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쓸려 백사장까지 온 조개껍질,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거품을 뿜으며 사방에서 올라오는 개펄의
숨소리. 충남 보령은 여름의 향기를 귀를 통해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문화관광부 지정 최우수 축제로 선정된 ‘보령머드축제’가 열리고, 성주산을 비롯한 명산들이 울창함을
자랑하는 곳, 보령은 서해안 최대 휴양지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여름 여행지다.
맨발로 개펄 위를 걸으며 항구의 흥을 느낄 수 있는 바다
더운 바람을 타고 짭짤한 바다 향이 코를 간질이는 대천항 입구에 들어서면 갈매기 소리가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대천항은 서해의 크고 작은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들과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낚시를 떠나기 전이나 빈손으로 낚시에서 돌아온 강태공을 반기는 것은 대천수산시장 상인들이다.
고무장화를 신은 상인들은 손님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살아서 펄떡거리는 생선을 맨바닥에 던진다. 그리고는 “아이고, 이놈이 힘이 좋아 거기까지 갔네”라며 넉살을 부린다. 그런 상인의 모습이 마냥 정겹게 느껴지는 곳. 대천항 수산시장에서는 1만원에서 3만원이면 즉석에서 바로 잡은 싱싱한 도미, 도다리, 광어 등은 물론 조개나 갖가지 해산물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대천항 한편에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 판매하는 경매장도 마련돼 있다. 종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면 도매 상인들은 윗옷 안에 손을 숨기고 시종일관 말이 없다. 하지만 시장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경매장 외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경매사의 소리가 한데 섞여 항구는 묘한 흥을 돋운다.
대천해수욕장은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조개껍질)백사장이다. 이 조개껍질 백사장에서 해마다 열리는 ‘머드축제’는 어느새 여름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7월에 개최되는 보령머드축제는 1998년부터 문화관광부 지정 축제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본격적인 머드축제가 시작되기 전, 대천 개펄체험장은 개펄 밑에서 사는 생명들의 숨소리가 작은 구멍으로 올라올 뿐 그 흔한 사람 발자국조차 없다. 맨발로 개펄 위를 걸으면 발가락 사이로 스멀스멀 진흙 느낌이 전해온다. 이것은 마치 흰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 위를 걷는 것처럼 포근하다. 매일 좁은 신발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발을 잠시나마 쉬게 할 수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그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준비돼 있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너무 많이 알려진 탓에 성수기 때는 ‘물 반 사람반 ’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여름의 맛’이라고 느낀다면 충분히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낚시, 가족 단위 휴양지로 손꼽히는 무창포
대천항과 대천해수욕장을 둘러봤다면 이제 무창포로 차를 돌리자. 하지만 무창포에 가기 전, 들러볼 곳이 있다. 바로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조그만 섬 죽도다. 남포방조제와 연결돼 있는 죽도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해송이 멋을 더한다. 현재 관광특구로 지정돼 개발되고 있는 죽도는 대천과 무창포의 시원한 해변과 달리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항구의 왁자지껄함을 잠시 잊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보령은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청천, 성연 등의 저수지와 연안의 갯바위, 대천항, 무창포, 오천 등에서는 언제든지 낚시가 가능하다. 또 원한도, 삽시도, 녹도, 장고도 등의 섬에는 갯바위 낚시터가 있어 강태공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대천항이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라면 무창포는 바위가 늘어진 곳에서 한적하게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 시원하지만 차갑지 않은 바닷물과 완만한 경사의 백사장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휴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해가 바다에 걸릴 즈음 맛보는 낙조는 황홀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무창포해수욕장의 백미는 매월 음력 그믐과 보름 사이에 서너 차례씩 약 1.3km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때를 잘 맞추면 살갗을 훤히 드러낸 바다에서 조개, 소라, 낙지 등의 해산물을 잡을 수 있다.
문의 대천관광협회 041-933-7051, 무창포해수욕장 번영회 041-936-3561, 머드체험관 041-931-4021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도시
밤이 되면 해변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찬란한 불꽃놀이로 또 한 번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관광객들이 직접 가지고 온 폭죽을 터뜨리지만 축제가 시작되면 바다 한가운데서 대형 불꽃놀이판이 벌어진다.
