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강경희의 파리, 파리지앵]잘 쉬는 것도 경쟁력

鶴山 徐 仁 2006. 7. 1. 16:22

올 봄 프랑스에는 황금 연휴가 유독 많았다. 프랑스는 매주 성당에 나가는 독실한 신자도 적고 정교분리를 법에 명시해 세속주의를 앞세우는 나라이지만 가톨릭 전통은 생활 곳곳에 스며 있어 학교의 방학도, 나라 전체가 쉬는 공휴일도 가톨릭 축일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올해는 부활절 공휴일(4월 17일), 근로자의 날(5월 1일), 2차 대전 종전기념일(5월 8일), 예수 승천 축일(5월 25일), 성신 강림 축일(6월 5일) 등이 월요일 또는 목요일에 들어 있는 바람에 3일 연휴를 즐기거나 아니면 징검다리 연휴에 아예 휴가 내고 5일씩 연휴를 즐긴 사람들도 있었다.

프랑스 사람들은 주말과, 연휴를 어떻게 즐길까? 한마디로 ‘노는 날’이 아니라 ‘쉬는 날’의 개념이 강하다. 주말마다 그리고 공휴일마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은 공원의 북적대는 인파다. 파리의 불로뉴 숲이나 뱅센 숲, 그리고 도시 곳곳, 동네 곳곳에 있는 공원에는 잔디밭에 누워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 식구 수대로 휴대용 의자를 갖고 나와 앉아서 책을 읽는 사람, 그리고 샌드위치를 싸가지고 와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공원 놀이터는 아이들과 그 부모들로 북적댄다.

또 많은 가족이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며 시간을 보낸다. 프랑스의 가장 흔한 여가문화는 바로 자전거다. 아빠, 엄마, 그리고 아직 뒤뚱거리며 뛰어다닐 나이의 서너 살짜리 꼬마까지 한 가족이 상큼한 숲 향기를 가르며 자전거 타는 모습은 언제 봐도 감동적인 한 폭의 그림이다. 휴가 떠날 때도 프랑스 고속도로에서는 승용차 뒤 또는 승용차 지붕 위에 3~4대의 자전거를 실은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갓난아기가 있는 집은 아빠나 엄마가 아이를 자전거 앞 보조의자에 태우고 간다.

프랑스 어린이들은 세발자전거를 일찌감치 졸업한다. 서너 살만 되면 보조바퀴 없는 두발자전거를 탄다. 안전을 위해 머리에는 꼭 헬멧을 착용하고 두발자전거를 타는데, 세 살바기들의 균형 감각이 그리도 뛰어난지, 자전거 타는 파리 어린이들에게서 새롭게 느꼈다. 어릴 적부터 자전거를 타니 초등학생쯤 되면 자전거가 몸의 일부처럼 아주 익숙하고 능란하다.

엄마 아빠와 자전거 타면서 주말을 보내는 프랑스 어린이들을 볼 때마다 한국의 어린이들이 떠올라 마음이 무겁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학원 다니느라 밤 늦게 돌아온다는 아이들, 아이들이 없어 텅 빈 아파트 놀이터, 함께 놀 친구들을 찾아 학원에 갈 수밖에 없는 상황….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80세. 우리 아이들이 중·노년이 됐을 때는 아마도 평균 수명이 90세쯤으로 늘어나 있을 것이다. 부모가 챙겨줘야 할 것이 과연 허리띠 졸라매고 적자 가계부를 감내하면서 쉴 틈 없이 이 학원 저 학원 보내며 머릿속에 뭔가를 잔뜩 쑤셔 넣어주는 것일까?

80~90년을 건강하게 버틸 체력을 어릴 적에 길러주는 것, 부모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며 가정에서 행복을 느끼고 가족이 더불어 살아가는 법을 익히게 하는 것, 이런 것도 부모의 몫이다. 주말마다 아빠 엄마와 함께 공원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모가 공원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 읽는 걸 보고 자란 아이들, 집에서 책 한 권 안 보는 부모에 의해 학원을 전전하며 자란 아이들…. 긴 인생에서 어느 쪽이 더 강한 경쟁력을 길러주는 것일까?


강경희 조선일보 특파원(khka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