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급부상 … 일자리 얻기
유리해"
미·영·독일은 정부가 발벗고 나서
미·영·독일은 정부가 발벗고 나서
그래픽 크게보기 #1. 독일 베를린 도심 미테 구역의 리니엔 슈트라세 162번지. 시민들을 위한 생활.어학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 이곳 폴크스 호흐슐레(VHS: 사회교육학교)에선 요즘 중국어 배우기가 붐이다. 휴게실에 들어서니 서너 명의 독일인 수강생이 앞다퉈 중국어로 "니하오(안녕하세요)"라며 인사를 건넨다. "워 자오 마티나(저는 마티나입니다)" 라고 자신을 소개한 20대 여학생은 "현재 직업학교에서 정보통신 기술을 배우고 있는데 중국어가 가능하면 좋은 일자리를 수월하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자리 잡은 우드스탁 유치원의 한 교실. 중국인 선생님이 동그라미를 치켜들자 5~6세 꼬마 10여 명이 "위~안(圓)"이라고 소리친다. 삼각형이 나오자 "싼~자오(三角)"라고 외친다. 미국에 불어닥친 중국어 열풍의 현장이다. #3. 태국 방콕 중심부에 위치한 ICI중국어 학원. 500여 명의 태국 직장인과 학생이 밤늦게까지 중국어를 배우고 있다. 강사 10명으로는 몰려드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달만 해도 100명 이상이 수강신청을 못하고 돌아갔다. 학원 문을 연 지 불과 2년여 만에 나타난 현상이다. 방콕 교외에 위치한 콘코디안 국제학교. 6년 전에 문을 연 이 학교는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과정을 가르친다. 어린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태국어와 영어.중국어를 함께 배운다. 3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국제적 태국인'을 만들겠다는 것이 학교 설립 취지다. 태국어는 쉬는 시간에만 사용할 수 있다. 이 학교 6학년 넹군(14)은 "중국은 인구도 많고 경제적으로 큰 나라이기 때문에 나중에 커서 훌륭한 사업가가 되려면 반드시 중국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국어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세계 최대의 공용어로 통하는 영어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세력 확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로 빠르다. 중국이 세계 4위 경제 대국(2005년 GDP 추산치 기준)으로 급부상하고 전 세계와의 교역이 급증하면서 중국어 수요도 따라서 늘고 있는 것이다. ◆왜 중국어인가=유럽.미국 학생들은 힘들여 중국어를 공부하는 가장 큰 이유로 "중국어를 잘하면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을 든다. 영국 명문 사립학교인 브링턴 칼리지의 리처드 캐런스 교장은 "올 9월부터 재학생 1200명 모두에게 중국어를 의무 이수시키기로 했다"며 "그 이유는 중국 경제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중국어를 익히면 돈 벌 기회가 많아진다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중국어 학습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인들이 중국어를 배우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협할 '최대 적수'인 중국을 제대로 알기 위해"라는 학생도 적지 않다. 경제적으로 성장한 중국이 장차 국제정치 무대에서까지 미국의 입지를 빼앗을 것이라는 '중국 위협론'의 영향 때문이다. ◆각국 정부, 발 벗고 지원=지난해 말 태국 교육부는 전국 4만여 개 공립 초.중.고교에 2006년부터 중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할 것을 권고했다. 이미 채택한 학교가 200여 곳에 이른다. 쿤닝 카사나 바라반 교육부 교육관은 "중국어는 태국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필수 도구"라며 "앞으로 5년 안에 고교 졸업생의 30%가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도록 교육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2004년 중국어에 능통한 인력을 집중 육성하는 '오리건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오리건주에 유치원부터 초.중.고 과정까지 중국어를 계속 가르치는 우드스탁이라는 특수학교를 세워 어려서부터 중국어를 익힌 인재를 양성하는 사업이다. 미 교육부는 중국과 손잡고 게임을 통해 중국어를 쉽게 배우는 온라인 프로그램 '첸고(Chengo)'를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미 의회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5월에는 민주당의 조셉 리버먼과 공화당의 라마 알렉산더 상원의원이 '미.중 문화 교류법'을 제안했다. 중국어 교육과 중국 문화 습득에 13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중국 정부의 숨은 계산=최근 중국 교육부가 관장하는 중국어 교육기관인 '공자(孔子)학원(아카데미)'이 미국 메릴랜드대학에 설치됐다. 