鶴山의 草幕舍廊房

國際.經濟 關係

"섀튼은 황교수 극찬, 안규리 교수는 '줄기세포허브 축복을'?"

鶴山 徐 仁 2006. 1. 3. 21:39
미주 동포사회 "봉"으로 아는 KBS 등 방송 3사

▲ 조화유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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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0일 밤 9시, 필자는 워싱턴 교외의 집에서 한국 소식을 알아보기 위해 TV를 켰다. 그리고 채널을 TAN(미주동포 상대로 한국 TV 프로를 보여주는 위성방송사 중의 하나)에 맞추었다. KBS 밤 9시 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때 한국은 이미 12월31일 아침 11시다. 그러니까 14시간이나 묵은 본국 뉴스를 나는 미국에 앉아서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한달에 $27.50 (한화 약 3만원)을 꼬박꼬박 내고서 말이다.

14시간 늦은 뉴스는 그런대로 참을 만하다. KBS뉴스가 끝나자 이번에는 "생노병사의 비밀"이란 프로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날 프로에는 황우석 교수의 '세계줄기세포 허브'가 문을 연 것을 계기로 지난 10월에 만들어진 프로였다. 지금은 사기꾼 취급을 당하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섀튼 교수가 이 프로에 나와 역시 지금은 같은 처지에 놓인 황우석 교수를 극찬하고 있었고, 황교수가 잘 나갈 때는 그의 주치의 겸 대변인으로서 목에 힘을 주다가 지금은 황교수 논문에 자기가 공저자로 되어 있지만, 그 논문이 조작된 줄은 몰랐다고 발뺌하는 안규리 교수가 나와 "우리 줄기세포 허브를 축복해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왜 이런 웃기는 일이 생기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TAN이 위성을 통해 방송하는 한국 TV 3사의 주요 프로들은 본국에서 2개월 전에 방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동포들이 주로 보는 프로들 즉, 연속극, 가요무대, 가요 콘서트, 전국노래자랑, 열린음악회, PD수첩, 시사매가진2580과 기타 오락프로 등은 전부 본국보다 두 달이나 늦게 방영된다. 예를 들면, 12월29일 TAN은 10월 30일 한국서 방영한 "가요무대"를 보내주었는데 이날 주제는 가을이었다. 미국 동포들은 한겨울에 가을 노래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도 매일 천원꼴로 시청료를 내면서 말이다.

다행히(?) 본국 뉴스는 두 달까지 늦지는 않다. 필자가 TAN을 통해 보는 KBS 밤 9시 뉴스는 14시간, SBS 밤 8시 뉴스는 5시간 늦게 방영되고, MBC 뉴스데스크는 아예 방송을 하지 않는다. (MBC 프로만을 주로 방영하는 KISB란 위성방송만 실시간으로 '뉴스데스크'를 방영한다). YTN뉴스는 실시간으로 방영되기는 하지만 3대 TV방송사 뉴스 수준에 미치지 못해 인기가 별로 없다.

뉴스를 제외한 주요 프로들을 재미동포들은 왜 두 달씩이나 본국보다 늦게 봐야하는가?

그것은 한국 TV 3사가 재미동포사회에서 비디오 판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2개월이라는 시차를 두고 프로를 위성이나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에게 판매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본국 TV 3사가 동포사회의 비디오 대여업자들에게 먼저 프로를 팔고, TAN이나 KISB 같은 위성 및 케이블 방송업자들에게는 두 달 후에 똑같은 것을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디오업자와 방송업자에게 동시에 프로를 제공하면, 비디오 대여 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니까 본국 TV 방송 3사와 동포사회 비디오 대여업자, 그리고 위성 및 케이블 방송사업자들에게 우리 동포들은 "봉"이다. 영어가 시원찮아 미국 방송을 거의 보지 못하는 대부분의 동포들은 최장 14시간 늦게 전달되는 본국 뉴스와 두 달 늦게 틀어주는 드라마, 시사교양프로, 오락, 연예 프로들을 울며 겨자 먹기로 보고있는 것이다. 그래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허브 오픈 특집 프로를 황교수가 추락한 뒤에 봐야하고, 추석 특집 오락 프로를 겨울이 다 되어서 봐야하는 것이다.

두 달 묵은 프로를 보기 위해 TV 시청 동포들이 매달 시청료로 내야하는 돈(채널 수에 따라 최하 $19.50, 최고 $36.99)은 미국 TV 채널 60개 이상을 볼 수 있는 금액이다. 그러나 우리 동포들은 그 돈으로 겨우 본국 TV 3사 방송 프로의 일부를 본국보다 두 달 늦게 볼수 있을 뿐이다.

동포사회를 상대로 영업을 하는 방송사업체들은 필자가 알고 있는 것만도 대여섯 개나 되는데, 동포인구 3백만 밖에 안되는 미국에서 이렇게 많은 업체들이 너도나도 본국 TV 3사와 계약을 맺고 재방영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히 규모가 영세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동포 시청자들은 비싼 시청료를 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본국 TV방송 3사는 재미동포들이 두 달이나 묵은 프로를 얼마를 내고 보든 내 알 바 아니다란 식이다.

재미동포사회는 본국 TV 3사의 "봉"이 아니다. 본국에서는 휴대전화로 TV를 보는 DMB시대가 열렸는데도, 3백만 재외국민이 사는 동포사회는 본국 TV 3사의 비디오 대여 시장으로만 취급당하고 있다. 비디오 대여로 짭잘한 수입을 올리고 있는 본국 TV3사는 방송사 본래의 임무인 방송보다는 비디오 대여사업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 해외동포들도 본국과 거의 동시에 본국 방송을 볼 수 있게 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두 달이나 묵은 프로를 보내주고 시청료의 일부를 챙기고 있다. 미국의 위성TV나 케이블 TV와 직접 협력하면 동포사회에 대한 실시간 방송은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말이다.

이제는 국가 차원에서 재외동포 사회를 위한 방송정책을 수립할 때가 되었다. 본국 TV 3사가 직접 나서서 동포사회에 대한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것이 당장은 어려우면, 우선 기존의 영세 교포방송 사업체들을 2개 정도로 통합하도록 유도하여, 그들의 수익성을 올려주는 대신 동포들의 시청료 부담을 줄여주도록 해야 한다. 또 비디오 대여업자와 방송사업자들에게 동시에 프로를 판매하여, 황우석 교수가 몰락한 지금, 그를 찬양하는 프로를 보고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필자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워싱턴 시각으로 12월31일 밤 11시, TAN방송은 SBS 8시 뉴스를 보내주고 있다. 한국은 이미 1월1일 오후 1시인데, SBS 뉴스는 12월31일 저녁 8시 뉴스를 전하고 있다. 본국은 "손 안의 TV"시대에 들어갔는데, 3백만 재미 동포들은 주말엔 14시간 내지 17시간이나 늦은 본국 TV뉴스를 시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시청료를 내고서 말이다!

워싱턴에서

조 화 유 (소설가/영어교재저술가)

http://blog.chosun.com/wyj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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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6.01.03 15:44 39'