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테인먼트ㆍ컨벤션 산업 급성장, 도박 비즈니스보다 규모 커져 라이브 공연과 골프장ㆍ쇼핑몰 등 고급 휴양시설로 관광객 끌어들여 | ||||||||||||
카지노 하면 떠오르는 도시, 미국의 라스베이거스(Las Vegas)가 새롭게 변하고 있다. ‘도박도시’라는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종합 엔터테인먼트 도시’ ‘비즈니스 도시’로 변신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매일 각종 라이브 공연이 열리고 있으며 물놀이 시설, 스파, 수족관, 골프장, 쇼핑몰 등 다양한 휴양시설이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또 컨벤션 산업의 발달로 1년 내내 전시회, 전자쇼, 모터쇼, 기업체의 사내 행사가 개최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이미 북미 지역에서 1위의 컨벤션 도시로 부상했다. 지난 6월 5일 라스베이거스 공항에 내리자 가장 먼저 반긴 것은 슬롯머신이었다. ‘카지노 도시’다웠다. 하지만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들어서면 이곳이 단순히 도박도시가 아니라는 사실을 금세 알게 된다. 라스베이거스의 인구는 60만명에 불과하지만 지난해 이곳을 찾은 관광객과 비즈니스맨은 그 65배인 3900만명에 이른다. 15만여개에 이르는 호텔 객실은 연중 90%, 주말엔 98%의 높은 비율로 손님이 찬다. 대규모 전시회가 열릴 때면 호텔방을 구하는 전쟁이 벌어지고 방값이 치솟는다. “도박이 이곳의 유일한 산업”이란 말은 이미 옛말이 되었다. 숙박, 공연, 식당 등 비(非)도박 비즈니스의 수입이 이미 도박 비즈니스 수입을 앞질렀다. 지난해 비도박 비즈니스가 유발한 경제적 효과가 36조7000억원에 이른다.
라스베이거스의 최근 변화는 어디서 비롯됐나? 사실 도시개발의 초창기에 사막 한가운데로 사람을 유인하기 위해선 카지노와 같은 유혹적인 시설이 필요했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는 1930년대 시가 속한 네바다주에서 도박을 허용하면서 시작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도박을 허용하는 주가 47개로까지 늘어나면서 도박 비즈니스에만 매달릴 수 없게 됐다. 관광객을 끌어들여 도시 발전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남보다 한발 빠른 변신이 요구된 것이다. 라스베이거스는 이런 필요성을 정확히 깨닫고 먼저 변화를 꾀했다. 도시의 성공적인 변신은 다시 도시의 경쟁력이 되었다. 그 선두에 대형 공연물이 있다. 뛰어난 공연물 라스베이거스 시내 가운데 남북으로 난 대로(大路)를 ‘스트립(Strip)’이라고 부른다. 대형 호텔은 스트립을 중심으로 양쪽에 늘어서 있다. 대형 호텔은 숙박시설 외에도 공연장, 쇼핑몰, 컨벤션 시설, 식당 등을 한 건물 안에 모두 갖추고 있다.
