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파주① 대륙횡단 기차여행을 꿈꾸다

鶴山 徐 仁 2006. 7. 2. 19:01



(연합르페르)

도라산역을 출발한 열차는 북쪽을 향해 간다. 굳게 닫혀 있던 휴전선을 넘고 개성, 평양, 신의주를 지나 중국과 러시아의 광활한 땅을 가로 질러 지구 반대편의 유럽까지 힘차게 달린다. 곧 실현될지도 모르는 대륙횡단 기차여행의 행복한 꿈. 휴전선이 환하게 열릴 날을 기다리며 파주 곳곳에 희망의 싹이 터 오르고 있었다.

'비무장 지대(DMZ)'. 허리 끊어진 한반도의 남쪽에 살고 있는 보통 사람들에게 북한에 가장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이곳은 '비무장'이라는 단어와는 반대로 마음의 무장을 단단하게 시키는 공간이다.

그러나 DMZ 가까이 가보면 안다. 그것이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막연한 공포에서 온다는 것을. 북쪽을 향해 곧게 뻗은 1번 국도, 건설 중인 남북출입관리사무소(CIQ)와 물류센터, 관광객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도라전망대와 FONT color=#0b0bcd>제3땅굴, 통일촌 등에서는 평온함 이외에 조금의 긴장된 분위기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오전 10시 58분 신촌 기차역. 열차가 바퀴를 굴려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서울역을 출발했던 열차는 신촌역 플랫폼에 정물처럼 멈춰 섰던 사람들을 채 1분도 지나지 않아 빨아들이더니 북쪽을 향해 움직였다.

신촌 거리를 지나는 생기발랄한 젊은이들의 모습과는 대조적으로 열차에 올라탄 이들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의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다. 손자의 손을 꼭 붙들고 함께한 이들도 흔하게 볼 수 있다. 열차는 아파트와 고층건물들이 즐비한 서울의 도심을 3~4분에 한 번씩 멈췄다 다시 출발하며 북쪽으로 더딘 행보를 진행하고 있었다. 고양시와 파주, 문산을 지난 열차는 12시 13분에 초록빛 산과 들이 싱그러운 임진강역에 멈춰 섰다.

평양까지 고속버스로 2시간

"도란산역으로 가시는 승객들은 임진강역에서 출입신고절차를 마친 후 임진강역에서 1시 23분에 출발하는 열차를 타시기 바랍니다."

열차의 안내방송에 따라 모든 승객들은 이곳에서 내렸다. 이제 본격적인 DMZ 관광이 시작된 것이다. 기차 맞은편 플랫폼의 DMZ 연계관광매표소로 향했다. 열차를 서둘러 내린 몇 명이 앞에 줄을 섰다. 신분증과 이용료를 창구 안으로 들이밀자 번호가 적힌 분홍색 목걸이 비표와 DMZ 관광시설이용권을 건네준다. 많은 사람이 이용한 탓인지 비표가 헤져있다.

유일한 먹거리일 것 같은 뜨거운 냄비우동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임진강역 대합실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줄을 길게 늘어서 있다. 오른쪽의 대합실 벽면이 눈길을 잡는다. 커다란 흰 색 종이에는 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의 글귀들이 담겨있었다.

'오늘은 도라산, 내일은 신의주'

'통일이 되는 그날까지 기다릴게요.'

'우리 아들 생일 때 남북통일 기대하며 왔다 갑니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염원의 글귀들이 불현듯 가슴 속에 불을 댕긴다. 대합실 의자에 내걸린 스케치북에는 '남북이 통일되면 북한 아이들과 놀고 싶다' 등 통일을 바라는 어린이들의 천진난만한 글귀와 그림들이 가득 채워져 있다. 절로 미소가 흘러나온다.

헌병들이 철통같이 입구를 막아선 보안검색대를 지나 다시 플랫폼으로 나왔다. '서울 52km, 평양 209km'라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고속버스로 2시간, KTX로는 1시간이 조금 넘어 걸리는 곳에 평양이 있다. 그 곳까지의 거리를 가늠해 보니 평양이 무척이나 가깝게 느껴진다. 다시 열차에 올라 5분쯤 달려 일행은 남한의 최북단 역인 도라산역에 도착했다. 말쑥하게 단장된 도라산역은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도라산역을 돌아볼 새도 없이 바깥에 대기하고 있던 빨간 색 관광버스에 올랐다. 서울로 돌아가는 열차시간까지 관광을 끝내야 하는 꽉 짜인 일정 때문이다. 버스는 푸르름이 숨을 멎게 하는 들을 지나 제3땅굴을 향해간다.

