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정재연기자]
보내는 이: 전남 여수시 돌산읍 송도 돌산초등학교 송도분교 노점숙(50) 선생님
오늘도 뱃시간에 늦지 않도록 아침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동료 선생님과 카풀로 돌산대교를 지나 30분 후에 돌산읍 군내리 선착장에 주차하고 빠른 걸음으로 8시 20분 출발 송학호에 오릅니다. 맨 먼저 반겨준 분은 송학호 선장님, 넉넉하신 마음 씀씀이가 이웃집 아저씨 같습니다. 밤새 잡은 고기를 어판장에 내다 팔고 돌아오는 송도 어르신들과 낚시꾼들이 이 배의 승객이지요. 바다라기 보단 너른 호수랄까? 15분 후면 왜가리 서식처인 장구섬을 지나 송도에 도착, 마을 어귀에 나와 계신 동네 어르신들께 인사하고 학교에 도착합니다. 여수서 송도까지 2년 째 이렇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송도는 갈치, 감성돔, 우럭 등이 잘 잡혀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큰 인기지요. 여수에서 돌산대교로 연결된 돌산도에 오신 김에 송도 구경 오세요. 돌산도에는 무슬목, 방죽포해수욕장, 향일암 등 볼거리가 많답니다. 언제나 한결 같이 내 마음을 열어준 검푸른 바다와 그 위로 조약돌처럼 떠 있는 무인도…. 지구 어디에 이곳처럼 매력 넘치는 곳이 있을까요.
△우리학교는? 학생 7명, 교사2명.
△문의 돌산읍사무소(061-690-2601), 여수 시청(061-690-2221, www.yeosu.go.kr)
보내는 이: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대이작도 인천남부초등학교 이작분교 이인순(36) 선생님
2년 전, 아내(우리는 부부교사)와 함께 이작분교로 발령을 받고 유난히 파도가 높던 날 대이작도에 도착했습니다. 큰 섬은 아니지만,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울려 있어 지내면 지낼수록 숨은 매력을 끊임없이 발산하는 그런 곳입니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가보아야 할 곳’으로 자주 소개되는, 하루에 딱 두 번 모습을 드러내는 바다 위 모래섬 풀등, ‘섬에도 이런 것이 가능할까’라고 감탄하게 만드는 부아산 구름다리, 영화 ‘섬마을 선생’의 촬영지인 계남분교(폐교),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고 바지락도 캘 수 있는 작은 풀안 해수욕장 등은 대이작도에 오시면 꼭 가 봐야 할 명소들입니다. 대이작도 인근 해역은 해양수산부 지정 ‘생태계 보전지역’이랍니다. 그만큼 생태가 잘 보존돼 육지에서는 보기 힘든 동식물을 관찰 할 수 있답니다.
아내와는 처음 들꽃을 배우는 모임에 함께 참여했다가 결혼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로 생태 사진 촬영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 섬에 와 보니 찍고 싶은 꽃과 곤충 등이 너무도 많았습니다. 주말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부아산 산책로를 따라 등산을 하면서 복수초(우리 섬은 ‘복수초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은방울 꽃 등을 촬영하거나, 바닷가에서 게를 잡고 모래장난을 하면서 지내는 일 또한 생활의 일부처럼 되었습니다. 우리 섬에 오신다면 부아산 구름다리 옆 부아정 근처에서 사진을 찍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바다위 모래섬 풀등과 소이작도를 배경으로 노을이 질 때 찍으면 멋진 작품을 건지실 수 있을 겁니다. 이작분교블로그(http://blog.paran.com/ijakboongyo)에도 한 번 들어와 보세요.
△우리학교는? 학생 12명, 교사 3명
△이작도 안내 홈페이지(www.myijakdo.com) 참조.
보내는 이: 인천시 옹진군 자월면 자월도 용현남초등학교 자월분교 양동용(37) 선생님
인천 연안 부두 여객 터미널에서 배 타면 40여분 만에 도착하는 섬 자월도는 아담하면서도 매우 여유로운 곳입니다. 교통 체증에 시달리지 않고 금방 올 수 있으니 해마다 먼 곳으로 고생하며 휴가를 가느라 지친 분들에게 자월도로 오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자월도(紫月島)는 말 그대로 ‘붉은 달’이란 뜻입니다. 실제로 이곳에서 보면 달빛이 붉게 보인답니다. 달바위 선착장에서 내려 조금만 걸으면 아카시아 나무와 소나무가 들어찬 장골 해수욕장, 큰말 해수욕장입니다. 두 곳 모두 수심이 얕아 아이들 데려가기 좋습니다. ‘국사봉’에도 올라가 보세요. 바다 위에 떠 있는 덕적도, 대이작도, 소이작도, 승봉도 등이 한 눈에 펼쳐집니다. 자월도는 농협과 보건소 등 편의 시설과 다양한 숙박시설도 갖추고 있습니다. 특히 요즘 들어 예쁜 콘도식 펜션들이 많이 생겨 좀 더 편안한 휴가를 보낼 수 있게 됐답니다.
조수간만의 차가 커서 물이 많이 빠졌을 때는 소라나 바지락 등을 잡을 수 있는데요. 오신 김에 달디 단 ‘자월 포도’도 맛보고 가시고요. 자월도 뱃터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가면 자월3리로 가는 언덕길이 나오는데 이곳에서 보는 석양은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로 무척 아름답습니다. 저는 늦은 저녁 낚싯대를 드리우고 갯바위 낚시를 즐기기도 하지요. 시원한 파도 소리, 쏟아지는 별빛…. 작년 3월 부임한 저와 아내(아내도 우리학교 선생님입니다)는 자월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며 ‘이것이 진정한 자유가 아닐까’라고 서로에게 묻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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