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敎育.學事 關係

80년대 구태 못벗는 대학 또 총장실 점거

鶴山 徐 仁 2006. 5. 27. 08:56
“총학생회 인정하라” 동덕여대 어제 점거 올해 들어 7개大째

▲ 동덕여대 학생들이 26일 총장실 문 앞에서 교수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한 교수가 학생들과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조의준기자
학생들이 또 대학 총장실을 점거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 소속 학생 20여명은 26일 오후 12시쯤 대학 총장과 부총장실을 기습 점거했다. 이날은 동덕여대의 56주년 개교 기념일이다.

총학생회측은 “학교측에 등록금인하, 총학생회 인정을 요구하며 세차례나 면담을 요청했지만 아직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제 손봉호(孫鳳鎬) 총장의 퇴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또 “총장이 자진 사퇴할 때까지는 점거를 풀지 않겠다”고 말했다.

동덕여대 학교측과 총학생회측은 ‘총학생회 인정’ 문제를 놓고 학기 초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학교측은 이번 총학생회가 부정선거로 당선됐다며 ‘총학생회 인정 불가’ 방침을 밝혔고 총학생회측은 “재검표”를 하자며 맞서왔다. 학생들의 자체적인 재검표 작업에 그동안 학교측은 응하지 않았다.


오후 4시 동덕여대 총장실 앞. 교수들과 학생들이 대화방법을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여대 총장실 앞에 건장한 청년 3~4명이 “세종대에서 나왔다”며 들어왔다. 한 교수가 “당신들 누구야”라고 흥분해서 묻자 한 청년은 “그쪽은 누구시냐”며 되물었다. 손은 허리에 올리고 있었다. 옆에 서 있던 교수들은 “어쩌다 대학교가 이렇게 됐냐”고 탄식했다. 남학생들은 교수들의 거센 항의에 곧 밖으로 나갔다.

학교측은 긴급 교수회의를 열고 총장실 점거 학생들의 처리 여부를 놓고 회의에 들어갔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동덕여대뿐 아니다. 올해 초부터 연세대, 중앙대, 전남대, 부산대 등이 줄줄이 학생들에게 총장실을 점거당했다. 연세대의 경우 26일로 59일째 점거가 이어지고 있다. 정창영(鄭暢泳) 총장은 대학원장실에서, 대학원장은 부원장실에서 집무를 본다.

총장실 점거가 주로 등장한 것은 지난 80년대 초반 학원자유화투쟁 때부터다. 80년대 후반 각 대학에 총학생회가 들어서면서 주요투쟁방법으로 자리잡아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제성호(諸成鎬) 중앙대 법대 교수는 “사회에 권위가 없으므로 학생들이 마치 치외법권지역에 사는 사람들처럼 폭력, 무단점거, 기물훼손 등을 계속하고 있다”며 “총장실 점거는 80년대에나 인정되던 시대착오적인 악습”이라고 말했다.

김정훈기자 runto@chosun.com
조의준기자 joyjune@chosun.com
입력 : 2006.05.27 00:57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