이 모습은 보령머드축제와 함께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대천해수욕장 분수광장은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변 곳곳에서 연인들이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해변의 요란한 불꽃이 싫다면 보령 중심을 관통하는 동대교를 느린 걸음으로 걷는 것도 좋다. 동대교는 보령이 자랑하는 조형물로 낮보다 밤이 깊어질수록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동대교 바로 앞에는 한내돌다리와 잠수교가 달빛을 받으며 그윽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내돌다리는 조선시대에 남포·비인·서천 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던 12칸 돌다리를 복원한 것으로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제139호)다. 일제 강점기 초기까지 사용했던 한내돌다리는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졌으며 우마차 통행이 적당하도록 설계되었다. 보령시에서는 매년 향토문화제 때 이 돌다리와 관련해 12칸 돌다리밟기제와 돌다리밟기 행사를 열고 있다. 한내돌다리와 잠수교는 작지만 아담하게 꾸며져 있어 동대교의 불빛을 조명 삼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마춤이다.
굽이굽이 좁은 남포향교 가는 길
남포향교로 가는 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골길이다.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남포읍성에 도착한다. 남포읍성은 고려 말 우왕 때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나성 자리로 공양왕 2년에 읍성이 완성됐다. 수백 년 전의 찬란한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는 여름 볕을 막아줄 푸르름만을 간직하고 있다.
남포초등학교를 끼고 돌면 성곽을 오르는 길이 나온다. 성곽에서 내려다본 성안은 잡초들이 무성하다. 성곽을 따라 돌 틈으로 어지럽게 피어난 잡초를 밟으며 걷다 보면 기기한 모습을 한 소나무 7그루가 그늘을 만들고 서 있다. 흡사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사지를 늘어뜨린 듯한 모습을 한 소나무는 지난날 왜적을 막으며 용맹을 떨쳤으나 이제는 잡초만 무성한 남포읍성의 역사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보령 8미는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사현포도, 청정 해역에서 잡아 숙성시킨 까나리액젓, 크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꽃게탕, 향이 일품인 돌김, 담백한 맛이 일품인 천북 굴구이, 주꾸미, 간재미 회무침, 키조개 요리다. 그중 남포면 사현리에서 재배되는 사현포도는 전국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맛과 향이 뛰어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남포향교에 오르는 길에 작은 포도밭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외국 영화에서 봤던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과 달리 남포 포도밭은 도로와 산기슭에 올망졸망 작은 터를 잡고 있다.
향교는 조선시대 때 지방의 교육과 문묘 제향을 위해 고을마다 세운 것으로 중앙에서 행도가 파견되어 지방 중등교육을 담당하던 기구. 충청남도기념물 제111호인 남포향교는 정면에 옥서리 저수지와 남포 들녘,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성주산 옥마봉이 우뚝 서 있다. 남포향교는 평소에 문이 잠겨 있다. 관람을 원하면 보령시청 관광과(041-930-3541~2) 또는 보령시 관광안내소(041-932-2023)에 미리 연락을 해야 한다.
문화제, 울창한 숲과 함께하는 체험동산
14번 군도를 타고 청천천을 따라 올라가면 화암서원에 도착한다. 화암서원은 토정 이지함, 명곡 이산보, 천휴당 이몽규, 퇴우당 이정암, 수암 구계우 다섯 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그 옆에는 보령의 중심을 관통하는 청천저수지가 있다.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냉풍욕장은 한가로이 돛단배가 떠다니는 청천저수지에서 멀지 않다. 냉풍욕장은 무연탄을 채굴했던 폐 갱구에서 섭시 14도 내외의 찬바람이 나와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냉풍욕장에서 나와 40번 국도로 들어서 성주사지와 성주산 휴양림을 향해 달리다 보면 잣나무, 소나무, 감나무, 도토리나무, 밤나무가 우거진 가로수길에 도착한다. 나무와 산이 너무도 멋진 길을 만들어 두 눈에 담기에 벅찰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성주터널을 지나 왼편으로는 성주사지, 오른편으로는 성주산자연휴양림과 석탄박물관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성주사지는 통일신라 말기 구산선문 중 하나로 이름이 높았던 성주사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절터인 성주사지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조의 유물이 골고루 출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성주산을 등에 지고 있는 성주사지에서는 많은 국보와 보물, 그리고 지방문화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 석불 입상에는 재미있는 유례가 전해 내려온다. 성주사 강당지 한쪽에 위치한 석불 입상은 원래 모습은 알기 어려우나 타원형 얼굴을 하고 있다. 석불 입상의 코를 긁어 물에 넣고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 때문에 코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오른손은 내리고 왼손은 배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산모를 자극해 코가 없어졌다는 유례가 전해진다.
