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文學산책 마당

초가을 - 박해옥

鶴山 徐 仁 2006. 9. 2. 19:53
 
      초가을 - 박해옥 논둑길을 걸으면 훠이훠이 출렁이는 짙푸른 들판 제 볼도 꼬집어보고 동무들 귀도 잡아당기며 나락 이삭이 쏙쏙 패 오릅니다 강둑을 걸으면 강물은 깊어져서 그 소리 고요롭고 바람은 위로 불어 하늘을 닦으니 싱겁떨던 해바라기 치맛자락 여미고 어린 여치 찌찌 소릴 내어봅니다 풋과실들 성장을 멈추고 무르익히는 연습에 숨이 가쁘고 너무나 순해서 뒤쳐졌던 갈꽃들 있는 듯 없는 듯 피어납니다 걸레조각 같던 바람 불었습니다 후려치는 비에 젖었을 테지만 사는 일이 다 그런 거라고 묵묵히 순리대로 지난여름을 알알이 증명하는 자연들 시방, 천지사방 가을이 번지고 있습니다

'文學산책 마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월이 오면 / 안도현  (0) 2006.09.02
가을 이야기 / 용혜원  (0) 2006.09.02
가을에 만나고 싶은 사람  (0) 2006.09.02
구월이 오면  (0) 2006.09.01
당신이 보고 싶은 날  (0) 2006.0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