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억을 담으며 (송광사, 낙양읍성. 순천만)
도서관 한문강좌 공부방 일행들이 떠난 가을여행이다 떠난다는 것 그것도 가을날에 바람 되어 떠난다는 건
가슴 설레는 흐느낌인지도 모른다. 전날 내린 비는 하늘을 더 맑게 씻기고 계절의 서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만추의
여정으로는 더할 나위 없다 감나무잎이 어찌 저렇게 곱게 물들었을까? 황국의 향기가 금방이라도 차 안으로 스며들 것 같고
나는 가만 눈을 감고~~ 두목의 山行 시를 읊조려 본다
遠上寒山石徑斜(원상한산석경사)하고: 멀리 늦가을 산을 오르니 돌길 비껴있고
白雲生處有人家(백운생처유인가)로다: 흰 구름 피는 곳에 인가가 보인다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하니: 수레를 세우고 앉아 늦은
단풍숲을 즐기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로다: 서리맞은 단풍잎이 이월 봄꽃보다 붉어라
늦가을날의 정취를 잘 표현한 시에 감탄하면서... 송광사는 어느 해 초여름날 처음 가보고
이번 계절에 2번째 가는 곳이지만 계절이 다른 느낌 속에 산사의 풍경을 가슴에 담아보기도 했다.
낙양읍성...
낙안읍성은 조선시대 성곽 유적으로 옛사람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 또한 바쁜 걸음으로 돌아보았던
곳이지만 이번엔 성을 한 바퀴 돌아보며 성 위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풍경을
한 눈으로 바라보며 초가지붕 위에 호박이랑 박 ,모과나무, 감나무...... 겨울 채비를
위해 지붕을 새로 엮는 모습은 어릴 적 시골에서 보았던 그 풍경에 정겨움을 느끼기도 했다. 은행나무의 노랑 꽃물이 후드득 떨어지고
나는 가을 여인 되어 사색한다.
춘천만...
어느 지인이 춘천 만에서 배를 타본 그곳이 너무 좋았다는 말에
내심 기대를 하고 간 곳이기도 했다. 저무는 강에 흔들리는 게 어디 갈대뿐이랴 끝없이 펼쳐진 갈대를 보며 흰 머리칼
풀며 그리운 이를 사모하는 애처로운 마음을 가슴에 담는 듯 가슴 저려 오기도했다. 갈대들은 사랑 해달라며 갯바람에 몸을 떨고
해질녘 갈대밭 너머 수면위를 박차고 오르는 철새의 군무(群舞)는 자연의 신비처럼 나그네 길 재촉할 즈음 가을, 여기서 이 울고
있다. 산등성이 억새가 가을의 낭만이라면 늦가을부터 초겨울 사이 물가에는 갈대가 있어 더 깊고 운치있는게 아닐까
싶다.
순천만 주변 갯벌,
그 길을 따라 이어진 광활한 갈대밭에는 남도의 낭만이 가득하다.
햇솜처럼 부푼 갈꽃이 노을빛으로
물들면 물기 머금은 갯벌은
황금빛으로 반짝이고 갯벌과 갈대, 그리고 짭조름한 해풍의 어울림을
시샘이라도 하듯 순천만을 허허롭게 날아오르 던
철새와 흑두루미의 비행은 '순천만의 노을' 이라는 거대한 한폭의 풍경화가 완성되는 그 순간에
저녁노을을 가로지른다. 하루를 잉태한 산모의 고통도 벗어 놓은 채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가는 석양을 빗기고 아름다운 가을 추억 한 가닥을
긴 여운처럼
사라지지 않는 낙조를 가슴에 담아본다.
2005.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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