사실 성주사지에서 큰 볼거리나 화려한 문화유산을 기대한다면 차를 돌리는 게 좋다. 넓은 벌판을 벗 삼아 조용히 쉬려는 사람이나 아이들에게 문화 유산에 대한 교육을 할 목적이라면 의미가 있다.
성주산은 보령을 상징하는 명산이다. 성주산은 숲이 울창하고 한 낮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숲을 자랑한다. 성주산은 화장골 계곡과 심연동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화장골 계곡은 성주산 일대의 모란꽃형의 명당 8개소(성주 8모란) 중 하나가 이곳에 감춰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심연동 계곡은 골짜기가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골과 골 사이에 흐르는 계곡물이 깊고 차다. 두 골짜기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는 등산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사계절 내내 인기가 좋다.
석탄박물관은 1층은 영사관, 2층은 모의 갱도과 지하 석탄 체험장으로 꾸며졌다. 영사관이 있는 1층에는 석탄산업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갖가지 자료가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과거 석탄 채석 현장의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지하 석탄 체험장은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무서운 굉음을 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00m 갱도에 도착하면 일반인들은 접근이 어려웠던 광산 작업 현장을 볼 수 있다. 광산 개발 초기부터 현재의 기계화된 채탄 과정, 지하 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작업 지시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과 갱내 사고 중 붕락사고 현장 등이 여러 전시 보조 장비를 활용해 연출되어 있다.
문의 성주산 자연휴양림 관리소 041-930-3529, 석탄박물관 041-934-1902
보령 이모저모
미리 느끼는 보령머드축제
머드교도소 대천 앞바다에서 깨끗한 옷차림으로 축제장을 어슬렁거리다가는 간수에게 붙잡혀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만약 머드교도소에 갇혔다면 탈출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간수의 맘에 들 때까지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온몸에 머드를 흠뻑 바르는 것이다.
머드탕 누구라도 좋다.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대형 머드탕의 주인이 된다. 신나는 댄스음악에 맞춰 머드탕 안에서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새 머드 전신 마사지 끝.
머드씨름대회 둥그런 대형 머드탕에서 펼쳐지는 머드씨름대회는 해변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다.
보기만 해도 맛있는 먹을거리
천혜 자원이 풍부한 보령에는 먹을거리 역시 넘쳐난다. 보령에는 해산물에서 농산물, 산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마련돼 있다. 활어와 꽃게, 대하 등을 싼값에 맛보고 싶다면 대천항 수산시장으로 가면 된다. 황금수산(041-934-7488), 대천항 도토리 조개구이 전문점(011-9837-1772), 서울수산(041-933-7065)
대천 앞바다에서 낙조를 즐기며 맛보는 회도 일품이지만 바다에서 막 건저올린 푸짐한 해산물로 국물을 우린 칼국수도 별미다. 유성횟집(041-935-8818), 칼국수 5천원.
편안한 잠자리
대천 IC에서 대천해수욕장 방면에 자리 잡은 오션힐 펜션 리조트는 이국적인 하우스 테마를 갖추고 있다. 해안 지역에 있는 오션힐은 대천의 풍요로운 자원과 함께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동급 펜션과 비교해 넓은 전용면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호텔 수준의 온라인 시스템은 물론 산책로와 삼림욕장, 수영장, 그린바비큐장 등을 이용할 수 있어 휴양객의 다양한 취향을 골고루 만족시킨다.
가격 : 주중 12만원, 주말 18만원(23평형, 비수기 기준)
문의 041-931-7520 www.oceanhill.co.kr
맨발로 개펄 위를 걸으며 항구의 흥을 느낄 수 있는 바다
더운 바람을 타고 짭짤한 바다 향이 코를 간질이는 대천항 입구에 들어서면 갈매기 소리가 먼저 여행객을 반긴다. 대천항은 서해의 크고 작은 섬으로 떠나는 여행객들과 배를 타고 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낚시를 떠나기 전이나 빈손으로 낚시에서 돌아온 강태공을 반기는 것은 대천수산시장 상인들이다.
고무장화를 신은 상인들은 손님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다가 살아서 펄떡거리는 생선을 맨바닥에 던진다. 그리고는 “아이고, 이놈이 힘이 좋아 거기까지 갔네”라며 넉살을 부린다. 그런 상인의 모습이 마냥 정겹게 느껴지는 곳. 대천항 수산시장에서는 1만원에서 3만원이면 즉석에서 바로 잡은 싱싱한 도미, 도다리, 광어 등은 물론 조개나 갖가지 해산물도 덤으로 맛볼 수 있다. 대천항 한편에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수산물 판매하는 경매장도 마련돼 있다. 종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경매가 시작되면 도매 상인들은 윗옷 안에 손을 숨기고 시종일관 말이 없다. 하지만 시장의 왁자지껄한 소리와 경매장 외부 스피커를 통해 전해지는 경매사의 소리가 한데 섞여 항구는 묘한 흥을 돋운다.
