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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가 끝나면 정치권의 대규모 새 판 짜기가 시도될 것이라는 게 공통된 관측이다. 열린우리당이 지방선거에서 패할 것이라는 것이 그 전제다. 열린우리당 의원들도 이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정계개편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느냐는 것이다.
여의도에선 크게 7가지의 정계개편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탈당 여부와 개헌 문제, 고건 전 총리 등 여야 대선주자들의 행보와 관련된 것들이다. 정확한 근거는 없지만 여러 정황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얘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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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방선거 이후 대연정(大聯政)을 염두에 두고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지방선거 패배로 열린우리당이 혼란에 빠지면, 노 대통령이 안정적 국정운영과 차기 대선의 중립적 관리를 명분으로 탈당할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월 여당 지도부를 만나 “지방선거 때까지는 탈당 문제를 언급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여당 일부 의원들도 “작년 이후 노 대통령의 태도에 비춰볼 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라고 했다. 유시민 의원이 주도하는 ‘참정연’과 이광재·서갑원 의원 등 친노직계 그룹이 노 대통령과 동반 탈당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 및 한나라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양당의 협조를 받아 국정을 이끌어갈 것이다. 작년 대연정 제안 때 함께 거론했던 중대선거구제 문제를 다시 들고나올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대연정 정국의 재판(再版)이 되는 셈이다. 노 대통령의 임기 후 안전보장과 연관돼 있다는 관측도 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지난 5월 15일 “부산시민들이 현 정부를 왜 부산정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영남 진출 및 대연정에 대한 애착이 그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임기 말에 여당의 보호막을 벗어나는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란 반론도 만만찮다. 열린우리당의 한 핵심 의원은 “노 대통령이 탈당을 통해 얻을 게 별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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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연정에서 한발 더 나간 얘기로,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의 대선주자인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경기지사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이명박·손학규 등 대선주자간 경쟁으로 한나라당이 분열된다는 가정하에 나온 얘기다.
한 여당 의원은 “한나라당 대선경쟁으로 분란이 심화되면, 박 대표에 비해 당내 기반이 상대적으로 약한 이 시장이 한나라당을 떠나 노 대통령과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일종 ‘보혁(保革)연대’ 성격이다. 노 대통령은 이 시장을 통해 영남 진출을, 이 시장은 지지층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이 시장 간에 물밑 탐색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는 근거 없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성향과 지지층이 다른 이 시장 등과 손잡는 데는 난관이 너무 많고, 실익도 별로 없다는 지적도 많다.
노 대통령과 손학규 경기지사가 연대를 할 수 있다는 설도 있다. 노 대통령은 최근 손 지사의 외자유치 치적을 칭찬했고, 손 지사도 노 대통령의 협력에 사의를 표했었다. 손 지사는 한나라당 내에서 노 대통령과 노선이 가장 가까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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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개헌 논의를 매개로 대규모 정계개편이 추진될 수 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최근 “개헌의 적기는 내년”이라며 애드벌룬을 띄웠고, 염동연 사무총장도 “개헌을 하면 내각제가 좋다고 본다”고 했다. 여당 관계자는 “지방선거에서 여당이 지면, 돌파구는 개헌밖에 없다”며 “개헌을 통한 정치판 흔들기가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개헌논의가 불가피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개헌이 쟁점이 되면, 정국은 예상치 못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높다. 정·부통령제를 도입하게 되면, 각 정치세력간 연대가 가능해진다. 특히 내각제는 대규모 정계개편의 뇌관이 될 수 있다. 노 대통령도 내각제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열린우리당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 중진들도 내각제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한나라당 내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
여기에 헌법상 영토조항과 부동산 등 경제관련 조항의 개정 여부도 민감한 문제다. 여권이 이를 쟁점화하면, 2004년 말과 같은 보수·진보 진영의 극한 대립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 내년 대선을 겨냥한 ‘편가르기’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표는 최근 “개헌은 다음 정부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도 “현 상태로 가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위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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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이 위기 돌파를 위해 새로운 대선주자를 내세울 것이란 시나리오다. 여당이 분열되지 않고, 노 대통령을 중심으로 다시 뭉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한 여당 의원은 “노 대통령은 현 대선주자로 힘들다고 판단되면, 당내 친노파 의원들과 함께 차기 후보군 키우기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노 대통령이 한명숙 총리나 강금실 서울시장 후보, 진대제 경기지사 후보, 유시민 복지장관, 천정배 법무장관 등을 차기 후보군으로 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당초 강력한 차기 후보로 거론됐던 이해찬 의원의 총리직 퇴진으로 상황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유 장관이 판을 흔든 뒤, 안정감 있는 인사가 차기 후보로 나설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정동영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 등 기존 주자들을 제치고 ‘제3후보’를 내세운다는 건 현실성이 없다는 반론이 만만찮다. 임기 4년 차로 레임덕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그럴 힘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당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차기 경쟁에 간섭하면 여권 분열만 심해질 것이며, 노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움직일 의원도 많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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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이 지방선거 후 분열할 것을 전제로 나오는 얘기다. 여당이 선거에서 참패하면, 정동영 의장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지난 2월 의장 경선 이후 잠복돼 온 정 의장과 김근태 최고위원 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얘기다.
