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낸다.
국가명승지 제7호로 지정된 백도는 망망
한 바다 위에 점점이 뿌려진 39개의 바위
섬으로 이루어진 무인도이다. 그 덕택에
지금도 원시적인 자연미를 고스란히 간직
하고 있다. 백도는 다시 등대가 세워진
상백도와 하백도로 나뉘는데 파도 위로
솟구쳐 오른 바위섬들마다 서방바위, 매
바위, 병풍바위, 각시바위, 곰바위 등 천
태만상의 기암괴석을 전시하고 있다.
백도는 현재 상륙이 금지된 섬. 한때 인간들을 섬에 오를 수 있게 했더니 마구잡이로 풍란을 캐고
기묘한 형상의 바위를 잘라갔다. 백도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풍란 등 3백50여 종의 아열대 식
물이 자란다. 또한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 가마우지, 갈매기 등 30 여종의 조류와 꽃산호, 해면
등 1백70여 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상백도와 하백도의 비경을 골고루 보여주고자 유람선
은 40여분 간 8자로 운항한 뒤 거문항으로 방향을 되돌린다.




거문도 옛 등대 옆에 우뚝 선 신등대는
2006년 8월 1일 점등됐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거문항 일원에서 잠을 자지
만 이번 여행길에서는 운 좋게 등대 숙박을 체험
한다. 거문항에서 삼호교를 건너 유림해변을 지
나 도로가 끝나는 곳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2km
가량 걸어야만 거문도 서도의 수월봉 해안 벼랑
에 자리한 등대에 닿을 수 있다. 물이 넘나든다
는 바위지대인 무넹이의 잔교를 건너고 박석이
깔린 동백나무 숲터널을 걷는다. 굽이굽이 산길
을 돌아가면 마침내 그토록 보고싶었던 거문도
등대가 모습을 드러낸다.

1905년 처음으로 불을 밝힌 거문도 옛 등대 옆에
는 최근 새로운 등대가 하나 더 세워졌다. 거문
도 등대 점등 100주년을 맞아 2년간의 난공사 끝
에 2006년 8월 1일 불을 밝히기 시작한 새 등대
는 높이가 34m로 구 등대(6.4m)보다 훨씬 높다.
해면으로부터 따지자면 약 100m 높이다. 154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 등대 전망대에 서면 거문도
와 삼부도, 그리고 수평선 위의 백도까지 한 눈
에 들어온다.
등대와 관사 사이에는 여행객들을 위한 콘도형
휴양소가 자리잡았다. 최대 15명까지 수용하는
휴양소는 식기와 이부자리, 냉장고 등을 갖췄다.
모 방송에 등대숙박 체험이 방영된 뒤로 10월말
까지 예약이 완료된 상태이다.
밤하늘을 밝히는 등대 불빛, 수평선 위 갈치잡이 배들의 집어등 불빛, 파도소리…. 잠 못 이루는
밤을 하얗게 지새고 나면 해돋이를 감상할 차례이다. 백도가 보인다고 해서 관백정(觀白亭)이라는
이름이 붙은 정자에 올라 수평선에 걸린 백도 위로 아침 해가 솟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 먼 거문
도 등대까지 찾아간 당신의 수고를 충분히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큼의 명장면이다. 거문도 등대와
작별하고 여행객들이 하나 더 즐겨볼 거리로 서도의 보로봉 트레킹을 추천한다. 보로봉 - 신선바
위 - 기와집몰랑 - 유림해변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은 거문도와 주변 바다 풍광을 감상하기에 더없
이 좋다.




거문도의 별미인 은갈치회
거문도는 동도, 서도, 고도 등 세 개의 섬
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옛날에는 오랫동
안‘삼도’로도 불렸다. 고도와 서도는 삼
호교라는 연도교로 이어져 있으며 동도와
서도 사이에 위치한 고도는 여수시 삼산면
의 행정중심지이기도 하다. 여객선터미널
과 식당, 숙박업소의 상당수가 고도에 들
어서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갈치회를
내놓는다. 갈치가 제 맛을 내는 시기는
7월부터 10월까지이다.
어부들은 은빛 비
늘이 상하지 않게끔 그물로 잡지 않고 채
낚기 방식의 낚시로 갈치를 잡아 올린다.
터미널 옆 위판장 부근에는 거문도 은갈치
를 택배로 보내주는 업체들이 다수 모여있다.



◆ 여행정보(지역번호 061)

거문도 등대

숙박체험 문의 - 여수지방 해양수산청 650-6093
거문도 등대 사무실 666-0906

패키지여행상품 문의 - 남해안투어 080-665-4477

특산물 주문 - 거문도관광유통 665-4477

거문도 내 식당 - 산호횟집 665-5802, 백도식당 666-8017, 거문식당 666-8102




거문도 등대에서 바라본 일출. 수평선 위에 백도가 걸려 있다.


글·사진 여행작가 유연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