대천해수욕장은 동양에서 유일한 패각분(조개껍질)백사장이다. 이 조개껍질 백사장에서 해마다 열리는 ‘머드축제’는 어느새 여름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7월에 개최되는 보령머드축제는 1998년부터 문화관광부 지정 축제로 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한다.
본격적인 머드축제가 시작되기 전, 대천 개펄체험장은 개펄 밑에서 사는 생명들의 숨소리가 작은 구멍으로 올라올 뿐 그 흔한 사람 발자국조차 없다. 맨발로 개펄 위를 걸으면 발가락 사이로 스멀스멀 진흙 느낌이 전해온다. 이것은 마치 흰눈이 소복이 쌓인 아침,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 위를 걷는 것처럼 포근하다. 매일 좁은 신발 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발을 잠시나마 쉬게 할 수 있는 대천해수욕장은 그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가 준비돼 있다. 굳이 단점을 꼽으라면 너무 많이 알려진 탓에 성수기 때는 ‘물 반 사람반 ’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조차도 ‘여름의 맛’이라고 느낀다면 충분히 축제를 즐길 수 있다.
낚시, 가족 단위 휴양지로 손꼽히는 무창포
대천항과 대천해수욕장을 둘러봤다면 이제 무창포로 차를 돌리자. 하지만 무창포에 가기 전, 들러볼 곳이 있다. 바로 대천해수욕장과 무창포해수욕장의 중간 지점에 자리한 조그만 섬 죽도다. 남포방조제와 연결돼 있는 죽도는 기암괴석과 울창한 해송이 멋을 더한다. 현재 관광특구로 지정돼 개발되고 있는 죽도는 대천과 무창포의 시원한 해변과 달리 한적하게 쉴 수 있는 곳이다. 항구의 왁자지껄함을 잠시 잊고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기에 이보다 좋은 곳은 없다.
보령은 민물낚시와 바다낚시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청천, 성연 등의 저수지와 연안의 갯바위, 대천항, 무창포, 오천 등에서는 언제든지 낚시가 가능하다. 또 원한도, 삽시도, 녹도, 장고도 등의 섬에는 갯바위 낚시터가 있어 강태공들의 심장을 뛰게 한다. 대천항이 사람들의 활기가 넘치는 곳이라면 무창포는 바위가 늘어진 곳에서 한적하게 바다낚시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또 시원하지만 차갑지 않은 바닷물과 완만한 경사의 백사장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휴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특히 해가 바다에 걸릴 즈음 맛보는 낙조는 황홀의 극치를 느끼게 한다.
무창포해수욕장의 백미는 매월 음력 그믐과 보름 사이에 서너 차례씩 약 1.3km 열리는 신비의 바닷길이다. 때를 잘 맞추면 살갗을 훤히 드러낸 바다에서 조개, 소라, 낙지 등의 해산물을 잡을 수 있다.
문의 대천관광협회 041-933-7051, 무창포해수욕장 번영회 041-936-3561, 머드체험관 041-931-4021
낮보다 밤이 더 화려한 도시
밤이 되면 해변은 곳곳에서 벌어지는 찬란한 불꽃놀이로 또 한 번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낸다.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전에는 관광객들이 직접 가지고 온 폭죽을 터뜨리지만 축제가 시작되면 바다 한가운데서 대형 불꽃놀이판이 벌어진다.
이 모습은 보령머드축제와 함께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대천해수욕장 분수광장은 기념 촬영을 할 수 있는 곳으로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해변 곳곳에서 연인들이 서로의 어깨에 기댄 채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해변의 요란한 불꽃이 싫다면 보령 중심을 관통하는 동대교를 느린 걸음으로 걷는 것도 좋다. 동대교는 보령이 자랑하는 조형물로 낮보다 밤이 깊어질수록 환상적인 자태를 뽐낸다.
