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펀드는 큰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해외펀드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올해는 일본 증시가 정체 상태인 데다 전망도 좋지 않아 일본펀드의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또 주로 미국 달러화로 투자가 이뤄지는 다른 지역의 해외펀드와 달리 일본펀드 투자자들의 환헤지 비율은 전체의 절반 정도에 불과한 실정이다. 일본 경제가 부활한다는 가정 아래 환차익까지 노리고 펀드에 가입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10일까지 일본투자 주식형 역외펀드 10개의 평균 수익률은 엔화를 기준으로 산정했을 때 -10.11%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15.81%로 손실 폭이 더 커졌다. 환헤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손실이 5.7%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원화와 엔화의 투자수익률 격차는 최근 원·엔 환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그 폭이 더욱 확대되는 추세다.
농협CA투신 마케팅 김은수 상무는 “해외펀드에 투자할 때는 환헤지 여부를 먼저 확인한 후 투자하는 게 기본”이라면서 “추가 환차손이 부담되는 투자자라면 지금이라도 펀드 판매사에서 환헤지 계약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엔화예금도 원화로 환전했을 때 손실이 예상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1일 현재 국내 거주자 엔화예금 잔액은 23억 1000만달러이다. 다만 엔화예금을 한 고객의 대부분이 엔화 결제 수요가 있는 수입업체라는 점에서 원·엔 환율 등락으로 실제 실현되는 환차손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엔화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원·엔 환율 하락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기업, 하나, 국민, 우리, 외환은행 등 5개 은행의 엔화대출 규모는 지난 13일 현재 1조 60억엔이다. 현재 엔화대출 고객들은 원·엔 환율이 평균적으로 800원대 후반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가 많아 100엔당 100원 가까이 환차익을 본 셈이다. 그러나 원·엔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어 섣불리 추가 대출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창구기자 window2@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