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國際.經濟 關係

[중국 고속도로 '5종 7횡'을 가다]징주선(베이징~주하이) 2310㎞

鶴山 徐 仁 2006. 2. 25. 12:00
여시동기자 현장취재
광둥 생산·소비 에너지를 北上시키는 대동맥
차량 75%가 화물차인 대표 산업도로 우한·창사 등 5개 省의 수도를 관통

“밤에 비행기 밖으로 광저우(廣州) 일대를 내려다본 적이 있습니까? 광저우와 주변 주장(珠江)삼각주 일대는 거의 불바답니다. 여기서 봐서는 잘 모르죠.”

지난달 31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에서 남쪽 해변도시 주하이(珠海)로 가는 야간 고속버스에서 옆자리에 앉은 중국인 리(李)모씨가 말했다. 기자가 주하이 채 못 미쳐 고속도로 좌우에 거대하게 펼쳐진 중산(中山)시의 불빛을 보며 감탄하자 그가 한 말이다.

중국 소비재 교역량의 40%는 광둥성에 모였다가 전국으로 퍼져 나간다. 광둥성은 외자 유치 전국 1위, 광저우는 구매력이 전국 1위다. 광저우에는 사전에 술값을 묻는 쩨쩨한 손님들의 입장이 금지되는 술집이 있고, 여종업원이 800명을 헤아리는 매머드 주점도 생겨났다.

이 막강한 생산 에너지와 소비 에너지를 북상시키기 위해 개통된 것이 징주(京珠·베이징~주하이) 고속도로다. 중국 중부를 종단하는 2310㎞의 고속도로. 베이징(北京)을 출발하는 이 고속도로를 따라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를 거쳐 광둥성으로 들어서면 ‘세계의 공장’에서 퍼져 나오는 거대한 박동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광저우와 주장삼각주 일대는 이제 단순한 노동집약적 임가공에서 벗어나 첨단 전자와 IT산업 쪽으로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0월 광저우에서 세계 최대의 수출상품 교역회(廣交會·Canton Fair)가 열리는 동안 인근 포산(佛山)시 순더(順德)구에서는 전자제품 박람회가, 선전(深?)시에서는 하이테크박람회가 동시에 열려 외국 바이어들을 끌어 모았다. 특히 광저우와 선전 사이의 둥관(東莞)시에는 이미 3000여개의 컴퓨터 관련 기업이 빼곡히 들어서 있어 중국 IT산업의 메카로 불린다. 이곳 해외 수출액 279억달러(2003년) 중 IT제품이 거의 절반이다.

징주고속도로는 ‘세계의 공장’에서 퍼올린 뜨거운 경제에너지를 북부와 내륙으로 힘차게 밀어 올리는 대동맥이다. 광저우 물류협회의 장창(張强) 비서장은 “징주는 광둥성 화물을 북쪽으로 운송하는 ‘광화북운(廣貨北運)’의 대동맥”이라며, “중국 남북을 잇는 징광(京廣·베이징~광저우)철도에 비견되는 징주의 개통은 중국 고속도로 건설사상 일대 사건”이라고 말했다. 징광철도가 시골지역을 연결하지만, 징주는 베이징에서 스자좡(石家莊), 정저우(鄭州), 우한, 창사, 광저우 등 인근 성(省)들의 수도를 모두 꿰는 명실상부한 대동맥이요, 대표적인 산업도로이기 때문이다.

▲ 징주고속도로는 후베이성 우한에서 양자강을 건넌다. 다리는 창장(長江) 제2교. 이 고속도로는 베이징, 정저우(鄭州), 우한, 창사, 광저우 등 5개 성(省)의 성도를 관통한다./우한=김창종 기자
징주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은 화물차가 전체의 75%를 차지한다. 보통 30t에서 최대 70t에 이르는 트럭들이 굉음을 울리며 도로를 질주하면 간간이 지나가는 승용차나 승합차는 트럭들 짐에 가려 거의 눈에 띄지도 않는다. 중국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6년. 하지만 이미 놀라운 건설 수준에 도달했다.

▲ 베이징과 주하이를 잇는 징주(京珠) 고속도로는 중국대륙 중심부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대동맥이다. 길이 2300㎞의 징주 고속도로는 홍콩·마카오를 둘러싼 광둥성의 경제 동력을 수도 베이징으로 전달한다. /베이징~주하이=김창종기자 cjkim@chosun.com
후베이성 구간의 징주고속도로 관리 총책임자인 허슝웨이(何雄偉) 고속도로 관리처 처장은 “중국 고속도로 수준은 국제 수준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했고, 후베이 궈촹(國創) 고속도로 하이테크재료 주식회사 가오칭서우(高慶壽) 회장은 “중국 고속도로가 한국 고속도로보다 건설 기준을 높게 잡았다”고 자신했다.

▲ 여시동 기자
베이징에서 내려온 징주고속도로는 후베이 우한에서 진면목을 과시한다. 과거 107 국도를 따라 우한에서 베이징으로 1200㎞를 올라가자면 48시간이 걸렸지만 2002년 징주가 생긴 뒤 10시간으로 줄었다. 남쪽으로 1200㎞인 광저우까지도 48시간에서 10시간으로 줄었다. 중국 3대 중공업기지지만 연해 도시들보다 발전이 뒤처진 우한은 대학 밀집도시라는 이점을 살리기 위해 시안(西安) 등 서부 도시들과 연결되는 고속도로 건설이 한창이다.

후베이에서 후난으로 넘어가기 직전 삼국지에 나오는 유명한 츠비(赤壁) 일대가 나타난다. 이곳 징주고속도로 변에는 츠비 휴게소가 있다. 2003년 1월에 문을 연 이 작은 휴게소의 화장실은 한국 여느 휴게소 화장실보다 훨씬 청결하다. 휴게소 내부 벽에는 휴게소 최고 책임자인 경리(經理)부터 식당 주임, 주방장, 보안대장, 평직원까지 34명의 전 직원 사진이 걸려 있고 그 옆에 ‘우수 직원이 되자’(爭做優秀員工)는 결의문이 붙어 있다. 식당 바닥을 밀대로 걸레질하던 한 여직원은 “요즘 손님들이 갈수록 늘어 점심 먹을 시간이 없다”고 했다.

징주는 후난성으로 내려와 성의 수도 창사 경제에 젖줄 역할을 한다. 성내 유일한 국가급 경제기술개발구인 창사경제기술개발구는 징주와 창융(長永) 고속도로가 개발구 내에서 종횡으로 교차하는 교통 요충지다. 중앙 정부가 2002년 이 개발구를 국가급으로 인준한 이유의 80%는 교통 편의 때문이다. 서울 면적의 약 10분에 1에 이르는 방대한 개발구의 책임을 맡고 있는 젊은 엘리트 원수쉰(文樹勛·40) 관리위 주임(부시장급)은 “부자 되려면 길부터 닦아야 하는 거 아니냐”(要想富 先修路)고 했다.

여시동 기자 sdyeo@chosun.com
입력 : 2005.11.06 22:46 57' / 수정 : 2005.11.07 10:3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