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흐린 날 - 천양희

鶴山 徐 仁 2006. 9. 8. 13:07





    흐린 날 - 천양희



    생각이 먼저 기슭에 닿는다
    강 한쪽이 어깨를 들어올린다
    下端이 저 아랜가
    문득 갈대숲에서 물떼새들이 달려나온다

    여름이 가는군
    나보다 먼저 바다로 든 길이 중얼거린다
    언제 내가 길 하나 가졌던가

    물줄기를 한참 당기면 마음에 들어와 걸리는 수평선
    세상이 평등하기를 저것이 말해준다
    이런 날은 물가에 오래 앉을 수 있겠다

    물에도 길이 있다고 하였으나
    물방개, 소금쟁이, 물잠자리들,
    물이 좋아 물 먹고 산다는 것일까

    나는 꿈속에서도 어안이 벙벙한 물고기들을 보았다
    물의 세계란 그런 것일까
    물까지도 한 잔의 물 속에선 흐르지 않는다

    나는 또 자주 쓴풀 몇 포기 뽑아 잘근잘근 씹는다
    산다는 건 자주 쓴맛을
    보는 것이라던 선배의 말이 오늘은 옳았다






    Ernesto Cortazar - Dancing on the Clou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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