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2월 13일자
조선닷컴 보도 내용이다. 이 보도에 따르면 현 정부는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발언을 하거나 칼럼을 기고한 학자들과 전문가들에게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 구체적 사례들을 소개한
기사다. ------------------------------------------------------------------- 인신공격·직위해제
“현대판 분서갱유” 정부의 ‘비판 학자 재갈 물리기’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을 치닫는다.
국책연구소는 물론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민간 연구소·단체와 대학교수 등에 대해서도 정부가 유·무형의 공격에 나서면서 활발한 토론이 오가야 할
지식인 세계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난 6일 정부정책 홍보사이트 ‘국정브리핑’엔 아주대학 현진권 교수의
실명(實名)을 들어 공격한 기획예산처 간부의 기고문이 실렸다. 기고문은 통계 기술상 문제 제기가 주 내용이었으나, 학자들 사이에선 ‘무책임한
주장’ 같은 비(非)학술적 표현이 더 관심을 끌었다. 작년 12월 25일 국정브리핑은 한술 더 떠 나성린
한양대 교수를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하는 재정학자”라고 거의 인신공격성 독설을 퍼부었다. 누가 보아도 정부 경제정책에 비판적인 두 학자에게
의도적으로 타깃을 맞춘 흔적이 역력했다. 장관들 직접나서 토론분위기 막아 민간연구소마저
눈치보며 ‘입조심’ 지난 1월 중순 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이 3개월 직위해제와 1년간 대외활동 금지
조치를 당하자 국책연구소 박사들 사이엔 이런 말이 떠돌았다. 조세연구원측은 “사전 허락을 받지 않고 언론과 접촉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노 박사가 공청회 등에서 8·31 부동산대책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학계 정설이다. 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노 박사에게 국내활동을 중지하고 외국으로 나가라는 권고까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부의 공격 대상은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그동안 정부의 공격 대상은 주로 비판언론의 기자·논설위원
등이었지만, 최근엔 비판언론에 기고하거나 인터뷰하는 외부 전문가들로까지 전선(戰線)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12일 천정배 법무장관이 취중에 한 발언은 정부 속내를 드러낸다. 천 장관은 “×도 모르는 자들이
일부 신문에 돌아가면서 말도 안 되는 칼럼을 올려 대통령을 조롱하고 있다”고 했다. 모(某) 경제부처의 한 장관도 얼마 전 사석에서 “실력도
없는 교수들의 비판칼럼에 강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로 인해 국책연구소는 물론 민간
연구소나 대학교수들도 정부 눈치를 보며 발언 수위를 낮추는 움직임이 역력하다. 몇몇 재벌계열 연구소엔 “정부에 비판적인 자료의 발표나 발언은
자제하라”는 내부 함구령이 떨어져 있다. 정부의 미움을 샀던 몇몇 민간 전문가 중에는 해외로 나가거나
한직(閑職)으로 좌천된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을 한나라당은 “현대판 분서갱유(焚書坑儒·진시황이 책을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한 학문탄압)”라고
비유했다. 박용근기자 (ykpark@chosun.com)
-------------------------------------------------------------------- 눈밖에
났다하면 경고·제재 비판 학자들을 정부 발주 프로젝트와 위원회에서
‘왕따’시키고, 국책연구소 연구원은 ‘자리’로 위협한다. 정부가 때로는 ‘보이는’, 때로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비판 지식인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고 있다. ◆ 비판 학자 배제 과거 정부 시절부터
정부 산하 각종 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성균관대 A 교수는 현 정부 들어 4~5곳 위원회에서 차례로 해촉(解囑)당했다. 그는 “연임이
관행이었는데 해촉에 대한 아무런 설명이 없어 의아했다”면서 “아마 언론 등을 통해 정부정책을 비판한 게 화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비판 칼럼을 많이 썼던 성신여대 B 교수는 작년 하반기 정부가 발주한 프로젝트에서 막판 탈락했다.
◆ 인사 불이익 국책연구소 연구원들은, 특히
부동산·북한문제 등 ‘코드 정책’을 비판하면 가차없이 제재당한다. 8.31 대책을 비판하다 징계당한 조세연구원 노영훈 연구위원이 그렇고,
대북정책을 비판했던 통일연구원 홍관희 선임연구위원은 작년 7월 사직했다. 2003년 초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안보개념을 비판했다가 1개월 감봉당한 김태우 국방연구원 실장은 작년 연말 또다시 정책 비판을 했다는 이유로 내부 경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9월엔 금융계의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던 금융연구원 최공필 연구원이 갑작스레 휴직 후
미국으로 떠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정부 관료의 질책
금융연구원 C 박사는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8월 한 일간지에 “주가의 장기 지속적인
상승은 어렵다”는 칼럼을 썼다가 혼쭐났다. 그는 “재경부 최고위층이 주식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불쾌감을 전해왔다”고 말했다.
한 민간 경제단체 조사담당 간부는 “인권위 논란이 한창이던 올 연초 정부 부처에서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정부
정책을 비판한 발언의 진의가 뭐냐’고 연락이 왔다. 엄청 부담이 돼 발언 수위를 확 낮췄다”고
말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2004년 2월 조선일보 및 미국 AEI(미국기업연구소)와 공동으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가 청와대·NSC(국가안전보장회의) 등으로부터 경고성 질책을 받았다. KIEP 관계자는 “NSC 등에서 원장을 소환해
보수언론과 함께 개최한 이유가 뭐냐고 따졌다”고 전했다. ◆ 함구령 내린 민간 연구소
모 재벌 계열 연구소엔 작년 이후 대외적으로는 정부 비판을 안 한다는 내부 방침이 정해 있다. 이 연구소 D
연구원은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 멘트나 자료 발표는 자제하라는 구두(口頭) 지시가 각 연구원들에게 전달돼있다”고 말했다.
다른 민간연구소 임원 E씨는 작년 11월 부산 APEC(아태경제협력회의) 정상회담 직후 한 언론 좌담회에
참석키로 했다가 당일 오전 급작스레 불참을 통보했다. 연구소 고위간부가 “비판 언론의 좌담회에 나가면 정부에 대해 입장이 곤란해진다”며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장 경제 전도사'를 자임하던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작년 초 갑작스레 현직을 떠났다.
현 정부 출범 직후 ‘사회주의 정권’ 발언으로 미운털이 박혔던 김석중 전경련 상무도 지난달 일선을 떠나 연구소로 옮겼다.
이인열기자 (yiyul@chosun.com)/나지홍기자
(will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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