개성으로 향하는 1번 국도상의 터널과 거대한 덩치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는 건설 중인 남북출입사무소(CIQ)와 물류창고가 최근의 남북관계를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가끔 도로 양 옆으로 가시 돋친 철조망 울타리가 나타났다 사라지곤 한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DMZ

"이곳부터가 DMZ입니다. 여러분들은 이제 막 DMZ에 들어오셨습니다. 이곳에서는 허가 없이 함부로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되고 핸드폰도 잘 터지지 않습니다."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여자 운전사가 1번 국도를 지나며 주변 시설과 풍경을 설명해준다. 철조망 안쪽으로는 아직도 지뢰가 매설되어 있어 중간에 내릴 수 없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는다.

버스는 10여 분을 달려 제3땅굴에 도착했다. DMZ 전시관에 들어서자 제3땅굴 발견 당시 굴속에 놓여 있던 스파이크 핀, 완충장치, 가스통, 볼트 등이 붉게 녹슬어 진열대에 전시되어 있다.

커다란 한반도 지도의 도라산-개성-사리원-평양-안주-신의주로 이어지는 경의선 구간에는 붉은 조명등이 켜져 한눈에 들어온다. 다람쥐, 은판나비 등 DMZ에 서식하는 동물과 곤충, 식물 등의 사진도 바닥유리 아래에 전시되어 있다. 중국인, 미국인 등 외국의 단체관광객들이 한국관광객들보다 더 관심 있게 설명을 듣고 둘러보는 듯하다.

제3땅굴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 하얀색 헬멧을 쓰고 놀이공원에서나 볼 수 있는 모노레일에 올랐다. 모노레일은 이내 경사진 선로를 따라 아래로 내려간다. 진입하자마자 차가운 공기가 살갗을 스친다. 땅굴을 찾기 위해 뚫었던 굴과 북쪽에서 뚫고 왔던 땅굴이 이제 흥미로운 관광자원이 되어 있었다.

넓어졌다 좁아지던 굴을 천천히 달려 내려가던 모노레일이 환한 불빛 아래서 멈춰 섰다. 지상에서 300m를 내려온 것이다. 승강기에서 내려 사람들을 따라 안쪽(북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굴은 차가운 공기를 내뿜어 소름을 돋게 한다. 바깥기온은 30℃를 넘어섰는데 이곳의 온도계는 18℃를 가리키고 있었다.

무너져 내린다면 300m도 더 되는 이 깊은 곳에서 꼼짝없이 나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차가운 공기와 함께 오싹한 기분이 들게 한다. 천장에서는 물이 떨어져 내리고 굴은 어느 한 지점에서 더 이상 길을 내주지 않았다.

170m만 더 가면 군사분계선이라고 했다. 170m만 더 가면 북한이라는 뜻이다. 남한에서 일반인들이 가장 가까이 갈 수 있는 곳이 제3땅굴의 이곳 끝 지점이다. 다시 비탈진 굴을 거슬러 밖으로 나오자 바깥의 공기가 따스하게 느껴졌다.

버스는 인근의 도라(都羅) 전망대로 향했다. '도라'는 고려에 항복한 신라의 경순왕이 이 산마루에 올라 신라의 도읍을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렸다하여 붙은 이름이다. 날씨가 맑은 날이면 멀리 개성에 세워진 김일성 동상과 송학산, 북쪽의 선전마을인 기정동, 군사분계선 등이 또렷하게 보인다지만 여름날 오후는 안개만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어 숲과 하늘만 구분할 수 있을 뿐 도무지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다.

뒤로는 임진강이 흐르고 앞으로는 대성저수지와 어룡저수지가 앞쪽에 있어 10-11월을 제외하고는 낮이면 늘 자욱하게 안개가 낀다고 한다. 500원을 넣고 이용하는 전망망원경으로 들여다보아도 짙은 안개는 좀처럼 북쪽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가끔 북쪽의 개성공단으로 향하는 버스와 트럭만이 왼쪽의 1번 국도에 나타났다 사라져갈 뿐이었다.

