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단편소설의 최고 대가로 꼽히는 작가 이태준 흉상.
‘20세기 한국 최고의 중·단편소설 작가는 이태준’
창비의 숙원사업이라던 ‘20세기 한국소설’이 완간됐다. 지난 세기 ‘국가대표’
중·단편소설을 엮은 전집이다. 계간 ‘창작과비평’ 창간 40주년 기념사업으로 기획된 이 전집은 지난해 1~2차분에 이어 이번에 3차분 14권을
보태 전50권으로 마무리됐다. 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최원식·임규찬·진정석·백지연씨.
이태준 ‘달밤’ 등 6편 최다이 전집의 가장
큰 특징은 창비의 시선으로 본 한국문학 대표작이라는 점이다. 작가들을 골고루 섞거나 한 작가를 한 권에 묶는 장식용 집대성 전집이 아니라 창비의
이름을 내걸고 작품의 성취도라는 기준으로 성적표를 낸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명성이 아니라 작품의 문학사적 가치를 잣대로 수록 편수를 정했다는
설명이다. 중·단편문학사의 최고봉 경연장인 셈이다.
편집위원 임규찬 교수(성공회대)는 “이번 전집은 문학의 위기에 대한 응전의
산물”이라면서 “창비적 관점에서 작품에 대해 엄격한 가치평가를 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진정석씨는 “한 작가의 수록 편수를 고를 땐 이견이
쉽게 좁혀졌으나 수록작 및 최근작 선정 과정에서는 편집위원들이 격론을 벌였다”면서 “되살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라고 했다.
그랬는데
이태준의 작품은 ‘달밤’ ‘까마귀’ ‘복덕방’ ‘패강랭’ ‘농군’ ‘해방 전후’ 등 6편이 실렸다. 전집 최다 수록 기록이다.
‘이태준=단편소설의 교과서’라는 명성이 허명이 아니라는 사실을 창비도 추인한 셈이다. 5편을 등재한 작가는
김유정·현진건·채만식·박태원·황석영·박완서 등 6명이다. 4편이 실린 작가는
김동리·김동인·김정한·서정인·염상섭·이문구·이상·이청준·이호철·하근찬·현기영·황순원(가나다순) 등 12명이다.
염상섭은 수록작 ‘만세전’이 장편 분량의 중편이어서 수록 편수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나 황석영·박완서와 함께 한 사람이 한 권의 책을 차지한 작가다. 이문열도 ‘하구’ ‘금시조’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 수록작이 모두 중편이어서 수록 편수는 3편에 불과했다.
“문학사적 가치 중·단편 엄선”박경리(1편)·조정래(2편)·최명희(없음)는 대하소설작가여서 중·단편 전집에서는 적절한 문학사적 대접을 받지 못한 작가들이다. 이광수는 ‘어린 벗에게’ ‘무명’만 실렸다. 자신의 작품이 전집류에 실리는 것을 꺼린 최인훈, 절필 선언을 한 백민석, 지난 세기에 중·단편을 쓰지 않은 김훈은 전집에서 빠졌다.
문학평론가 백지연씨는 “전체적으로 1970년대와 90년대 작품들이 많이 수록됐다”면서 “70년대에 왕성히 활동한 작가들의 덕분인지 ‘시의 시대’라던 80년대 작품들도 60여편이나 실렸다”고 말했다.
이밖에 이번 국가대표 문인들 가운데에는 핏줄로 묶인 경우도 있다. 임화·지하련, 김동리·손소희 등은 부부 사이였다. 최정희·김채원은 모녀간, 한승원·한강은 부녀간, 박화성·천승세는 모자간, 김원일·김원우는 형제간, 한무숙·한말숙은 자매지간이다.
전집은 제1권 첫 작품인 신채호의 ‘용과 용의 대격전’에서 제50권 마지막 작품인 조경란의 ‘망원경’까지 204명의 중·단편 374편을 실었다. 창비는 2차분까지 도서관과 학부모를 중심으로 약 22만권이 팔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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