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대한민국 探訪

[스크랩] 지금 무주는 눈이 있어 아름답다

鶴山 徐 仁 2006. 3. 3. 08:08
출처 : 안개꽃화원
글쓴이 : 꿈꾸는,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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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무주는 눈이 있어 아름답다
男 - 덕유산 눈꽃 트레킹
女 - 알프스 풍 호텔에서의 하루


남자와 여자가 각자 겨울 여행을 떠났다. 목적지는 눈 내린 겨울에 더욱 환상적인 무주. 남자는 눈 덮인 덕유산 백두대간을 착착 밟아 나가며 힘 찬 새해를 다짐했고, 여자는 오스트리아풍 호텔과 노천탕에서 아늑한 휴식을 즐겼다. 같은 곳인데 ‘남(男)’쪽은 춥고 ‘여(女)’쪽은 따뜻했다. 같은 곳으로 떠난 남과 여의 서로 다른 이야기.

◆男 - 덕유산 눈꽃 트레킹

힘든 고비를 넘기고 나면 다시 발에 힘이 생긴다. 덕유산 하얀 눈길 따라 나약함을 꾹꾹 밟으며 새로운 희망을 품으러 떠난다. 겨울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말한다. 산에 가겠다고 결심하기가 힘들 뿐 일단 아이젠을 신고 나서면 마음속에 눈꽃이 핀 것처럼 발걸음까지 가볍다고.

1월의 무주는 눈꽃나라다. 덕유산을 품은 백두대간의 거대한 산자락이 눈으로 덮였다. 웅대하고 넓게 펼쳐진 산 전체가 하얗다. 높이1614m의 주봉 향적봉은 겨울에도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무주 리조트에서부터 곤돌라를 타고 올라가 설천봉에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한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지그재그로 오르며 눈꽃터널을 통과한다. 솜털 같은 눈꽃이 바삭거리며 서로의 몸을 어루만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설천봉에서 출발한 지 30분 정도 지나면 향적봉 정상이 코앞이다.

정상에 가까워지자 매서운 바람이 몸을 흔든다. 엉금엉금 눈길을 오르는 사이 묘한 쾌감이 든다. 드디어 덕유산의 백색 능선이 펼쳐지는 향적봉. 소리라도 한 번 지르지 않으면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다. 매서운 바람에 걸음을 멈추고 걸어온 길을 뒤돌아보게 될 무렵 정상에 선다.

능선을 따라 하얗게 늘어선 눈꽃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다. 하늘과 맞닿은 덕유산의 정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다. 파랗고 맑은 하늘과 맞닿은 거대한 산 그림자가 겹겹이 그림처럼 펼쳐지다가도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운해를 만들어낸다.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마치고 중봉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을 간다는 주목군락지가 중봉 능선에 펼쳐진다. 20분 정도 눈길을 걸어 중봉 능선으로 들어선다. 신선의 도포자락처럼 흰색으로 뒤덮인 풍경을 바라보며 걷다보면 뜨거운 쾌감도 솟구친다.

여태까지 찍어온 발자국보다 앞으로 딛고 나가야 할 발걸음이 더 많다는 되새김도 배놓지 않는다. 뒤돌아볼 필요 없이 묵묵히 걸어간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눈길을 헤치고 덕유산에 올라 힘껏 고함을 지르고 나면 세상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신감이 솟는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이만큼 씩씩하고 매력 있는 여행이 또 있을까.

▲ 덕유산 설천봉에서 향적봉 가는 길. 깨끗하고 하얀 눈길이 아름답다.
향적봉에서 눈꽃을 보려면 부지런히 서둘러야 한다. 제대로 된 눈꽃 풍경은 낮보다는 아침에 더 멋지다. 겨울산은 어둠이 빨리 내리기 때문에 오후 4시 30분 이전에는 하산을 해야 한다. 기상 변화가 심한 산꼭대기는 바람이 조금만 세게 불거나 햇볕이 내리쬐어도 눈꽃의 본래 모습을 구경하기란 쉽지 않다.

향적봉으로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 삼공리 구천동에서 백련사를 지나 3시간 30분쯤 걸어서 올라가도 되고 무주 리조트에서 관광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에 오를 수도 있다. 설천봉에서 향적봉까지는 나무계단을 따라 줄곧 눈꽃 터널이 이어진다.