도라산역은 통일 준비 끝

민통선북방지역에 있는 '통일촌'으로 향했다. 북쪽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는 '대성동마을'이 있지만 진입장벽이 많은 탓에 최소 몇 주에서 몇 개월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통일촌에는 133세대 500여 명이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곳에는 평화로움을 나타내기라도 하듯 대문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도둑이나 강도를 찾아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이주해왔다는 한 집만이 대문을 달아두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통일촌은 특히 장단콩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예전 지명이 장단군이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데 매년 11월이면 고소한 장단콩을 주제로 하는 축제가 열리고 있다.

관광객을 실은 버스는 다시 도라산역으로 향했다.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2000년 9월 18일 대통령 김대중, 이희호), 'May This Railroad Unite Korean Families(이 철도가 한국가족들을 합쳐주길 기원합니다)'(2002년 2월 20일,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등 통일의 마음을 담은 침목들이 역사 오른쪽에 전시되어 있고, 침목을 기증한 이들의 명단이 커다란 게시판에 하나하나 새겨져있다.

역사 안으로 들어서자 오른쪽 유리진열장 안에 밖에서 본 것과 똑같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미국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 침목이 진열되어 있다. 연유를 물어보니 이곳에 진열된 것들은 모두 복사본이고, 진품은 육군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서울로 향하는 열차가 플랫폼에 멈춰 섰다. 관광객들은 한 명씩 아쉬운 발걸음을 디디며 개찰구를 통과한다. 개찰구를 통과하며 사람들이 지나는 문 위쪽을 바라보니 '평양 방면 타는 곳'이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이 문을 통과해 열차에 오르면 사람들은 서울로 향해가겠지만 이 문을 지나 평양행 열차에 오를 날도 그다지 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차는 다시 남쪽을 향해 육중한 몸을 움직였다. 서녘 하늘이 포근한 붉은 빛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철길 옆의 북쪽으로는 어린이들이 통일의 마음을 담아 세웠다는 색색의 솟대가 북쪽을 향한 환영의 손짓처럼 화사하게 느껴졌다. 이곳에서 서쪽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듯이 북쪽에서도 똑같은 석양에 눈을 맞추고 있지 않을까.

■DMZ 관광 안내

제3땅굴과 도라전망대, 도라산역, 통일촌을 둘러보는 관광코스로 임진강역과 임진각 관광지에서 출발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설과 추석을 제외한 법정공휴일과 매주 월요일은 휴무.

◇임진강역 출발

서울역, 신촌역을 비롯한 경의선 구간의 각 역에서 도라산행 열차를 타고 출발한다. 도라산역까지 가는 열차는 1일 3회 운행하나 DMZ 연계관광열차는 하루 2회(오전 7시 50분, 10시 50분 서울역 출발 열차)뿐이다. 서울역에서 오전 9시 50분에 출발하는 열차도 도라산역을 가지만 이 경우에는 도라산역만 둘러볼 수 있다. 임진강역에 도착한 후 출입 및 연계관광을 신청하고 다시 열차를 이용, 도라산역까지 간다. 이곳에서 셔틀버스로 갈아타고 제3땅굴, 도라전망대, 통일촌을 둘러본 후 도라산역에서 각 목적지 역까지 돌아갈 수 있다. 도라산역에서는 돌아가는 표를 팔지 않기 때문에 출발역이나 임진강역에서 돌아가는 표를 미리 구입해야 한다. 문의 임진강역(www.imjinst.com) 031-954-1074

◇임진각 출발

임진강역 옆으로 임진각 관광지로 가면 30분에 1대씩 출발하는 관광버스가 있다. 임진각 1층의 임진각 DMZ 관광 매표소에서 출입 및 연계관광을 신청하고 버스에 오르면 된다. 임진강역과 도라산역 구간을 제외하고는 열차를 이용한 관광과 코스와 내용, 비용은 같다. 문의 임진각 관광안내소 031-953-4744/DMZ관광사업소 031-954-0303

◇DMZ 관광 요금

-개인 일반 1만1천200원(제3땅굴 도보관람일 경우 8200원)/청소년·어린이 8700원(6200원)/경로 7000원(5500원)

-단체 일반 6000원(3000원)/청소년·어린이 4500원(2000원)/경로 3000원(1500원)

사진/김병만 기자(
kimb01@yna.co.kr)ㆍ글/임동근 기자(dklim@yna.co.kr)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