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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폐지를 공약에 가장 반대한 사람은 빌 게이츠와 그 아버지 |
미국인들이 자선과 기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학자들은 기독교에 뿌리를
둔 박애정신과 높은 상속세율을 꼽는다. 미국에서 유산을 상속하면 약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에 낼 세금을 생전에 ‘옳다고
생각하는 선한 일’에 직접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선 거부(巨富)들은 자식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나태해지기 싶다고
생각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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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조선 |
2005년 미국인의 기부 총액은 260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2.1% |
지난 22일 저녁, 뉴욕 맨해튼 센트럴파크의 유명한 노천 식당 ‘태번 온 더 그린’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대형 천막 아래서 진행된 자선기금 모금 행사 ‘삼성, 희망의 사계절’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 포브스의 스티브 포브스 회장, 미식축구 스타 댄 마리노 등 저명인사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나타냈다. 700석의 자리는 하나도 비지 않았고, 행사장 주변은 호기심에 찬 산책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저명인사들은 하나 같이 ‘자선’ ‘헌신’ ‘타인에 대한 사랑’을 강조했다. 표정은 밝았고, 확신에 차 있었다.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아널드 파머는 “골프를 알게 돼 돈을 벌었고, 돈을 벌자 자선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고 했다. 아들의 불치병을 계기로 아동자선재단을 창립한 미식축구 스타 부머 어사이슨의 미식축구공 경매를 지나, 문맹 아버지를 위해 문맹퇴치재단을 만든 여가수 페이스 힐의 공연에 이르면서 참석자들은 하나가 됐다. 행사의 열기는 주최측이나 참여자의 명성 때문이 아니었다. 한 참석자는 “우리는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먹을 불끈 쥐어보였다. 26일에는 세계 2위 부자인 워렌 버핏이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재산 374억달러(36조원)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뉴욕이 다시 한번 달아 올랐다. 뉴요커들의 입에서는 버핏이 화제로 오르고, 언론은 그의 미덕을 칭송하고 있다. 사실 미국인들의 자선 열기는 뉴스가 아니다.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는 1902년부터 1919년까지 3억5000만달러를 기부했다.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72억달러나 된다. 중소업체들을 무자비하게 압박하며 대량실업을 유발했던 석유왕 존 록펠러는 1989년부터 1937년까지 5억3000만달러(71억달러 상당)를 자선사업에 썼다.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자선재단 규모는 현재 116억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미국인의 기부 총액은 전년보다 2.7% 증가한 2600억달러, 국내총생산(GDP)의 2.1%에 달한다. 미국 국민 3명중 2명이 허리케인 복구 단체에 기부금을 냈고, 3명중 1명이 쓰나미 피해자를 위해 주머니를 털었다. 미국의 학교나 공공건물, 심지어 공원의 벤치에도 기부자 이름이 적힌 경우가 수두룩하다. 미국인들이 자선과 기부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학자들은 기독교에 뿌리를 둔 박애정신과 높은 상속세율을 꼽는다. 미국에서 유산을 상속하면 약 절반을 세금으로 내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에 낼 세금을 생전에 ‘옳다고 생각하는 선한 일’에 직접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자선 거부(巨富)들은 자식에게 너무 많은 재산을 물려주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나태해지기 싶다고 생각한다. 이런 일도 있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상속세 폐지를 공약으로 들고 나오자 가장 반대한 사람은 세계 1·2위 부자였던 빌 게이츠의 아버지와 워렌 버핏이었다. 당시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200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 대표선수의 자식들이 2020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보장이 없다”고. 대기업 CEO가 단 하룻만에 직장인의 연봉을 버는 이 ‘불공평한 사회’에서 기부 문화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소금’이 되고 있다. 김기훈 조선일보 기자 |
입력 : 2006-06-30, 10:21 |
출처 : 조선일보 김기훈 기자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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