동대교 바로 앞에는 한내돌다리와 잠수교가 달빛을 받으며 그윽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한내돌다리는 조선시대에 남포·비인·서천 지역에서 한양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 있던 12칸 돌다리를 복원한 것으로 충청남도 유형문화재(제139호)다. 일제 강점기 초기까지 사용했던 한내돌다리는 거대한 화강암으로 이루어졌으며 우마차 통행이 적당하도록 설계되었다. 보령시에서는 매년 향토문화제 때 이 돌다리와 관련해 12칸 돌다리밟기제와 돌다리밟기 행사를 열고 있다. 한내돌다리와 잠수교는 작지만 아담하게 꾸며져 있어 동대교의 불빛을 조명 삼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도 안성마춤이다.
굽이굽이 좁은 남포향교 가는 길
남포향교로 가는 길은 자동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시골길이다. 굽이굽이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남포읍성에 도착한다. 남포읍성은 고려 말 우왕 때 왜적을 막기 위해 쌓은 나성 자리로 공양왕 2년에 읍성이 완성됐다. 수백 년 전의 찬란한 영광을 뒤로하고 이제는 여름 볕을 막아줄 푸르름만을 간직하고 있다.
남포초등학교를 끼고 돌면 성곽을 오르는 길이 나온다. 성곽에서 내려다본 성안은 잡초들이 무성하다. 성곽을 따라 돌 틈으로 어지럽게 피어난 잡초를 밟으며 걷다 보면 기기한 모습을 한 소나무 7그루가 그늘을 만들고 서 있다. 흡사 사람이 고개를 숙이고 사지를 늘어뜨린 듯한 모습을 한 소나무는 지난날 왜적을 막으며 용맹을 떨쳤으나 이제는 잡초만 무성한 남포읍성의 역사와 묘한 조화를 이룬다.
보령 8미는 높은 당도를 자랑하는 사현포도, 청정 해역에서 잡아 숙성시킨 까나리액젓, 크고 담백한 맛이 일품인 꽃게탕, 향이 일품인 돌김, 담백한 맛이 일품인 천북 굴구이, 주꾸미, 간재미 회무침, 키조개 요리다. 그중 남포면 사현리에서 재배되는 사현포도는 전국 최고의 당도를 자랑한다. 맛과 향이 뛰어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남포향교에 오르는 길에 작은 포도밭들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외국 영화에서 봤던 끝없이 펼쳐지는 포도밭과 달리 남포 포도밭은 도로와 산기슭에 올망졸망 작은 터를 잡고 있다.
향교는 조선시대 때 지방의 교육과 문묘 제향을 위해 고을마다 세운 것으로 중앙에서 행도가 파견되어 지방 중등교육을 담당하던 기구. 충청남도기념물 제111호인 남포향교는 정면에 옥서리 저수지와 남포 들녘, 서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고 뒤로는 성주산 옥마봉이 우뚝 서 있다. 남포향교는 평소에 문이 잠겨 있다. 관람을 원하면 보령시청 관광과(041-930-3541~2) 또는 보령시 관광안내소(041-932-2023)에 미리 연락을 해야 한다.
문화제, 울창한 숲과 함께하는 체험동산
14번 군도를 타고 청천천을 따라 올라가면 화암서원에 도착한다. 화암서원은 토정 이지함, 명곡 이산보, 천휴당 이몽규, 퇴우당 이정암, 수암 구계우 다섯 분의 위패를 모신 곳이다. 그 옆에는 보령의 중심을 관통하는 청천저수지가 있다. 시원한 바람으로 더위를 이길 수 있는 냉풍욕장은 한가로이 돛단배가 떠다니는 청천저수지에서 멀지 않다. 냉풍욕장은 무연탄을 채굴했던 폐 갱구에서 섭시 14도 내외의 찬바람이 나와 붙여진 이름이다. 올해는 7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 개방할 예정이다.
냉풍욕장에서 나와 40번 국도로 들어서 성주사지와 성주산 휴양림을 향해 달리다 보면 잣나무, 소나무, 감나무, 도토리나무, 밤나무가 우거진 가로수길에 도착한다. 나무와 산이 너무도 멋진 길을 만들어 두 눈에 담기에 벅찰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성주터널을 지나 왼편으로는 성주사지, 오른편으로는 성주산자연휴양림과 석탄박물관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성주사지는 통일신라 말기 구산선문 중 하나로 이름이 높았던 성주사다. 오랜 역사를 가진 절터인 성주사지는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조의 유물이 골고루 출토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성주산을 등에 지고 있는 성주사지에서는 많은 국보와 보물, 그리고 지방문화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그중 석불 입상에는 재미있는 유례가 전해 내려온다. 성주사 강당지 한쪽에 위치한 석불 입상은 원래 모습은 알기 어려우나 타원형 얼굴을 하고 있다. 석불 입상의 코를 긁어 물에 넣고 달여 먹으면 아들을 낳는다는 미신 때문에 코가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오른손은 내리고 왼손은 배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아들을 낳고 싶어 하는 산모를 자극해 코가 없어졌다는 유례가 전해진다.
