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들국 詩 모음 - 김용택

鶴山 徐 仁 2006. 9. 8. 13:10



 
저 들에 들국 다 져불것소 - 김용택 
 
 
날이면 날마다
내 맘은
그대 오실 저 들길에 가
서 있었습니다
이 꽃이 피면 오실랑가
저 꽃이 피면 오실랑가
꽃 피고 지고
저 들길에 해가 뜨고
저 들길에서 해가 졌지요

그대 어느 산그늘에 붙잡힌
풀꽃같이 서 있는지
내 몸에 산그늘 내리면
당신이 더 그리운 줄을
당신은 아실랑가요

대체 무슨 일이다요
저 꽃들 다 져불면 오실라요

찬바람 불어오고
강물소리 시려오면
내 맘 어디 가 서 있으라고
이리 어둡도록 안 온다요
나 혼자 어쩌라고
개대 없이 나 혼자 어쩌라고
저 들에 저 들국 지들끼리 다 져불것소.
 
 
 



 
들국 - 김용택


산마다 단풍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뭐헌다요. 산 아래
물빛만 저리 고우면 뭐헌다요
산 너머, 저 산 너머로
산그늘도 다 도망가불고
산 아래 집 뒤안
하얀 억새꽃 하얀 손짓도
당신 안 오는데 무슨 헛짓이다요
저런 것들이 다 뭔 소용이다요
뭔 소용이다요. 어둔 산머리
초생달만 그대 얼굴같이 걸리면 뭐헌다요
마른 지푸라기 같은 내 마음에
허연 서리만 끼어가고
저 달 금방 져불면
세상 길 다 막혀 막막한 어둠 천지일 턴디
병신같이, 바보 천치같이
이 가을 다 가도록
서리밭에 하얀 들국으로 피어 있으면
뭐헌다요, 뭔 소용이다요.




박항률 - 노란 들국
 
 
 
세상의 비밀들을 알았어요 - 김용택


닫힌 내 마음의 돌문을 열며

꽃바람 해바람으로 오신 당신

당신으로 하여

별이 왜 반짝이는지

꽃이 왜 꽃으로 피어나는지

세상에 가득한 그런 가만가만한

비밀들을 알게 되었어요


아, 내 가는 길목마다

훤하게 깔린 당신

돌뿌리 끝에 걸려 넘어져도

거기 언뜻 발끝이 아프게 부서지는 당신

이 초겨울 빗줄기 속에서도

들국 같은 당신의 얼굴이

하얗게, 하얗게 줄지어 달려옵니다

이 길에 천둥 번개 칠까 두려워요
 
 
 
 
Les Choristes - Bruno Coulais / Vois sur ton ch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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