백련사(063-322-3395)는 무주구천동의 14개 사찰 중 유일하게 남아 있는 신라시대 고찰이다. 삼공 매표소를 지나 한 시간을 넘게 걸으면 도착한다. 백련교와 매월당 부도가 유명하다. 소박하고 고즈넉한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스릴 만점의 야간스키도 도전해 보자. 야간스키는 오후 6시 30분~밤10시까지. 금·토요일에는 심야스키(밤10시~자정까지)도 탈 수 있다. 문의 (063)322-9000.

(글·사진=여행작가 유철상 3Dpoetry77@empal.com">poetry77@empal.com">3Dpoetry77@empal.com">poetry77@empal.com )


▲여행수첩

가는 길= 경부 또는 중부고속도로~회덕 분기점(부산 방향)~대전터널~무주 방향~대전-통영간 고속도로~무주IC 통과 후 좌회전~적상면 삼거리에서 좌회전~치목터널~구천동터널~무주리조트. 3시간 소요.

숙박=무주리조트 국민호텔(063-320-7000)은 주중 6만원~10만원, 주말 15만원선.

주변 볼거리=화려한 눈꽃 향연을 즐긴 뒤에는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무주리조트에서 적상산으로 가다 보면 양수발전소 옆 인공 호수를 끼고 달리게 되는데, 서정적인 겨울 풍광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맛집=무주의 토속 음식은 어죽. 어죽은 민물고기를 푹 고아 죽을 쑨 것으로 속을 편하게 다스려주는 보양 별미. 무주읍 내도리 강변에 음식점이 몰려 있다. 그 중 ‘섬마을’(063-322-2799)의 어죽은 민물고기 특유의 비린 맛이 없다. 잡어 대신 자가미를 푹 고아 맛을 내기 때문에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된다. 가격 5000원.

▲ ‘티롤 호텔’스위트 룸.
◆女 - 알프스 풍 호텔에서의 하루

바람이 덕유산 정상에서부터 눈보라를 일으키고, 그 눈보라 속을 스키어들이 바다 뱀장어처럼 빠져나온다. 차가운 겨울 풍경이 내다 보이는 방은 따뜻하다. 잔뜩 웅크리고 가릉거리며 자던 고양이가 나른한 기지개를 펴며 일어날 것처럼 호텔 ‘티롤’은 따뜻하다.

창문으로 부딪혀오는 함박눈이 금세 녹아버리고, 창과 먼 테라스 귀퉁이에 눈이 쌓여있다. 지난 크리스마스의 추억이 끝나지 않았는지, 소파 옆의 트리에서 작은 불빛들이 반짝거린다. 살짝 스치는 오스트리아산 적상목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호텔 ‘티롤’은 오스트리아의 9개주 중 중서부에 위치한 주의 이름으로 이 지역의 250년 된 유서 깊은 호텔 ‘쉬탕엘비르트’와 똑같이 지었다고 한다. 알프스 스타일의 건축 양식과 오스트리아산 침대, 욕조, 테이블 등이 유럽의 호텔에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행지의 숙소는 사람을 외롭게 한다. 때론 낯선 거리를 걷고 있을 때보다 호텔 방에서 더 짙은 향수에 젖게 되는데, 티롤은 집 떠나온 사람의 냄새를 잊게 해 준다. 삼림욕 효과가 있다는 적상목 때문인지, 낮은 침대와 푹신한 이불 때문이지, 소품들이 주는 친근한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아늑한 휴식처가 된다.

▲ 겨울에 가면 더 좋은 세솔동 노천탕.
눈밭을 빠져나오는 스키어들을 바라보며 세솔동 노천탕에서 노근하게 몸을 푼다. 몸은 뜨겁게 머리는 차갑게, 그리 크지 않은 노천탕이지만 몸을 푸는데 충분하다. 구절초 사우나에서 우선 몸을 풀어주고 좀 덥다 싶으면 노천탕으로 들어간다. 눈이 내리면 더 운치 있다.

무주의 밤은 깊고, 오스트리아 티롤 지방풍의 카니발 스트리트 거리는 밤이 깊을수록 아름다운 야경을 연출한다. ‘카니발 스트리트’는 무주리조트 쇼핑거리. 이국적인 건물들 앞에서 야경 사진을 찍고는 서둘러 방으로 돌아온다.

바깥은 한겨울 매서운 한파에 시달리고 있겠지만 따뜻한 룸에서 즐기는 야외 풍경은 더 없이 밝은 빛을 발한다. 술 취한 사람들의 수다가 늘어나듯 불빛들의 수다도 느는지 분위기가 포근하다. 겨울이 따뜻하다.

(글·사진=여행작가 김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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