김 최고위원 쪽에선 “지방선거가 끝나면 고건씨와의 연대 등을 통해 새 판을 짤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은 경선 당시 ‘고건씨 등과의 민주평화세력 연대’를 제안했었다. 하지만 같은 전북 출신으로 고 전 총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정 의장은 이에 소극적이었다. 지난 3월에도 고 전 총리와 만났지만 연대엔 실패했다.
여권 관계자는 “김 최고위원 측이 고건씨와 연대를 추진하면, 정 의장 측과 심각할 정도의 갈등으로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 측은 지금도 “정 의장이 연대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선거 판도를 바꿀 기회를 놓쳤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결국 열린우리당이 정 의장계와 김 최고위원계로 분열되고, ‘고+김 연대’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고건 대권-김근태 당권’ 얘기까지 나온다.
김 최고위원계로 분류되는 신계륜 전 의원을 중심으로 운동권·재야파 의원들이 고 전 총리를 포함한 신당 창당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재야파의 힘만으로, 연대나 신당창당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의문이 적지 않다. 또 중도성향인 고 전 총리와 진보성향인 김 최고위원 간 노선 차이도 제약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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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추진돼 온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이 지방선거를 계기로 급물살을 탈 것이란 얘기다. 일종의 ‘서부벨트 통합론’이다.
열린우리당 호남 의원은 “그 동안 민주당 통합을 추진해 온 염동연 의원 등이 탈당카드로 정 의장 등 지도부를 압박, 통합을 본격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호남 의원들도 통합에 적극적이고, 호남 민심도 우호적이다. 열린우리당은 호남이 분열된 상태에선 차기 대선에서 이기기 힘들고, 민주당은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다. 이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권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대항하려면 호남표의 결집이 필요하다”고 했다.
통합의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탈당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일부 의원은 “우·민 통합이 이뤄지면 한발 더 나아가 ‘우민(又民·고건 전 총리의 아호)’ 통합도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친노파 의원들의 반대 기류가 문제다. 문재인 전 수석은 “노 대통령은 민주당 통합에 거부의사를 확실히 밝히고 있다”고 했다. 유시민 장관 등 개혁당 그룹도 통합에 제동을 걸 공산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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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후 정국이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란 관측도 많다. 고 전 총리가 여야의 친(親)고건·중도성향 의원들을 아우르는 ‘고건 신당’ 또는 ‘중도세력 대연합’을 추진할 것이란 얘기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고 전 총리에 우호적인 여당의 호남·수도권 의원들과 한나라당 소장파, 민주당, 국민중심당 등이 모두 신당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최근 들어 부쩍 여야 의원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여당의 일부 수도권·호남 의원들은 “지방선거에 지면 여권은 고 전 총리를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 등 소장파 의원들도 고 전 총리와 친분이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화갑 대표 체제 이후 당의 중심은 고 전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고, 국민중심당도 중도세력 연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고 전 총리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손을 잡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내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쟁에서 박 대표와 이명박 시장이 극한 갈등을 겪다 갈라서는 것을 전제로 한 얘기다. 고 전 총리 측 인사는 “박 대표와의 연대는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며 “정·부통령제가 도입되면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했다. 박 대표와 개인적 친분도 있고, 노선·성향 면에서 융화하기 어렵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고 전 총리 중심의 정계개편설에 대해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고건 신당이 뜨려면 최소한 원내교섭단체(20석)는 구성돼야 하는데, 올해 내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했다. ‘고건 거품론’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박 대표와의 연대설도 “한나라당이 대선 직전 분열되는 극단적 상황이 아니면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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