사실 성주사지에서 큰 볼거리나 화려한 문화유산을 기대한다면 차를 돌리는 게 좋다. 넓은 벌판을 벗 삼아 조용히 쉬려는 사람이나 아이들에게 문화 유산에 대한 교육을 할 목적이라면 의미가 있다.
성주산은 보령을 상징하는 명산이다. 성주산은 숲이 울창하고 한 낮에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숲을 자랑한다. 성주산은 화장골 계곡과 심연동 계곡이 특히 유명하다. 화장골 계곡은 성주산 일대의 모란꽃형의 명당 8개소(성주 8모란) 중 하나가 이곳에 감춰졌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심연동 계곡은 골짜기가 있는 마을이란 뜻으로 골과 골 사이에 흐르는 계곡물이 깊고 차다. 두 골짜기를 따라 정상으로 오르는 등산 코스는 등산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사계절 내내 인기가 좋다.
석탄박물관은 1층은 영사관, 2층은 모의 갱도과 지하 석탄 체험장으로 꾸며졌다. 영사관이 있는 1층에는 석탄산업의 역사성을 보존하고 어린이들에게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갖가지 자료가 전시돼 있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과거 석탄 채석 현장의 모습이 흑백사진으로 전시되어 있다. 지하 석탄 체험장은 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간다. 무서운 굉음을 내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00m 갱도에 도착하면 일반인들은 접근이 어려웠던 광산 작업 현장을 볼 수 있다. 광산 개발 초기부터 현재의 기계화된 채탄 과정, 지하 작업장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작업 지시 모습, 여러 가지 갱도의 유형 등과 갱내 사고 중 붕락사고 현장 등이 여러 전시 보조 장비를 활용해 연출되어 있다.
문의 성주산 자연휴양림 관리소 041-930-3529, 석탄박물관 041-934-1902
보령 이모저모
미리 느끼는 보령머드축제
머드교도소 대천 앞바다에서 깨끗한 옷차림으로 축제장을 어슬렁거리다가는 간수에게 붙잡혀 교도소에 갇히게 된다. 만약 머드교도소에 갇혔다면 탈출하는 방법은 오직 하나. 간수의 맘에 들 때까지 살려달라고 외치는 것과 동시에 온몸에 머드를 흠뻑 바르는 것이다.
머드탕 누구라도 좋다. 먼저 뛰어드는 사람이 대형 머드탕의 주인이 된다. 신나는 댄스음악에 맞춰 머드탕 안에서 몸을 흔들다 보면 어느새 머드 전신 마사지 끝.
머드씨름대회 둥그런 대형 머드탕에서 펼쳐지는 머드씨름대회는 해변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군다.
보기만 해도 맛있는 먹을거리
천혜 자원이 풍부한 보령에는 먹을거리 역시 넘쳐난다. 보령에는 해산물에서 농산물, 산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먹을거리가 마련돼 있다. 활어와 꽃게, 대하 등을 싼값에 맛보고 싶다면 대천항 수산시장으로 가면 된다. 황금수산(041-934-7488), 대천항 도토리 조개구이 전문점(011-9837-1772), 서울수산(041-933-7065)
대천 앞바다에서 낙조를 즐기며 맛보는 회도 일품이지만 바다에서 막 건저올린 푸짐한 해산물로 국물을 우린 칼국수도 별미다. 유성횟집(041-935-8818), 칼국수 5천원.
편안한 잠자리
대천 IC에서 대천해수욕장 방면에 자리 잡은 오션힐 펜션 리조트는 이국적인 하우스 테마를 갖추고 있다. 해안 지역에 있는 오션힐은 대천의 풍요로운 자원과 함께 편안한 쉼터를 제공한다. 동급 펜션과 비교해 넓은 전용면적을 확보하고 있으며 호텔 수준의 온라인 시스템은 물론 산책로와 삼림욕장, 수영장, 그린바비큐장 등을 이용할 수 있어 휴양객의 다양한 취향을 골고루 만족시킨다.
가격 : 주중 12만원, 주말 18만원(23평형, 비수기 기준)
문의 041-931-7520 www.oceanhi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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