저녁 8시30분, 셀린 디온의 공연은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수준 높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공연에 앞서 대형 스크린에 관중의 얼굴을 클로즈업시켜 웃음과 박수를 유도하는 기법이 프로답다. 특히 스크린을 활용한 최신 기술로 연출하는 무대는 출연자의 노래와 춤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셀린 디온은 다섯 번이나 옷을 갈아입고 등장해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공연을 이끌어간다. 공연 막바지에 히트곡인 영화 ‘타이타닉’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을 부르자 객석은 다시 열광의 도가니가 된다. 같은 시간, MGM 그랜드 호텔의 대형 공연장에도 사람이 빼곡하다. 케이에이(KA)라는 공연물이 매일 밤 1만여명의 관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쌍둥이 형제의 서사적 모험담을 곡예와 무술, 가면극, 멀티미디어와 불꽃놀이 등으로 결합시킨 공연이다. 이처럼 주요 호텔에선 큼직한 전용공연장을 갖추고 대형 공연물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벨라지오 호텔에선 ‘오(O)’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총 90분 동안 수중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곡예사와 무용수의 환상적인 연기는 ‘라스베이거스 최고의 쇼’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발리스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15년 이상 장기공연하고 있는 ‘주빌리쇼’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공연물이다. 브로드웨이의 뮤지컬과 마술, 코미디 등을 모두 합친 전형적인 라스베이거스식 쇼다. 대형 호텔들은 수시로 연예계 스타를 초빙해 공연을 갖고 권투경기, 빌보드 시상식 등 대형 이벤트를 개최한다. MGM 그랜드 호텔의 한국 마케팅 담당 롭 민씨는 “앞으로 한국 연예인의 공연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호텔들이 거리를 오가는 관광객을 위해 제공하는 무료 쇼도 빼놓을 수 없다. 벨라지오 호텔 앞의 분수쇼는 4000만달러를 들여서 만든 대형 쇼. 수백 개의 분수가 각종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미라지 호텔의 볼케이노쇼에서는 화산 모양의 불과 연기가 분출되고 물이 수십 미터 높이로 치솟는다. 볼케이노쇼는 라스베이거스가 단순한 도박장에서 탈피하도록 한 쇼의 선구자다. 큰 호텔뿐 아니다. 작은 호텔이나 각종 공연장에서도 매일 밤 온갖 공연이 열린다. 거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책은 공연 정보로 가득하다. 첨단 전자영상쇼도 빼놓을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의 구(舊)도심지인 다운타운은 대형 호텔 쪽으로 관광객이 몰리자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 일환이 전자영상쇼다. 거리에 설치한 길이 450m의 대형 스크린에서 최첨단 애니메이션 화면이 펼쳐지면 관광객은 탄성을 지른다. 이 시설은 우리나라의 LG가 마케팅 차원에서 제공한 것이어서 흥미를 더 끈다. 컨벤션 해마다 1월 초가 되면 라스베이거스는 대규모 전자쇼로 몸살을 앓는다. CES(컨슈머 일렉트로닉스 쇼)라는 전시회에는 세계 전자업체, 가전업체, IT업체가 총출동한다. 대규모 전시회가 열리면 호텔방은 동이 난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호텔이 확보하고 있는 컨벤션 센터 면적은 총 320만제곱피트(9만평). 지난해엔 라스베이거스에서 무려 2만2000여건의 크고 작은 컨벤션이 열렸다. 이 중 4만명 이상 참여하는 대형 컨벤션만 800여건에 달했다. 지난해 각종 컨벤션에 참가한 사람은 620만명으로 전체 방문객의 16%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이 도박 이외에 숙박, 식사, 교통 등에 지출한 액수만도 7조6000억원에 달한다. 관광청 관계자는 “컨벤션 참가자의 씀씀이가 더 크기 때문에 일반 관광객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다”고 말했다. 시 컨벤션 센터의 제레미 한델씨는 “라스베이거스의 컨벤션 시설과 행사 진행 능력에 대한 찬사가 이어지면서 행사 개최를 희망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컨벤션 산업이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 되자 만달레이 베이 호텔, MGM 그랜드 호텔, 베네치안 호텔, 벨라지오 호텔 등 대형 호텔은 저마다 컨벤션 시설을 확대하고 고객 유치에 여념이 없다. 만달레이 베이 호텔의 컨벤션 시설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큰 규모다. 만달레이 베이 호텔은 작년부터 컨벤션 비즈니스 수입이 도박 비즈니스를 앞질렀다. 