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鶴山의 넋두리

한가한 나들이

鶴山 徐 仁 2006. 7. 11. 11:54
 

    한가한 나들이

        거세게 몰아치던 비 바람이 그치니 해 맑고 밝게 개인 하늘은 아니어도 회색 물감으로 칠한 것 같은 하늘이 나름대로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이다. 비에 젖어 울적하던 마음을 접고 한결 가벼운 차림으로 오랫만에 어디 나들이라도 나갔으면 싶다. 이런 날은 누군가 혹시 전화라도 해 데이트라도 하자면 안성맞춤 일텐데 오늘따라 사람의 발 길도 전화도 이렇게 조용할까 바쁜 날엔 만나자는 사람도 많드니 오늘은 그냥 혼자 앞산에나 갈까 아님 드라이브라도 나갈까 빗 속에 며칠 간 갇혀 지냈으니 어디론가 훌쩍 떠났으면 싶은 데 막상 나서려니 갈 곳이 마땅찮네 이렇게 나이들면 한가해 지는 건가 그래서 누군가는 유행가 가사에다가 노세노세 젊어서 노세라고 하였나 바쁠 때가 좋은 때였다는 걸
        누구나 한가한 세월이 찾아오면 저절로 알게 될터인데 바쁘게 일해야 하는 젊은이들은 이것을 모르고 한가하길 원할까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는 날 그날이 기다리지 않아도 멀지 않아 누구에게나 찾아올 걸 미리 알고 준비할 수는 없을 까 때지나 지나간 날을 회상하며 그때가 좋았다고 후회를 할건가 하긴 잘 노는 사람이 일도 잘한다 하였는데 일도 노는 것도 제대로 다 못하고 그냥 허송 세월 한 것인가
        나름대로 무드는 없었다 하더라도 낭만과 멋을 아는 사람으로 살기를 원했었는데... 오늘처럼 한가한 시간이면 뭘 제대로 살지 못한 것인가 정확한 해답을 찾고 싶어진다. 비온 후 새 옷으로 단장을 하고 뜨락에서 맑게 미소짓는 잎새들에게 조용히 손짓해 물어보고 어디론가 나들이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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