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캔자스시티.시카고.뉴욕 등 5개 지역에도 머잖아 개관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2005년 말까지 한국.미국 등 전 세계 23개국에 공자아카데미를 개관했으며 앞으로 몇 년 안에 100개국 이상으로 이를 확대할 계획이다. 중국 교육부는 2010년까지 전 세계에서 1억 명이 중국어를 배우도록 하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5년간 전 세계에 2만 명 이상의 중국어 교사를 파견키로 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가 되면서 영국과 미국의 세기가 도래했던 것처럼 중국은 중국어의 확산을 통해 '중국의 세기'를 앞당기려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도 '니하오' 208개 중·고교서 채택 러시아어 곧 제칠 듯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유별난 프랑스에서도 중국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나라의 중국어능력시험(HSK) 응시자 수는 한국.일본에 이어 세계 셋째로 많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시작된 2005학년도에 중국어 과목을 선택한 중.고등학생이 모두 1만2628명에 이른다. 전년도보다 35% 늘었다. 현재 208개 중.고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3년간 20%가 늘었다. 지난 5년간 프랑스 중.고교에서 가르치는 외국어 중에서 중국어는 학생 수 기준 9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올가을 학기부터는 러시아어를 제치고 5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랑스 특유의 영재학교인 그랑제콜을 포함한 110개 대학에서 중국어 강좌를 개설하고 있다. 10개 초등학교에서도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5년 전에는 3개 학교뿐이었다. 대략 1000명의 초등학생이 중국어를 배운다. 중국어 교재도 크게 발전했다. 2002~2004년 새롭게 개편된 고교 1, 2, 3 학년용 교재가 차례로 나왔다. 2005년에는 중학생용 중국어 교재가 새로 개편됐다. 2002년에는 처음으로 초등학생들을 위한 중국어 교재가 나왔다. 문법책.CD롬 등 중국어 부교재도 많이 나와 있다. 중국어 교육을 위한 인터넷 사이트도 제작 중이다. 중국행 어학연수 러시 능력시험 응시자 12만명 육박 한국유학생 4만명 '세계 1위' 생생한 '표준 중국어(普通話)'를 배우기 위해 중국으로 향하는 외국인이 갈수록 늘고 있다. 단기 연수뿐 아니라 교환학생 프로그램, 자매결연 학교 방문도 증가 추세다. 처음에는 대학이나 대학원 과정에서 중국으로 유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초.중.고교 단계에서 조기유학을 떠나는 경우도 많다. 영어의 토플(TOEFL)에 해당하는 중국어능력시험(HSK) 응시자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12만 명에 육박해 2001년의 두 배로 늘었다. 이 때문에 베이징어언문화대학 등 '중국어 교육의 메카'를 자부하는 대학의 캠퍼스엔 외국인 학생이 넘쳐난다. 한국은 중국 내 학생 수에서 이미 2002년부터 일본을 추월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 유학(연수 포함) 중인 한국인은 4만 명이 넘는다. 이들이 중국에서 학비와 생활비로 쓰는 돈은 매년 15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가운데 한.중 양국 대학이 새로운 교류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청주 서원대학교의 김태봉 국제협력처장과 베이징연합대학의 정젠팡(鄭健方) 국제교류학원 원장은 지난해 10월 4일 '교과과정 합작 협의서'를 체결했다. 베이징연합대학이 서원대 학생을 위한 전용 강의실과 전용 수업을 배정하는 것은 물론 전용 기숙사까지 두는 것이 골자다. 서원대는 한 학기 개강 과목 수업의 절반을 인터넷으로 제공하고 담당 교수도 중국에 파견한다. 베이징연합대학은 나머지 절반의 수업을 중국인 교수를 투입해 실시한다. 중국어는 물론 중국의 역사.문화.경제.정치를 두루 강의한다. 두 대학은 학점은 물론 학위까지 서로 인정하기로 했다. 예컨대 서원대에서 2년 과정을 마친 뒤 베이징연합대학에서 나머지 2년을 공부하면 두 대학이 모두 인정하는 학사학위를 받는 식이다. 베이징시 차오양(朝陽)구 북사환동로 97호의 캠퍼스에서 만난 베이징연합대학의 우중핑(吳中平) 교류학원 부원장은 "학점 교류는 해왔지만 이번처럼 강의 내용을 분담하고, 전용 기숙사까지 설치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 베이징=진세근, 홍콩=최형규, 뉴욕=남정호, 베를린=유권하, 파리=박경덕 특파원, 서울=장세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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