또 비즈니스맨을 위한 호텔 ‘더 호텔’을 새로 지었다. MGM 그랜드 호텔의 컨벤션 센터는 회의장에서 도시 전경을 볼 수 있는 남다른 시설이 자랑이다. 호텔 측은 “미팅은 물론 여흥, 공연관람, 쇼핑을 한 장소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벨라지오 호텔의 컨벤션 시설은 화려함이 강점이다. 고급스러운 실내 장식은 남다른 체험을 제공한다. 주방장을 초빙해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미팅룸도 이곳만의 매력이다. 가족 휴양 시설 라스베이거스는 도박을 즐기지 않는 사람과 아이에게도 흥미로운 시설이 많다. 다양한 볼거리와 놀이시설, 식당, 쇼핑몰은 다른 곳에선 찾아보기 힘든 경쟁력으로 라스베이거스를 가족 단위 휴양시설로 부상시키고 있다. 우선 스트립 거리의 대형 호텔은 저마다 특정 테마를 갖고 건립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눈길도 사로잡는다. 베네치안 호텔은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명소를 재현했다. 이 호텔 안에 조성한 세인트 마르크스 광장에 들어서면 마치 진짜 하늘과 같은 푸른 색의 천장이 놀라움을 안긴다. 관광객 중에서는 진짜 하늘인 줄 착각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호텔 안의 각종 시설도 가족 단위의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벨라지오 호텔 안에는 식물원이 있으며 로비의 천장에 달려 있는 2000여개의 유리 공예품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만달레이베이 호텔은 풀장이 유명하다. 수영장이 7개 있고, 파도풀도 갖추고 있다. 내년엔 규모를 더 키울 예정이다. 또 1000여마리의 물고기가 노니는 수족관 ‘샤크 리프’는 가족 관광객에게 인기다.
라스베이거스의 각종 식당도 남다른 메뉴와 서비스로 손님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가령 만달레이 베이 호텔의 와인바 오레올레에 들어서면 4층 높이의 와인셀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는 와인엔젤이라는 여직원이 와인셀러에서 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와인을 찾는 이색 광경을 보여준다. MGM 그랜드 호텔의 경우 중국·일본 식당에 김치가 나오는 등 세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또 ‘뷔페의 천국’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뷔페 식당이 있으며, 세계의 유명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골프장도 인기 요소다. 사막에서 치는 골프는 색다른 느낌을 준다. 하지만 사막의 골프장이라고 모래 바닥을 연상해선 곤란하다. 골프장에는 폭포, 연못, 시냇물 등을 조성해 놓아 주변의 거친 환경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예를 들어 시내에 있는 발리 하이 골프클럽은 남태평양을 연상시키는 열대 낙원 테마로 미국 최고급 코스 중 하나로 꼽힌다. 라스베이거스 관광청 한국사무소 이영미 부장은 “시 안팎에 50여개의 골프 코스가 있어 비즈니스맨이나 가족 단위의 관광객이 별 어려움 없이 골프를 즐길 수 있다”고 말했다. 쇼핑도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대형 호텔은 저마다 명품 쇼핑몰을 갖추고 있으며 도심의 쇼핑센터도 다양하다. 도시 인근의 아웃렛 몰에서는 저렴한 쇼핑을 즐길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의 지리적 이점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그랜드 캐니언 관광이다. 애리조나주에 있는 그랜드 캐니언은 라스베이거스에서 접근하기가 가장 좋다. 이곳에선 항공기 관광상품 등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어 세계 7대 불가사의라는 그랜드 캐니언을 관광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이 밖에 후버댐, 레드록 캐니언, 데스밸리 등도 가깝다. 라스베이거스의 변신은 끝을 모를 지경이다. 가령 만달레이 베이 호텔, MGM 그랜드 호텔 등을 소유한 MGM 미라지 그룹은 라스베이거스 시내에 66에이커(8만800평)에 이르는 넓은 땅에 8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시티센터로 명명된 이곳에는 호텔, 콘도, 식당이 들어선다. 대형 호텔도 계속 세워지고 있다. 지난해엔 윈 라스베이거스 호텔, 올해 봄엔 레드록 리조트가 오픈했다. 또 지난 6월 5일에도 대규모 호텔 프로젝트가 새로 발표되기도 했다. 현재 리조트 지역 개발에만 30조원의 투자가 계획되어 있을 정도다. 앞으로 수년 후 라스베이거스가 어떻게 변모되어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라스베이거스= 이거산 주간조선 차장(bigmt@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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