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政治.社會 關係

[스크랩] 40분에 다 담지 못한 이야기

鶴山 徐 仁 2006. 1. 22. 21:46

“국민 믿고 가보자”…신년연설 나오기까지

 

강원국 연설비서관

 

 

 
“신년연설에 뭘 담지?”
 
1월 4일 신년연설에 대한 보고가 있자, 대통령이 던진 첫 질문이다.
할 말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너무 많아서였다.
지난해부터 차곡차곡 준비해온 생각들을 어떻게 압축하느냐가 문제였던 것이다.
 
비서실장 주관으로 세 차례의 준비회의가 있은 후,
여기서 만들어진 자료를 토대로 1월 10일부터 대통령이 직접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질문한 적이 없다.
마치 모든 문제를 대통령이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잘 하겠다는 말만 반복해왔다.
이번에는 그럴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담아보자.”
 
대통령은 머릿속에 써놓은 연설문을 구술해갔다.
 
근본 문제의식 담아 국민에게 질문하다
“내 임기 중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10년, 20년 후를 생각하면 무책임하게 이대로 갈 수는 없다.
양극화나 미래과제에 대해 지금 이 수준으로 대응해서 되겠는가,
안 된다면 우리 사회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꿔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질문을 하고 싶다.”
 
답을 듣고 싶은 국민들에게 묻는 것이
어떻게 비춰질지 모른다는 참모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고,
또 그런 제안에 대해 정략적으로 해석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대통령의 대답은 짧고 단호했다.
 
“불순한 눈으로 보면 한이 없다. 국민들을 믿고 가보자.”
 
대통령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현실을 직시하고 변화를 수용하자,
문제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보자,
해법이 나오면 회피하거나 미루지 말자, 역지사지하면서 책임 있게 실천하자는 것이다.
 
아침에 시작한 회의가 오찬으로 이어지고,
오후 6시가 돼서야 끝나기를 다섯 차례.
대통령이 구술한 시간만도 15시간이나 되는 강행군이 계속됐다.
회의 때마다 대통령 손에는 틈틈이 메모해둔 쪽지가 들려 있었고,
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수시로 연설비서실에 지시메모가 전달됐다.
 
‘고용지원서비스와 사회서비스 분야의 일자리 창출을 강조해줄 것’

‘부동산 문제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을 것’
 
‘저출산 문제는 몇 가지 대책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고,
아이가 살아갈 미래에 대한 희망이 있어야 하고
그 기반을 국가가 갖춰줘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할 것’
 
대통령의 주문은 계속 이어졌다.
 
구술만 15시간…수시로 전달된 지시메모
“가지 수만 많고 먹을 것은 없는 말의 성찬이 아니라
한두 가지라도 진심을 담아 영양가 있은 밥상이 되어야 한다.”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문제도 정부 정책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경제계나 노동조합에 주문할 것은 하자.
정부만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아닌가?”

“언론도 양극화나 고통 받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내라고
정부에 요구만 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대안도 함께 내달라고 주문하자.”
 
문제는 40분으로 한정된 시간이었다.
 
“말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잘 되고 있는 분야를 이야기하는 것이 생색도 나고 좋겠지요?
그러나 이번에는 최대한 줄이고,
오히려 아직 안 풀리고 있는 문제, 부족하고 아쉬운 부분에 시간을 많이 할애합시다.”
 
순탄하게 가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정책이나 남북관계, 외교, 국방 등이 연설에서 생략된 이유다.
이밖에 써놓았다가 분량 때문에 담지 못한 이야기도 많다.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

임금체불, 중간착취 행위는 반드시 뿌리 뽑겠다”,

 
“중급기술을 가지고 우리 경제를 받치고 있는
기계, 화학, 조선, 자동차 분야의 중소기업,
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연결하는 중견기업을 육성해서 경제의 허리를 강화하겠다”,
 
“파견근로의 범위는 현실화하되,
감독을 한층 강화해서 법적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려고 하지만
각 주체들 간에 합의가 되지 않아 안타깝다”
비정규직 보호법안 국회통과 지체에 대한 아쉬움 등등.
 
관련 통계 이미 파악, 도표도 직접 챙겨
연설의 틀이 갖춰지자 대통령은 문구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다듬었다.
 
“미래를 준비하자고 하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느낌이 들죠? 미래를 대비하자가 낫겠어요.”
 
경제정책, 사회정책 수석실 등에서 A4 용지 500장이 넘는 자료가 올라왔다.
그리고 혹시 모를 대통령의 질문에 대비해서 비서실 전체가 밤늦게까지 대기했다.
그러나 막상 대통령은 분기별 민간소비증가율까지 다 꿰고 있었고,
연설 도중에 보여줄 도표도 직접 챙겼다.
 
연설 당일 오후 3시,
최종 연설문이 완성되었을 때 대통령은 이미 원고가 필요 없을 정도가 되었다.
물론 준비팀에서 처음 보고한 연설문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연설시간 40분 10초. 예정보다 10초 초과였다.
그리고 못 다한 이야기는 신년회견과 그 이후로 넘겨졌다.
 

☞ 관련 정보 : 대통령 신년 연설 요약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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